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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로운 ‘괴롭힘 금지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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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병길 주필
  • 승인 2019.07.23 2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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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리한 대출 승인으로 5억 엔을 날릴 위기에 처하자 은행 지점장은 부하 직원에게 책임을 뒤집어씌운다. 호락호락하지 않은 부하 직원은 대출금을 회수하고 지점장에게 복수하기 위해 탐정처럼 자금 흐름을 추적한다. 조직의 비리와 상사의 갑질에 맞서 당한 만큼 갚아주는 복수극을 읽는 독자들은 통쾌하다. 일본 소설 ‘한자와 나오키(半澤直樹)’가 최근 국내에 번역됐다. 
동명 드라마는 최종회 순간 시청률이 50%를 넘겨 일본드라마 역대 시청률 3위를 기록했다. 권위주의적 조직에서 바른 말만 골라하는 부하 직원은 ‘직장인의 판타지’에 가깝다. 사죄를 강요하는 상사에겐 이렇게 맞받아친다. “제 책임이 아닌 것까지 사죄하는 건 오히려 부끄럽고 무책임한 행동이라고 생각합니다.” 
“울지마. 한탄하지마. 남자가 아니냐.” 1958년 크게 히트한 뒤 수많은 가수가 리메이크한 일본 가요의 가사다. 하지만 요즘 일본 직장에서 남자 상사가 이런 말을 하면 ‘파와하라(권력남용·Power Harrassment)’, 여자 상사가 하면 ‘세쿠하라(성차별·Sexual Harrassment)’에 해당 한다고 요미우리신문이 최근 보도했다. 
두 단어는 우리의 ‘직장 내 괴롭힘’에도 해당한다. 일본에선 지난 5월 직장 내 괴롭힘 방지 의무화 법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직장 내 괴롭힘 배경엔 ‘세대 갈등’이 자리 잡고 있다. 40대 이상은 상명하복과 개인보다 전체를 강조하는 사회에서 자랐다. 하지만 20~30대는 자율과 자존감을 강조하는 교육을 받았다. 
7월 16일부터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이 시행되고 있다. 괴롭힘의 기준과 ‘적정 범위’등이 모호해 혼란을 겪고 있다. 상사의 언행 모두가 자칫 그 대상이 될 수 있어 사내 소통을 어렵게 하거나 과잉 처벌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노조가 또 하나의 무기를 얻었다는 얘기도 나온다. 민주노총은 “과도한 성과주의도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된다”며 대응 지침을 공개했다. 정부는 직장 내 괴롭힘의 개념을 구체적이고 명확하게 제시해야 한다. 모두에게 괴로운 ‘괴롭힘 금지법’이 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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