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전건설 후 원전주변지역 오명 씌워진 ‘울주 서생’
갈등·안전문제 바탕 새울원전 민간조사 준비위 출범
지역난제 단기 해결 어렵지만 진정성 있는 행보 기대

경민정 울주군의회 의원

우리 울주에서도 빼어난 자연경관으로 이름난 서생. 이곳은 원전이 건설된 이후로 ‘원전주변지역’이라는 오명이 덧씌워졌다.
이름뿐만이 아니다. 이 지역의 경제지형이 바뀌었고 지역주민들의 경제활동에도 직·간접적인 영향을 주고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천혜의 자연’과 ‘원전’. 결코 양립할 수 없을 것 같은 이 두 이름 사이에는 참으로 여러 가지 양상의 갈등이 내포돼 있다.
특히 8년 전 발생한 후쿠시마 원전 사태이후 ‘안전’이라는 요소는 울주를 넘어 울산시 전역에 걸쳐진 공통적 관심사이다.

이러한 지역적 갈등과 안전에 대한 갈망을 바탕으로 지난 7월 8일 새울원전 민간조사단이 출범했다. 지난 4월 1일 새울원전 민간조사 준비위원회가 정식으로 발족된 이후 석달이 넘는 시간이 소요된 값진 결과물이다.
지역인사 9명과 울주군의원 2명으로 구성된 준비 위원회는 지난 삼개월간 수차례에 걸친 회의 안에서 대화했고 소통했으며 고민했다.
준비위에 속했던 지역인사 대부분은 꽤나 겸손하고 무거운 마음으로 민간조사단 출범 길에 올랐지만 두 분은 끝내 하차했다. 안타깝지만 지역적 중압감이 결부된 문제였기에 그 선택을 존중한다.

어느덧 지역의 경제를 좌우하고 지역민의 경제적 배경이 돼버린 원전.
물론, 원전이 건설된 이후 필연적으로 형성된 해묵은 지역적 난제를 단 몇 차례의 회의로 모두 가늠할 수 있을 리 만무하겠지만 필자가 그간의 회의를 통해 확연히 느꼈던 것은 원전과 밀접한 생활의 연관을 맺고 있는 원전지역 주민들 역시, 그 무엇보다 ‘안전’을 갈망하고 있었으며 그 누구보다도 내 고장을 사랑하고 있었다는 점이다. 그리고 그 갈망을 바탕으로 새울원전 민간조사단이 우여곡절 끝에 출범할 수 있었다.

새울원전 민간조사단이 출범하고 얼마 뒤 왕복 아홉시간을 달려 어렵사리 한빛원전 민관합동조사단 위원장을 만나게 됐을 때 그는 무거운 표정으로 가장 먼저 ‘메기효과’를 언급했다.
메기효과는 노르웨이의 한 어부의 지혜에서 시작된 표현으로, 예로부터 북유럽인들에게 큰 사랑을 받았던 청어는 과거엔 먼 해역에서 잡아 수조에 넣어 육지로 데리고 오는 중간에 많이 죽었던 관계로, 당시 유럽어부들은 어떻게 하면 청어를 싱싱하게 유지할 수 있는가에 대해 관심이 많았다.

그러던 중 노르웨이의 한 어부가 육지에 도착해서도 항상 살아 있는 싱싱한 청어를 유지해 큰돈을 버는 것이 아닌가? 다른 어부들이 그 비결을 알려고 온갖 노력을 기울였지만 그는 끝내 자신만의 비법을 알려주지 않았다. 결국 그 비법은 어부가 죽은 후에야 세상에 공개 되었는데 비밀은 다름 아닌 ‘메기’였다.

어부는 청어보다 덩치가 큰 메기를 수족관에 넣었고 청어들은 생명의 위협을 느끼고 메기에게 잡아먹히지 않으려고 계속 도망을 다녔을 것이며, 이토록 쉴 틈 없이 피해 다닌 덕분에 대부분의 청어는 육지에 도착할 때까지 싱싱하게 살아있는 상태일 수 있었을 것이다.
이처럼 강한 경쟁자 덕분에 약한 것들의 활동 수준이 높아져 전체 분위기가 활성화되는 것을 ‘메기 효과(catfisheffect)’라고 한다. 영국의 역사가인 아놀드 토인비도 강연에서 이 메기 효과 일화를 즐겨 사용한 바 있다.

우리가 현재 껴안고 있는 지역적 난제들은 결코 단 순간에 해결될 수 있는 요소들이 아니다.
하지만 ‘안전’이라는 단어 앞에서는 모든 이가 반론의 여지가 없지 않은가. 불신의 대상이 돼왔던 그간의 원전 감시관행을 과감히 타파하고 더욱 발전적인 자세로 우리의 안전을 쟁취하자.
울주의 주인인 우리가 ‘위험’의 천적이 돼 ‘안전’을 이끌어 내자. 내 고장을 사랑하는 진정한 애향심만큼 강인한 천적이 세상에 또 어디 있겠는가. 필자는 원전이 멈춰지는 것을 원치 않는다.
다만, 이미 지어진 원전이라면 제 수명을 다할 때까지 보다 안전하고 투명하게 운행되길 바랄 뿐이다.
‘가혹한 환경이 발전을 선물한다’
쉽지 않은 과정을 통해 출범된 새울원전 민간조사단인 만큼 앞으로 이어질 행보가 내 고장의 안전을 보장할 수 있는 진정성 있는 발걸음이 될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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