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사태’를 본 태영호 전 북한 영국대사관 공사는 북한 대학입시도 단순하지 않다고 했다. 한국의 수능시험과 비슷한 시험점수, 수시와 비슷한 추천 서류들로 구성된다. 추천서류에 들어갈 내용이 ‘스펙’에 해당된다. 대입 서류에는 가계표, 자서전(한국의 자기소개서), 학업성적표, 생활 평정서 등이 있다. 이 가운데 가장 중요한 것은 가계표다. 가계표에 적힌 조부모, 부모, 친척 직업만 봐도 어떤 가정에서 출생했는지 쉽게 알 수 있다. 
가계표를 보면 크게 핵심계층, 동요계층, 적대계층으로 나뉜다. 핵심계층에 속하면 김일성 종합대학이나 김책 공업종합대학 등 명문대에 쉽게 들어갈 수 있다. 핵심계층에서도 조부가 김일성과 항일 빨치산을 함께한 ‘백두산 줄기’이면 ‘혁명가 유자녀’로 가산 점수를 더 받는다. 
부모가 당과 국가를 위해 일하다가 사고로 사망했거나 특수한 공로를 세웠으면 ‘사회주의 애국열사 가족’으로 분류돼 가산점을 받는다. 다음으로 중요한 것이 정치 조직 책임자가 써주는 생활평정서이다. A4용지 2페이지 정도에 김씨 일가에 대한 충성심, 사회주의 애국심, 집단주의 정신, 혁명적 동지애를 평가받는다. 
좋은 대학에 진학하려면 공부도 중요하지만 정치 생활 평정도 잘 받아야 한다. 그러자면 매일 아침 동네 주변에 있는 김일성·김정일 동상이다 교실 벽에 걸려있는 김일성·김정일 초상화를 청소하는 ‘모심사업’을 꾸준히 해 좋은 평가를 받아야 한다. 농촌 모내기 전투나 가을 추수 전투에도 성실히 참여해야 한다. 
지난 10여 년간 한국의 계층 이동 통로였던 ‘교육 사다리’는 급격하게 무너졌다. 개혁이라는 가면을 쓰고 등장한 입학사정관제, 로스쿨, 의치학전문대학원 등은 기득권 대물림의 시스템으로 작동하면서 기회∙소득 불평등을 키웠다. 특혜를 누린 가정에서 자란 자녀들이 온갖 편법을 동원해서 특권까지 누리고 있다. 
오죽하면 이제 남은 사다리는 5급 공무원 밖에 없다는 말이 나오겠는가. 붕괴된 교육사다리를 서둘러 복원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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