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영우 시의원·향토사학자 등 제기…전국 '천황산' 아직 12곳

경남 밀양시 단장면 산내면과 울산광역시 울주군 상북면 경계에 있는 '천황산'(天皇山) 명칭을 일제 잔재로 규정하고 옛 이름인 '재악산'으로 바꿔야 한다는 움직임이 다시 일고 있다.

영남 알프스 산군(山郡)에 속하는 이 산은 수미봉·사자봉·능동산·신불산·취서산으로 이어져 사자평 고원지대라 부르는 드넓은 억새평원에다 서쪽 기슭에는 표충사, 북쪽 사면에는 여름에도 얼음이 어는 천연기념물 얼음골이 있다.

이 산 명칭을 고치자는 움직임은 몇 차례 있었지만, 현재 제2봉 이름으로 사용 중인 '재약산'(載藥山)이냐, 재악산(載嶽山)이냐 논란과 함께 그대로 사용하자는 울산 측 반대 등으로 무산된 바 있다.

더불어민주당 장영우 밀양시의원은 최근 임시회에서 '재악산 지명 복원, 밀양시의 적극적인 행정을 촉구하며'라는 제목으로 5분 발언을 했다.

장 의원은 "조선총독부가 1919년 민족문화 말살정책의 하나로 천황산으로 지명을 개악해 현재까지 쓰고 있다"며 "1961년 정부가 경제 개발을 하면서 명확한 검증 없이 옛 재악산 제1봉(사자봉)을 천황산으로, 제2봉 수미봉을 재약산으로 고시하는 오류를 범했다"고 주장했다.

장 의원에 따르면 1995년 밀양시가 경남도에 제1봉을 천황산에서 '재약산'으로 개명할 것을 건의했지만 경남도 지명위원회는 '재악산'이 타당하다며 밀양시에 재조사를 통보했다.

당시 밀양시는 '재악산'을 뒷받침하는 명백한 증거가 있는데도 다시 '재약산'이 타당하다는 의견을 경남도를 거쳐 국립지리원(현 국토지리정보원)에 올렸는데, 국립지리원 산하 중앙 지명위원회는 울산광역시 요구대로 "천황산이 맞다"며 경남도와 밀양시에 '유보' 결정을 통보했다는 것이다.

2015년 4월에도 밀양시 지명위원회가 '재악산 산명 복원'을 의결해 경남도 지명위원회를 통과했지만, 그해 12월 국가지명위원회에서 다시 부결됐다.

장 의원은 "2015년 5월 밀양시의회도 의장 명의로 밀양시 산 지명 복원은 일제 잔재 청산과 민족정기 회복을 위해 마땅히 해야 한다는 의견서를 제출한 바 있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향토사학자로 밀양시 지명위원을 역임했던 손흥수(78)·도재국(68) 씨와 소설가 정대재(72) 씨 등이 발기인으로 '재악산 산명 복원 범국민운동'을 추진해왔다.

장 의원과 도재국 씨는 "1995년 6월 표충사 삼층석탑에서 출토돼 국가 보물로 지정된 '재악산 영정사(표충사) 삼층석탑 개수비'(載岳山靈井寺三層石塔改修碑)가 재악산 산명의 명백한 증거"라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국립지리원 국가지명위원회 관계자는 "안건 심의 당시 오랫동안 사용해온 산명을 정확한 근거 없이 바꾸는 것은 맞지 않고 자료 검토가 필요하다고 결정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국토지리정보원 국토정보 플랫폼의 한국지명유래집에는 ''신증동국여지승람'에 "재악산(載嶽山)은 부에서 동쪽 41리 떨어진 곳에 있다"라고 돼 있다. '광여도'에도 재악산으로 돼 있다.

그러나 '경상도읍지'(1895)에는 지금의 이름과 같은 재약산으로 돼 있다. 다만 '조선지형도'에는 천황산만 보인다"고 소개하고 있다.

현재 국토정보플랫폼에서 '천황산'을 검색해보면 아직 전국에서 이 이름을 쓰는 산이 경남과 전·남북을 중심으로 12곳이나 나온다.

이들 이름이 모두 일제 강점기 조선총독부가 강제 개명한 것인지 확실하진 않지만, 밀양·울산의 천황산을 놓고는 이번 기회에 원래 이름을 되찾아야 한다는 주장이 실제 개명까지 이어질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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