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초 법무부 인사발령 이후 울산지검의 상당수 간부급 검사가 바뀐 가운데 해묵은 대립각을 이어오고 있는 울산경찰과의 관계에도 변화가 있을지 관심을 모은다. 그 ‘키’는 사실상 울산지검이 쥐고 있는 피의사실공표 사건에 달려있다.

25일 울산지검 등에 따르면 지난 6일자 형사1부장 발령을 끝으로 검찰의 하반기 인사가 마무리됐다. 앞서 송인택 전 지검장이 퇴임했고, 이번 인사에서 황의수 차장검사를 비롯해 부장급 검사 모두가 울산지검을 떠났다.

지난달 말 고흥 신임 울산지검장이 취임한 후 김석우 차장검사 등 차례로 부임한 검사들은 지난주 수사 중인 주요 사건 등에 대한 업무를 파악하는 데 집중했다. 나머지 사건이나 지역 주요 현안 등은 이달 말까지 파악한 뒤 본격적인 업무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고흥 지검장 체제에서의 울산지검 행보 가운데 가장 이목이 쏠리는 사안은 단연 ‘울산경찰청의 피의사실공표’ 사건이다.

울산지검이 올 초 언론에 보도자료 등을 통해 ‘가짜 약사’ 사건을 알린 울산경찰청 광역수사대 소속 경찰관 2명을 피의사실공표 혐의로 입건하면서 사실상 사문화된 ‘피의사실공표’에 대한 공방이 전국적으로 불거졌다. 경찰관 측은 검찰 수사가 부당하다고 주장했지만, 대검 산하 검찰수사심의위원회는 지난달 22일 회의를 열고 ‘피의사실공표 사건’에 대한 ‘수사를 계속해야 한다’고 결론 지었다.

그러나 이후 송 전 지검장의 퇴임과 법무부 인사 등이 겹치면서 사건은 현재 ‘일시정지’ 상태다.

김석우 차장검사는 사건과 함께 앞서 울산지검이 지난 1년간 연구 성과를 담아 발간한 책자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사건에 대한 세부적인 내용은 최근 보고받았고, 책자도 들여다보고 있다”면서 “검토가 끝나는 대로 수사를 본격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 차장검사는 최근 울산 검·경에서 촉발돼 전국으로 퍼진 ‘피의사실공표’와 관련해 경색된 분위기를 충분히 인식하고 있으며, 어떠한 방향이든 사건을 신속하게 마무리해야 한다는 데도 공감했다.

검찰 수사가 다시 시작되면 사건의 향방과는 무관하게 피의자로 입건된 경찰관 2명에 대한 소환조사는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이들은 수차례의 출석요구에 ‘서면으로 조사를 받겠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그러나 대검 수사심의위가 ‘수사 계속’ 결론을 내리면서 경찰이 ‘출석’을 거부할 명분은 줄어들었고, 사건을 최대한 빨리 마무리하기 위해서라도 ‘출석 조사’는 필요하게 됐다. 경찰 내부적으로도 검찰의 출석요구에 이번에는 응해야 한다는 분위기가 짙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 사건을 담당하고 있는 형사4부는 다음달 초 수사를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수뇌부가 모두 교체된 울산지검이 ‘피의사실공표’ 사건을 바라보는 시선에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불법적인 관행을 바꿔야 한다’며 강경한 입장을 밝혔던 데서 다소 누그러진 분위기인 것이다. ‘피의사실공표’ 혐의의 적용 대상인 검찰과 경찰이 서로 잣대를 들이대는 것이 옳으냐는 회의적인 목소리도 나온다.

이 사건이 어떻게 마무리되느냐에 따라 울산지역 두 수사기관의 해묵은 갈등이 종지부를 찍을 수 있을지 판가름 날 것으로 보인다. 2017년 일명 ‘고래고기 환부사건’에서부터 최근 ‘피의사실공표’ 사건까지 검찰과 경찰은 서로 공수관계를 주고받으며 대립각을 이어왔다. 이번 ‘피의사실공표’ 사건을 두고도 경찰 내부적으로 ‘검찰의 혐의가 더 많다’며 거센 반발과 함께 반격을 위해 검찰의 과거 피의사실공표 사례 수집에 나서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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