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가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 지소미아)의 종료를 결정하자 일본 내각이 충격을 받은 모습이다. 아베 총리는 물론 장관들의 반응만 보아도 충격과 모욕감 그리고 당황스러움이 역력하다. 일본 내각이 이렇게 과도하게 반응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첫째는 한반도 유사시 자위대가 진출할 수 있는 명분과 단초를 만들 여지가 있는 군사협정이 종료됐기 때문인 것 같다. 북한의 핵과 미사일로부터 자국의 안보가 위협받게 된 것도 물론이다. 

지소미아는 한·일 사이에 체결된 최초의 군사협정으로 그 목적이 군사비밀정보를 교환하는데 있다. 일본은 양국의 군사비밀정보 교환이라는 협정 내용을 단초로 일본 군대가 한반도에 진출하는데 이용하려 들 수도 있다. 130여 년 전 일본과 청나라가 체결했던 톈진조약이 일본군대의 한반도 진출을 여는 단초가 되리라고는 아무도 생각하지 못한 것처럼.

지소미아 제8조는 한·일 양국 당사자 대표가 군사비밀정보에 접근하기 위한 방문을 요청하면 허가하도록 했다. 자위대 고위급 장성이 한국의 군사비밀을 얻기 위해 방문을 요청하면 허가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 군사비밀의 최고등급을 알려줄 책임이 있다. 일본은 이처럼 지소미아가 한반도 유사시 일본군대의 진출에 초석이 될 수 있는 매우 중요한 군사협정이라고 인식하고 있는 것 같다. 지소미아 종료로 일본 내각이 당혹감과 굴욕감을 느끼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알다시피 일본의 한반도 진출에 대한 야욕은 변한 것이 없다. 지소미아 종료 결정에 일본 내각이 당혹해 하는 이유도 과거 역사를 돌아보면 금방 알 수 있다. 일본은 한반도 진출을 위해 끊임없이 힘과 지혜를 모아왔으며 뿌리 깊은 침략적 팽창론의 상징인 정한론은 지금도 바뀌지 않고 있다. 

1963년 드러난 일본 자위대의 '미쓰야 계획'으로 일본군의 한반도 진출은 변치 않는 그들의 야욕임이 드러났다. 이 계획을 보면 한반도에서 전쟁이 일어나면 주일미군이 1차로 출동하고 미군의 후방지원을 빌미로 일본 자위대가 함께 출병해 한반도로 진출해 주둔한다는 계획이다. 파장을 일으킨 미쓰야 계획은 사라졌지만 그 기본 틀은 현재도 여전하다. 

주한미군사령부가 지난달 발표해 논란이 된 '전략다이제스트 2019'도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이 자료에 따르면 '유사시 유엔사는 일본을 통해 한국에 대한 지원과 병력 제공을 계속한다'고 되어있다. 한반도에서 주한미군이 철수하면 일본 자위대가 그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하는 미국의 숨은 전략일 수도 있다. 

아베가 2015년 국회에서 통과시킨 안보법(집단자위권)도 위험하기는 마찬가지다. 일본은 집단자위권을 통해 자국과 밀접한 관계에 있는 국가가 공격을 받을 경우 자위대가 무력으로 반격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갖게 됐다. 문제는 일본이 집단자위권을 발동할 경우 가능성이 가장 높은 지역이 한반도라는 사실이다. 

아베는 이에 머물지 않고 헌법 개정을 통해 군대를 보유하고 전쟁할 수 있는 나라를 만들기 위해 진력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 한국의 지소미아 종료 결정으로 뼈아픈 일격을 당한 셈이 됐다.

두 번째 이유는 지소미아 종료로 상처 입는 일본 내각의 자존심이다. 한국 정부의 주체적이며 공격적인 대일 군사외교 정책의 실행이 그들을 당혹스럽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과거 한국 정부가 일본에 대해 한번도 '아니오'라고 정면으로 거부한 일이 없었기 때문에 일본 내각의 충격이 더 컸을 것이 분명하다. 

무엇보다도 한국은 자신들보다 하급 내지는 식민 지배를 받은 후진국가라는 무의식 속에 잠재돼 있는 인식을 여지없이 깨트리는 상황이 일어나자 모욕을 당한 듯 감정이 폭발한 것일 수도 있다. 

지소미아 종료 선언으로 대한민국은 일본에 대해 '아니오'라고 당당히 맞설 수 있는 주권국가임을 보여주었다. 무엇보다도 일본의 변함없는 한반도 진출 야욕에 악용될 수도 있는 단초를 없앤 셈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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