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원경제지·林園經濟志>는 실학자 풍석(楓石) 서유구(1764~1845)의 대표작이다. 풍석이 40년에 걸쳐 조선 사대부들이 먹고 입고 사는 모습을 모은 사전이다. 총 113권 52책, 252만자의 생활 백과사전으로 흔히 ‘조선판 브리테니커’로 불린다.
우리 학계의 ‘난공불락’ 같은 존재가 <임원 경제지>였다. 임원(林園)은 숲과 정원, 즉 자연이 어우러진 시골을 말한다. 지(志)는 기록을 뜻하는 ‘지(誌)’와 같은 말이다. 제목만 보면 음풍농월 같지만 실상은 정 반대다. 농업·상업·의학에서부터 건축·요리·예술까지 옛 사람의 살림살이를 16가지 주제로 나눠 총 2만8000가지 문물을 노목조목 짚은 친절한 실용서에 가깝다.
<임원경제지>에 미친 학자들이 뜻을 모아 세운 임원경제연구소에서 번역·출간에 나서 ‘현대판’이 선을 보였다. 총 16개지 가운데 본리지(곡식·농사) 섬용지(건축·도구), 유예지(교양· 기예), 상택지(주거·명당), 예규지(가정·경제)등 5개지가 출간됐다.
예나 지금이나 돈을 쓰는 것보다 모으기가 어렵다. 서유구는 ‘예규지’ 첫 머리에 절약과 검소를 썼다. 그가 꼽는 ‘부자 되는 법’ 다섯 가지 원칙이 흥미롭다.
①수입의 10분의 7만 쓴다=국가든 가정이든 수입을 헤아린 뒤 지출하라. 10분의 5에 미치지 못하면 너무 인색하게 된다. 남은 예산이 있다면 곤궁한 이를 도와준다. ②옹졸하게 굴지 마라=인심을 잃으면 다툼거리가 생긴다. 살림이 넉넉하지 않으면 10분의 2, 10분의 1만 남겨두어도 괜찮다. ③부귀는 지키기가 어렵다=지위가 높고 저명한 집안일수록 재산 보전이 어렵다. 가세가 기울어도 옷과 음식 등 예전의 씀씀이를 버리지 못한다.
④1년, 1개월 계획을 짜라= 잘 살든 못 살든 갑작스런 상황에 대처해야 한다. 매월 말 수지를 계산하라. 넘치고, 부족한 것들을 살펴야 한다. ⑤하루 쓸 돈부터 정하라= 중국 소식(蘇軾)은 한 달간 쓸 돈을 30뭉치로 나눠 집 들보에 걸어 놓았다. 여윳돈이 생기면 따로 모아 손님을 대접했다.

저작권자 © 울산매일 - 울산최초, 최고의 조간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