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재 시민신문고위원회 사무관

시민신문고委, 기존 행정서비스 마인드 대전환
시민·행정간 문제 쌍방이 만족하는 결과 도출
협치의 시정 운영 시스템·지방옴부즈만 제도

미국 뉴욕을 찾는 이들의 필수코스 중의 한 곳에 브루클린 브리지(bridge)가 있다. 연중 끊임없이 관광객들로 붐비는 이 곳은 기술공학적 구조뿐만 아니라 맨해튼과 브루클린을 연결하는 전경의 아름다움으로 인해 영화의 단골 촬영지로도 유명하다. 
1883년 완공된 브루클린 브리지는 당시 아름다움과 우아함의 결정체라는 찬사를 받으며 세계 최초·최장의 현수교로 인정받았으며 현재까지 현대 공학 기술의 개가(凱歌)로 여겨지고 있다. 
구한말 임오군란(1882년)의 소용돌이 속에서 우리나라가 자주주권을 열강에게 위협당할 때 지구 반대편의 미국 뉴욕에서는 그 시대 어느 나라도 선보이지 못한 가장 앞선 공학기술을 적용하고 꼭 완공하겠다는 건축가 집안의 집념으로 브루클린 브리지는 완성되었고, 1964년 미국 역사 기념물로 지정되었다. 
그럼 우리나라 사람으로서 이 다리를 처음 방문한 이는 누구였을까 하는 궁금증이 든다. 그 답은 근대 역사문헌 속에서 찾을 수가 있고, 그 중에 『서유견문』의 저자로 잘 알려진 유길준을 주목해본다. 
유길준은 근대 개화사상가이자 정치인으로서 서양의 근대 문명을 우리나라에 본격적으로 소개하였고, 우리의 실정에 맞는 자주적인 개화 즉 실상개화(實狀改化)를 주장하면서 역사는 미개화·반개화·개화의 단계를 거쳐 진보한다는 문명진보사관을 제시한 지식인이기도 하다. 
그가 이러한 사관(史觀)을 가지게 된 것은 어린 시절 일본·미국·유럽 등 여러 나라에서 수학하고 시찰한 것에서 영향을 받았을 것이라 판단되는데, 유길준은 1881년 신사유람단 일원으로 일본을 관찰하면서 일본의 변화된 모습에 심한 충격을 받은 나머지 술좌석에 끼이지 않고 홀로 숙소에서 탄식을 하였다고 전해진다. 
그런 그가 2년 후인 1883년, 우리나라 역사상 처음으로 미국 공식 외교사절단인 보빙단의 일원으로 미국 뉴욕을 방문하였는데, 그 곳에서 버스, 기차 등의 교통시스템과 빌딩, 전기 등을 보면서 서구문물에 대한 경외심과 열망으로 벅찼을 뿐만 아니라 개화하지 못하고 부흥하지 못하는 조선의 현실에 위축되었을 것도 같다. 필자의 경우도 20여 년 전 뉴욕을 처음 방문했을 때 브루클린 브리지의 웅장함과 아름다움, 그리고 맨해튼의 도시환경에 대해 감흥뿐만 아니라 내가 사는 울산과 뉴욕의 비교에서 비롯되는 자괴감이 든 것도 사실인데, 1883년 미국 뉴욕을 방문했던 유길준의 심정에 공감이 가기도 한다. 
한 세기를 뛰어넘어 민선 7기 1년차인 2019년의 울산의 가장 큰 화두는 “7개의 성장다리”이다. 울산이 미래로 나아가는데 가장 필요한 사업 7개 분야를 내세운 것인데 △ 부유식 해상풍력발전 △ 수소경제 △ 동북아 오일가스 허브 조성 △ 원전해제산업 육성 △ 백리대숲 품은 태화강 국가정원 조성 △ 울산 첫 국립병원 △ 외곽순환도로와 도시 철도망이 그 내용이다. 이 7가지 산업으로써 제조업 중심의 울산의 산업구조를 바꾸고 첨단 미래산업의 기반을 갖추려는 의지의 표명이기도 하다. 
유엔 등 국제적 공인기관에서 조사하는 “살기 좋은 도시”의 요건을 보면 쾌적한 자연환경, 높은 경제수준, 도시 고유의 매력, 사회적 안정성 등이 있는데, 민선 7기의 7개 성장다리는 그러한 요건을 모두 충족하고 있다. 그리고 살기 좋은 도시의 평가요건 중 빠지지 않는 것 중의 하나가 그 도시의 행정서비스의 수준이다. 
시민신문고委는 울산시정에 있어 기존 행정서비스 마인드의 대전환을 가져온 새로운 행정시스템으로, 시민신문고委는 일종의 지방옴부즈만 제도이다. 
신문고 위원회는 기본적으로 시민의 보호자(protector)로서 시민의 고충해결과 권익구제를 위해 시민을 대신해 행정기관의 위법·부당함을 고도의 전문성과 중립성을 가지고 판정하고 이를 행정기관에 시정 권고하고 있다. 
이는 행정소송 및 사법적 구제절차를 거치는 않는 부드러운 법률(soft law)의 적용으로 시민과 행정의 양 당사자 간 발생한 문제를 신속하고 쌍방이 만족하는 결과를 가져오게 하는 협치(governance)의 시정 운영시스템을 적용한다는 말이다. 지난 1년간 신문고委에서 심의·의결로 판정한 사항에 대해 행정기관에서 거의 다 수용하는 것을 보며 신문고委에 대한 인식이 초기와는 달리 많이 바뀐 것을 느낀다. 
미래의 울산의 모습은 해상풍력과 수소경제를 기반으로 한 청정 도시로서 산업은 친환경 시스템으로 작동하고, 거리에는 먼지하나 나지 않는 수소차와 트램이 잘 정비된 교통망을 따라 매끄럽게 운행되고 있을 것이다. 그리고 태화강국가정원을 따라 시민들은 높은 소득수준에 걸맞은 쾌적한 삶을 즐기고, 시정은 시민과 행정이 서로 소통하는 “시민이 주인인 민주국가의 표본”으로서 유명해져 있을 것이다. 
1883년 조선의 개화사상가인 유길준이 미국 방문에서 느낀 그 경탄(敬歎)과 선망(羨望)을 미래의 울산을 방문한 이가 똑같이 느끼기를 바라는 것은 필자만의 소망일까? 아니 그것은 울산에 살았던, 또 현재 살고 있는, 아니 앞으로 울산에 살아갈 우리 모두의 바람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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