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외국인 없는 '외국인 특화거리'  - 동구 방어동 남진길

수억원을 들여 조성한 울산 동구 방어동 ‘외국인 특화거리’가 조선업 불황으로 몇 년만에 ‘외국인 없는 외국인 특화거리’로 전락했다.

31일 울산 동구에 따르면 ‘외국인 특화거리’는 동구 방어동 남진길을 따라 이국적인 음식점, 카페, 해물 포장마차가 즐비한 약 800m의 거리를 말한다. 외국인 근로자가 많았던 탓에 구청이 이 일대를 외국인과 내국인간 문화 교류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공간을 조성했지만 최근 외국인 수가 급감하면서 ‘외국인 특화거리’는 사실상 그 의미를 잃어버렸다.

울산 동구 남진항 일원 ‘외국인 특화거리’가 조선업 불황과 경기침체로 한산한 모습이다. 장다원 기자 jjangda229@iusm.co.kr

당초 특화거리는 ‘횟집 특화거리’를 조성하려다 외국인이 늘어나면서 외국 음식점도 늘어나 외국인 특화거리로 지정했으며, 진출입부 조형물 설치, 휴게공간설치, 가로등 개선, 간판 정비와 이면도로 보안등 등 5억원을 들여 사업을 실시했다. 동구는 지난 2015년 현대중공업 본사와 해양플랜트를 만드는 해양산업본부 사이를 ‘외국인 특화거리’ 조성에 나서 이듬해에 완료했다.

‘외국인 특화거리’를 알리는 조형물이 설치돼 있지만, 뒤로 보이는 거리는 한산한 모습이다. 

#조선업침체 장기화로 외국인 근로자 떠나 

하지만 지난해 현대중공업 해양공장 가동이 중단되면서 많은 외국인 근로자들이 동구를 떠났고 현재 상점을 찾는 주고객은 내국인이다. 실제 동구지역 외국인은 지난 2015년 6,919명에서 2016년 4,819명, 2017년 3,491명, 2018년 3,137명 등으로 급감 추세이다가 올들어 상반기 3,238명으로 소폭 늘어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유동인구수가 줄어들면서 외국인 특화거리는 외국인 없는 특화거리로 전락했고, 거리에 있던 가게들은 손님 발길이 끊기면서 문을 닫는 경우가 늘어났다.

방어동 한 주민은 “특화거리 주위로 외국 술집이 많은데 외국인들이 빠지고 나서는 한산하다”며 “저녁에도 산책하러 가끔 오는데 문을 아예 안여는 곳도 많았다”고 말했다.

상가 임대를 알리는 알림판이 가득한 울산 동구 ‘외국인 특화거리’

경기침체로 외국인과 내국인의 발길이 끊긴 이곳은 이날 20여곳의 상점 중 3~4곳은 임대문의 팻말이 붙어있다.

가게를 내놓은 한 업주는 “이름만 특화거리라고 조성해놓고 특화된 건 하나도 없다”며 “외국인 특화거리인데 외국인은 거의 없고 동네주민이나 한국인 뿐”이라고 말했다. 또 “구청도 거리를 조성하고 홍보하거나 지원해준 건 하나도 없다. 지금 거리를 보면 상점도 그렇고 사람도 없고 텅텅 비었다”고 밝혔다.

#꽃리단길(화암추방파제~남진길)에도 관광객 발길 끊겨

외국인 특화거리를 포함해 화암추 방파제 입구에서 남진길로 이어지던 1km 해안도로도 맥을 못추리고 있다. 이곳은 젊은층 사이에 꽃바위와 경리단길을 붙여 ‘꽃리단길’이라고 불리며, SNS상에 인기를 끌었던 곳이다.

수십년전 해녀들이 수산물을 판매하던 이곳은 지난해 해물포차거리가 조성되면서 입소문을 타고 사람들이 몰렸다. 하지만 포차들이 민원 신고로 철거되면서 꽃리단길 역시 사람들의 발길이 끊겼다.

