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울산 옥동~농소 1구간 공사를 맡은 고려개발(주)이 연약 지반 등으로 유실된 경사면 일부를 태풍 ‘차바’의 피해로 속여 보험금을 받은 의혹으로 수사당국의 조사를 받고 있다. 사진은 울산 옥동~농소 1구간 중 부분 개통된 도로의 경사면. 이 공사 구간의 대부분에 대해 경사도를 낮추는 등 보강공사가 진행됐다. 우성만 기자  
 

울산 이예로(옥동~농소) 도로개설사업을 진행 중인 국내 대형 건설사의 계열사인 종합건설업체가 수십억원의 보험금을 부당하게 챙긴 의혹으로 수사선상에 올랐다.
12일 보험업계와 지역 건설업계 등에 따르면 울산 옥동~농소 1구간 도로개설사업 시공사인 고려개발(주)이 수십억원의 보험금을 부당하게 취득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울산시가 추진하고 있는 옥동~농소 도로개설사업 1구간은 성안교차로부터 북부순환도로까지 연장 8㎞를 말한다. 2013년 1월 착공해 2021년 3월 준공 예정으로 공사 기간만 99개월, 투입되는 예산만 현재까지 국·시비를 포함해 2,734억원이다.
이 공사를 맡고 있는 고려개발이 2016년 내습한 태풍 ‘차바’ 당시 피해를 입었다며 거짓 서류를 꾸며 수십억원의 보험금을 가로챘다는 의혹이 뒤늦게 제기됐다. 고려개발 측이 지반 등 문제로 유실된 현장을 ‘태풍’ 때문에 피해를 본 것처럼 관련 서류를 꾸며 보험사에 제출했다는 것인데, 수사당국이 조사를 벌이고 있다.
보험사에 따르면 고려개발 측은 2016년 10월 6일 태풍 ‘차바’로 피해를 입었다며 보험사에 신고했다. 한창 진행 중이던 공사 구간의 경사면이 유실됐고, 사무실과 자재 등이 침수됐다는 내용이었다. 수리비 영수증과 견적서, 기타 관련 서류를 포함해 200장에 가까운 서류를 제출했다.
보험사는 관련 법에 따라 손해사정사를 통해 보험금을 산출했고, 2017년 8월 6억8,080만원, 지난해 10월 7억8,853만원 등 2차례에 걸쳐 14억6,933여만원을 고려개발 측에 지급했다. 이와 별개로 건설공제회도 6억8,000만원 상당의 보험금을 지급했다.
당시 고려개발 측이 받은 보험금은 모두 21억원이 넘는다. 그러나 이 가운데 실제 고려개발 측이 태풍 ‘차바’로 피해를 입은 규모는 그보다 훨씬 적은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보험금 산정의 상당 부분을 차지한 ‘비탈면 유실’은 일부 구간을 제외하고, 태풍과는 관련이 없었던 것으로 취재 결과 확인됐다.
건설업계 등에 따르면 울산지역의 지반과 토질 등은 다른 지역보다 상당히 연약하다. 이 때문에 자칫 지반에 대한 이해 없이 공사를 진행할 경우 수시로 토사 유실이 발생할 우려가 크다.
울산시 종합건설본부에 따르면 옥동~농소 1구간 공사현장 곳곳에는 2016년 4~5월부터 이같은 이유로 경사면의 유실이 발생했다. 이 때문에 경사면의 각도를 낮추거나 일명 ‘앙카 볼트’를 박는 방식 등으로 설계변경이 이뤄졌고, 국토교통부 협의를 거쳐 예산이 반영됐다. 현재까지 공사 현장 총 40곳 중 28곳에서 이같은 문제가 발생했고, 2017년 9월부터 최근까지 증액된 예산은 100억원에 달한다. 나머지 12곳은 공사가 늦어진 현장으로, 터파기 등 과정에서 같은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보험사 관계자는 “손해사정사에 의뢰해서 보험금을 산출했지만, 건설현장에 대해 업계 전문가가 아니면 사실관계를 면밀하게 파악하는 것은 상당히 어렵다”면서 “피해를 입은 사실이 분명한 만큼 수사당국의 조사 결과를 기다린 뒤 보험금 회수 등 조치를 취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고려개발 측은 “공사현장의 암반이 연약해 일부 사면이 이전에도 무너진 적이 있었지만, 보험금 청구는 태풍 ‘차바’로 유실된 경사면과 추가 정비공사 등에 대해서만 이뤄진 것일 뿐 절대 서류를 허위로 작성하거나 보험금을 부풀려 청구하지 않았다”면서 “수사기관의 조사에 성실히 임해 소명하겠다”고 해명했다.
최근 울산지방경찰청은 이를 조사해 고려개발 현장소장 등을 불구속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검찰은 “수사 중인 사안으로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서는 확인해줄 수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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