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5세에 남편과 사별후 1남2녀를 홀로 키워온 정자해녀 유순자씨. 그는 평생을 먹고 살게 해준 바다를 ‘배신’하고 싶지 않기에 다시 태어나도 해녀로 살겠다고 말한다.  
 
   
 
  ▲ 울산여성사 아카이브 '울산여성 다시 봄'  
 
   
 
  ▲ 한글서예가 규빈 김숙례.  
 

“별명 해녀특공대. 나는 이것으로 돈 벌고 묵고 살기 때문에 강원도, 장흥, 거제도, 충무로 돈 벌러 어디 안 간 데가 없었다. 나는 가장이니깐 온 데로 다 다녔지” (정자해녀, 유순자)

1949년 정자에서 6녀1남중 맏이로 태어난 유순자씨는 스물한 살에 박동섭씨와 결혼했지만 서른다섯 살에 사별하고 해녀로 일하며 홀로 1남2녀를 양육했다.

‘의리’를 우선으로 하는 그는 생계가 어려운 중에도 해녀로서 권리를 찾기 위해 서울행을 감행하기도 했고, 평생을 먹고 살게 해준 바다를 ‘배신’하고 싶지 않기에 다시 태어나도 해녀로 살겠다고 말한다.

“현대자동차 4년 다니고 왜 사표 냈냐면 우리 아저씨 아프니까, 집에 돌봐줄 사람 없으니까. 스스로 죽으려고 하는 걸 내가 삼시세끼 밥해주고 잘해주면 나중에 돌아가셔도 내 마음 좀 편타 생각했어” (베트남 이주여성, 양월계)

양월계씨는 1943년 베트남에서 중국인 부모아래 이민3세로 태어났다. 국수가게를 운영한 부모님을 돕던 중 한국인 중장비 기술자 박계열을 만나 결혼했고 2남2녀를 뒀다. 월남이 패망한 1975년 난민신분으로 한국으로 입국했지만 배우자가 기혼자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 무국적으로 도넛장사, 현대자동차 하청회사 근무, 통닭장사, 미용사, 식당일 등을 하며 생계를 이어갔고 1990년 오랫동안 투병한 배우자와 사별 후에야 비로소 한국 국적을 취득, 통역일 등을 하며 베트남이주노동자와 결혼이주여성을 도와 왔다.

늦었지만 지난해부터 울산여성들의 삶의 발자취를 복원하고 여성의 활동과 역할에 대한 의미와 가치를 재평가하는 작업이 (재)울산여성가족개발원에 의해 시작돼 울산여성사 아카이브1‘울산여성 다시 봄’으로 결실을 맺었다.

최근 출간된 이 책에는 유순자(정자해녀), 이윤희(대한민국 전통장례꽃장식 명장), 양월계(베트남 이주여성), 송순이(현대중공업 용접 기원), 김숙례(한글서예가), 이춘숙(이화약국 대표), 이태옥((사)한국호스피스협회 울산지회 회장), 능행스님((사)한국불교호스피스협회 대표)의 삶의 이야기가 담겼다.

이들의 삶을 통해 울산의 다양한 산업 분야에서 여성의 활약, 즉 남성중심 공업도시인 울산에서 여성이 남성 못지않게 지역발전에 기여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연구진들은 울산여성의 삶과 노동이 기록돼 자료로 남겨진 경우가 드물어 구술인터뷰를 통해 자료화했다. 특히 인터뷰에서 해당인물의 부각에 중점을 두지 않고 그 삶을 통해 전문성을 가진 여성이 활약하는 분야와 활동방식, 울산 여성의 입지, 울산이라는 도시의 특수한 환경 안에서 여성으로 산다는 것을 부각하는 방향을 택했다.

대상인물은 울산근현대를 살며 자신의 분야를 개척(1호 여성 등)해 온 경력 20년 이상의 전문성을 가진 여성으로 구술면접이 가능한 생존인물들이 자문을 거쳐 선정됐다.

특히 연구진들은 울산여성의 대표이미지를 사계절에 비유했다.

(재)여성가족개발원 관계자는 “여성이라는 이유로 주목받지 못하고 울산이라는 지역적 특색으로 인해 이중 소외를 당해온 울산의 여성상 정립 방안을 모색하고 성평등한 지역사의 기반을 구축하고자 울산여성사 아카이브 구축을 추진했다”면서 “이 책에 소개된 여덟 분의 울산여성은 인생의 희로애락, 산전수전을 다 겪으면서도 언제나 희망을 이야기 하고 있다. 이런 울산여성을 다시 보아야하고 다함께 다시 맞이하는 봄을 이야기 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고은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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