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대통령, 책 '90년생이 온다' 靑직원들에 선물…"新세대 알아야 고민 해결"
책 내용 보니…"90년대생의 특성은 정직함"
"취업전쟁 속 완전무결한 정직 경쟁이라도 원해"
'교수 부모 논문에 자녀 공저자' 사례 소개하며 "학종에 분노"
학계도 "청년들, 공정·공평 가치에 특히 민감…조국 의혹으로 폭발"

"일반 학생들은 바늘구멍 뚫듯 열심히 노력하는데, 다른 세상에서는 조금 다르게 진행되는 것을 보고 불공정하다고 생각했다."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의 '딸 특혜 입시·장학금' 의혹에 따른 후폭풍이 거센 가운데, 대학생들이 '촛불'까지 들고 나섰다. 지난 23일 조 후보자의 모교인 서울대학교와 조 후보자의 딸이 나온 고려대학교에서 집회가 열려 청년들의 울분에 찬 목소리가 터져나왔다.

20대 젊은이들이 집단적으로 현 정부를 향해 촛불을 든 건 사실상 이번이 처음이다. 이들은 '조국 의혹' 국면에서 무엇에 분노해 행동에 나서게 됐을까? 문재인 대통령이 이달 초 "새로운 세대를 알아야 그들의 고민도 해결할 수 있다"며 청와대 직원들에게 선물했다는 책, '90년생이 온다'에서는 일부 답을 찾을 수 있다. 

저성장 시대를 버텨내고 있는 젊은이들은 '정직한 경쟁'이 펼쳐지길 원하고 있으며, 그런 그들은 혈연, 지연, 학연은 일종의 적폐로 보고 있다는 것이다. 

◇ 문 대통령 추천서 '90년생이 온다'…"신세대에 혈연·지연·학연은 일종의 적폐"

책에 서술된 90년대생들의 현실은 그리 밝지 않다. 저자는 "요즘 대학생들은 취업에 도움이 되지 않는 동아리 활동을 잘 안하려 한다", "대학이라는 고등교육을 이수한 청년들은 낙타가 된 상태에서 바늘구멍 같은 취업문을 뚫어야 하게 됐다"라며 이들의 경쟁을 '전쟁'으로 표현했다.

이런 현실 속에 놓인 90년대생의 대표적 특징으로는 '정직함'을 꼽았다. 경쟁이 일상이라면 신분과 인맥, 학연과 관계없는 '완전무결 정직 경쟁'이라도 원한다는 게 이 책의 설명 기조다. 

저자는 청년들 사이에서 '공무원'이 선호 직업으로 꼽히는 이유에 대해서도 "완전무결한 정직을 요구하고 있는 새로운 세대에게 유일하게 남아 있는 공정한 채용시스템이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책은 대학 입시와 관련해 90년대생들이 분노하는 '포인트'도 짚고 있다. 입학사정관제에서 출발한 학생부종합전형(학종)에 대해 "깜깜이 전형, 로또 전형 등을 넘어 '현대판 음서제'라고까지 불린다"며 "부모의 개입까지 늘어나 교수인 부모가 자신의 논문에 자녀를 공저자로 등록하는 경우가 발생하기도 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많은 학생들은 '정시(수능 상대평가) 100퍼센트 반영', '학종 폐지'를 외친다. 두가지 이유에서다. 학종을 못 믿겠다는 것과 있는 자에게만 유리하다는 것"이라며 "그들에게는 온전한 정직함을 담보하지 못할 대안은 없는 편이 낫다"고 했다.

이 같은 일련의 설명들은 '고등학생 때 교수 부모 인맥을 통해 마련된 2주 대학 인턴 활동으로 전문 논문 제 1저자에 이름을 올린 뒤, 대입 과정에서 성과로 활용했다'는 조 후보자 딸 의혹에 왜 청년들이 분노하는 지에 대한 '맞춤형' 분석으로도 읽힐 수 있다.

이른바 '스펙 품앗이', '학벌 대물림' 논란에 '불법은 아니다'라는 식의 해명이 왜 공감을 얻지 못하는 지도 엿볼 수 있다는 평가다.

◇ 학계도 "'수저계급론' 속 분노, 이번에 폭발…'불법 아냐' 해명 통하지 않을 것"

학계 전문가들의 의견도 크게 다르지 않다. 조 후보자 딸과 관련한 일련의 의혹은 젊은이들이 분노하는 지점과 정확하게 맞물렸다는 것이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 교수는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청년들은 그동안 '수저계급론' 등을 언급하며 인터넷에서 이미 시위를 벌이고 있었다. 노력 대신 개인적 백그라운드(배경)에 의해 삶이 좌우되는 것에 대한 불만이 엄청 심했다"며 "그런 불만이 이번에 폭발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곽 교수는 정치인 자제의 각종 특혜를 비롯해 그간 유사 의혹들이 이어졌음에도, 유독 조 후보자 딸 관련 의혹에 대한 분노가 강하게 표출되는 이유는 이른바 '대립감정이론'으로 설명했다. 그는 "쉽게 말해 기대가 있으면 실망도 크다는 것인데, 조 후보자에 대한 청년들의 기대가 컸던 것 아닌가 한다"고 밝혔다.

조 후보자가 과거 '개천에서 용 나기 힘든' 사회를 논하면서 "더 중요한 건 개천에서 붕어, 개구리, 가재로 살아도 행복한 세상을 만드는 것"이라며 젊은층에 '공감의 언어'를 사용했던 만큼 그 실망감이 더 클 것이라는 얘기다.

진보·개혁성향 사회 원로로 꼽히는 조한혜정 연세대 명예교수도 "요즘 청년들이 "공평·공정의 가치에 굉장히 민감하다"고 봤다. 조 교수는 "자신의 모든 것을 일류대 내지는 한정된 기회를 갖기 위해 노력했는데, 그게 공정·공평하지 못하다고 느낄 때에는 가만히 있지 않는 것"이라며 "(이 같은 측면에서) 자신이 손해를 본다고 생각하면 일어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법을 어긴 것은 아니다'라는 여권 일각의 방어 논리에 대해서는 "법 얘기로는 통하지 않을 것 같다"는 의견도 내놨다.

다만 조 후보자 딸 의혹과 관련해 "이런 식으로 완전히 여론몰이로 가는 것은 건강하지 않다고 본다"며 "물론 분이 풀리지는 않겠지만, 딸이 입시 준비를 하던 그 당시의 맥락에서 적절한 행위였는지 논의가 있었으면 한다"고 고 당부했다. 

한편 조 후보자는 25일 딸 의혹에 대해 '법적 하자가 없다'는 기존 입장을 지키면서도 "제도에 접근할 수 없었던 많은 국민들과 청년들에게 마음의 상처를 주고 말았다"며 "아이 문제에 불철저하고 안이한 아버지였음을 인정한다"고 사과했다. 

그러나 이 입장문을 자신의 페이스북에 게시하기 불과 몇 분 전, '이번 사건을 보면서 한국의 학계가 왜 그리도 1저자에 집착을 하고 광기에 가까운 여론몰이를 하는지 참 이해를 할 수 없었다'는 내용이 포함된 한 교수의 글을 공유하면서 사과의 진정성을 의심받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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