‘외국인 특화거리’ 입구 도로바닥에 글과 그림으로 꾸며놨지만 길가에 세워진 차량에 가려져 알아보기 힘든 모습이다.

가족여행을 왔다던 김모(24)씨에게 ‘꽃리단길’에 대해 묻자 몰랐던 이야기라는 반응이다.
김씨는 “‘꽃리단길’이라는 말은 많이 들었는데 여기가 꽃리단길인지 모르고 있었다”며 “SNS상에서 많이 보긴했어도 정확한 위치를 몰라 한번도 가보지 못했다”고 말했다.

동구 관계자는 “외국인 특화거리의 상권을 살리기위해 지난 24일 남진항 일대 물놀이장을 올해 처음으로 개장해 많은 관광객들이 찾아오고 있다”며 “현재 마을 공동어항으로 돼있는 화암항, 상진항, 남진항 3곳의 어항을 연결해 바다소릿길을 조성하는 등 많은 사업을 통해서 최대한 상권을 살리려고 애쓰고 있다”고 말했다. 또 “특화거리 이름을 변경하기엔 절차도 복잡해 이름을 바꾸는 건 어려운 실정”이라고 덧붙였다.

 

《인터뷰》김동환 울산 동구 방어동 주민자치위원장

"볼거리 즐길거리 가득한 체류형 관광지로 거듭나야"

‘외국인 특화거리’를 되살리기위한 방안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는 김동환 주민자치위원장.

“‘외국인 특화거리’를 살리기위해서는 꽃바위 바다소리길 조성사업을 조속히 마무리하고 그 안에서 관광객들이 즐길 수 있는 볼거리, 즐길거리를 만들어 ‘체류형 관광’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해야할 것입니다.”

31일 동구 방어동 자신의 사무실에서 만난 김동환(57) 주민자치위원장은 ‘외국인 없는 외국인 특화거리’를 되살리기 위한 방안에 대해 이같이 주장했다.

김 위원장은 “주민자치위원으로 매주 금요일에 지역 순찰을 도는데 현대중공업 해양플랜트가 중단되기 전만해도 ‘외국인 특화거리’ 여기가 서울 이태원에 왔는지 헷갈릴 정도로 외국인들이 많았다”고 회상했다. 하지만 김 위원장은 “지금은 저녁 순찰을 가보면 ‘외국인 특화거리’는 거의 유령도시처럼 변했다”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김 위원장은 "‘외국인 특화거리’를 되살리기 위해선 현재 추진중인 꽃바위바다소리길 사업을 조속히 마무리하고 교통인프라를 개선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위원장은 “외국인 특화거리를 살리기 위해서는 일단 동구에 외국인들이 많이 유입될 수 있게 많은 관광사업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며 “그러기 위해서는 외국인 특화거리 인근에 만들어지는 꽃바위바다소리길을 빨리 마무리 해 관광객의 발길을 사로잡아야한다”며 “꽃바위바다소리길이 마지막이 아니라 그 안에 볼거리 즐길거리를 만들어 외국인들이 동구에 머물도록 해야한다”고 말했다.

SNS상에서 반응이 좋았던 ‘꽃리단길’에 대해선 김위원장은 “SNS 사진보고 ‘꽃리단길’에 오는 사람들은 많았지만 교통이 불편하고 주차공간이 부족해 대부분 실망하고 안오는 경우가 많았다”며 “동구에 부족한 교통인프라도 늘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동구에 들어오는 관광객이 늘었다고 하고 관광버스도 많이 들어오지만 대왕암 공원만 보고 다시 버스를 타고 중심가로 나가 밥을 먹고 잠을 잔다”며 “이렇게 하면 동구는 관광지만 제공하고 상권활성화는 여전히 바닥을 머물고 있을 것”이라며 동구지역의 체류형 관광사업 활성화를 강조했다.

한편 김 위원장은 동구 방어동에서 나고 자란 토박이로 2014년부터 주민자치위원회 활동을 해오다가 2017년부터는 방어동 주민자치위원장과 올해부턴 주민자치위원회협회장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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