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의 탈(脫)원전 정책으로 백지화 위기에 빠졌던 ‘신고리 원전 5·6기 건설 사업’이 이번에는 주 52시간 근무제 시행에 따른 공기 연장으로 또다시 멈춰설 위기에 놓였다. 신고리 5·6호기 공사에 참여하는 협력업체 30여개 중 3개 하도급 업체가 ‘공사 중단’을 앞세워 한수원과 삼성물산에 임금을 보전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는 것. 하도급업체들은 5일까지 한수원 등이 근로자 임금 보전 등에 대한 대책을 내놓지 않으면 9일부터는 공사를 전면 중단하겠다고 예고한 상태다.

그러나 한수원과 삼성물산 측은 “현행법상 공기 연장에 따른 관리비 증가분 외 인건비 상승에 대해선 보전해줄 법적 규정이 없다”며 별다른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신고리 원전 5·6호기 건설 공사는 2016년 6월 총사업비 8조6,000억원 규모로 착공했으나 이듬해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 직후 이 공사를 중단시키고 건설여부를 ‘공론화’에 부쳤다.
공론화는 4개월여가 걸렸는데 그해 12월 결국 공사는 재개됐다. 하도급업체들은 이 당시 적자만 250여억원 봤다고 주장하고 있다. 시공사와 하도급업체들은 발생한 적자 폭을 줄이기 위해 밤낮으로 공사를 진행했지만 지난해 7월 주 52시간 근로제가 시행되면서 공사 현장은 오후 5시 30분만 되면 일제히 멈춰 섰다. 올해 초 산업통상자원부는 완공일을 당초 2022년 10월에서 2024년 6월로 20개월 연장하는 변경고시를 냈다.

‘주 52시간’으로 근무시간이 줄자 일당으로 임금을 받는 일용직 근로자들은 1인당 월 150만~200만원 정도 적게 받게 됐다며 줄어든 만큼 일당을 올려줄것을 요구했다.
고난도 공사인 원전 건설 공사는 숙련공들이 필요했기 때문에 하도급업체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이들의 요구를 들어줄 수밖에 없었다.
이로인해 근로자들의 임금 부담이 종전보다 20%가량 상승했지만 발주처나 원청업체가 이를 인정해주지 않다 보니 매달 적자가 쌓여 갔고 버티지 못한 B사는 지난 4월에 결국 도산했다.
이런 상황인데도 정부는 신고리 5·6호기 건설 사업비를 증액하는 등의 방안을 검토하지 않고 있다.

숙련공들이 떠난 자리는 비숙련공들로 채워지면서 지역 주민들과 원전 전문가들의 안전에 대한 염려가 커지고 있다. 이같은 염려가 우려로 바뀌기 전에 정부 정책으로 법적인 장치가 마련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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