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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단적 붕당을 넘어 만민공동회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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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병길 시인·울산 민예총 감사
  • 승인 2019.09.09 2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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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길 시인·울산 민예총 감사




붕당적 논쟁, 점차 소모적 갈등…증폭적·분단적·분열적 전개
생산성 점점 사라지고 사화 같은 집단적 살육 파괴성 드러나
 만민공동회로 대동단결…분단 아닌 통일적 논쟁시대 열어야

한국인만큼이나 논쟁을 좋아하고 정파적인 국민도 드물다. 논쟁은 때론 생산적이지만 파괴적이다. 한국을 더 나은 민주주의 사회로 만든 원동력이지만, 정파 간의 갈등을 증폭시키고 진영으로 갈라 세우기도 했다. 
한국인의 논쟁적 전통은 조선의 붕당(朋黨)에서 찾아볼 수 있다. 붕당은 말 그대로 뜻을 같이하는 친구의 모임이다. 공자가 『논어』에서 멀리서 나를 찾아오니 반가운 바로 그 친구이다. 그냥 심심해서 온 친구가 아니라, 정치적 사회적 문화적으로 뜻을 같이하는 동지이자 같은 길을 가는 동무이다. 성향은 혁명적, 개혁, 중도적, 보수적일 수 있다. 친구들의 무리가 모인 곳이 사림(士林)이었다. 공부하는 선비들이 같은 뜻을 가지고 모이니 마치 숲을 이룬 집단과 같았다. 이 사림이 바로 붕당의 뿌리이다. 뜻을 같이하는 스승과 제자가 만나고, 친구가 모여서 매일 공부를 하고 열띤 토의를 하였다. 자연스럽게 정치적 이념이 만들어지고, 국가 경영에 관해 관심을 표명했다. 처음에는 글로서 시작하다가 점차 행동화하였다. 사림이 있는 곳에 붕당이 존재했다. 이러한 가운데 붕당끼리의 논쟁은 상대를 논파하면서 손가락질하다가 죽음에 이르는 사화(士禍)를 겪기도 하였다. 
붕당적 논쟁이 파괴적이었음은 역사에서 충분히 증명된다. 때론 분열과 분단의 사회를 만들었다. 해방 이후 한국인들은 자주독립 국가 수립에는 동의했지만, 신탁통치에 대한 입장에 따라 다양한 붕당이 등장했다. 결국 대동단결적 노선이 정립되지 못하고 붕당적 이기주의 때문에 영토는 분단되었다. 영토 분단은 한국전쟁을 통해 이념 분단까지 이루어졌다. 그 결과 휴전선은 남북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 내부에도 빨간 줄을 그었다. 빨간 줄은 반독재와 민주화 운동을 통해 지워야 했다. 
일제 강점기에도, 해방 이후에도, 독재 시대에도, 민주화 시대에도 붕당은 늘 함께 했다. 붕당의 논쟁은 한국 사회를 가장 역동적이게 하였으며 오늘날에는 민주화와 다양화의 길로 만들었으며, 동북아시아에서 민주주의 발전의 시발점 역할을 했다. 붕당은 분단과 분열이 아닌 통일적 붕당인 만민공동회(萬民共同會)의 모습이었다. 1898년 독립협회는 다양한 붕당들이 참여한 만민공동회를 열었다. 붕당의 통일이었다. 정부의 친러적 정책과 비자주적 외교에 반대하여 일어난 집회로 자주외교와 국정개혁을 주장하는 등 성과를 보였다. 그 후 1919년 3.1독립만세운동 때 만민이 대동단결하여 전 세계를 향하는 한국민이 자주민임과 한국이 자주독립국임을 선언하였다. 
한국 현대사는 반독재 민주화의 길을 걸어왔다. 그 길을 가는 데 많은 친구들이 함께했다. 때론 펜으로, 맨주먹으로, 돌멩이로, 화염병으로, 촛불로 함께 하였다. 붕당은 작은 차이를 극복하고 통일적 붕당노선, 만민공동회를 통해 대동단결하여 현실적 힘으로 등장했다. 정치적 격변기마다 한국 역사의 물꼬를 바꾸었다. 4.19혁명, 6월 민주화 운동, 촛불 시민혁명이 그것이었다. 
최근 청문회 정국을 보면 안타까움이 많이 든다. 한국 민주주의를 꽃피운 정치 참여적 붕당적 논쟁이 점차 소모적이고 갈등 증폭적이고 분단적이고 분열적으로 전개되고 있다. 붕당의 생산성은 점점 사라지고 사화와 같은 집단적 살육의 파괴성이 드러나고 있다. 분단은 휴전선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붕당들 사이에 생기고 있다. 논쟁이 진영으로 나누어지고 감성적으로 친구를 비난하고 상대를 죽여만 승리했다고 여기는 전투적 파괴적 경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한국 붕당의 위기는 민주주의 위기이다. 역지사지하지 않고 공감과 배려가 없기 때문이다. 큰 이야기보다 작은 이야기에 매몰되었기 때문이다. 문제 해결의 근원적 질문을 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제 큰 이야기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향후 100년 대계를 위해 만민공동회를 열어 미래를 새 백년을 어떻게 설계해야 할 것인지 논쟁을 해야 한다. 국제적으로는 사대주의적 사고를 극복하고 자주적 국익을 위한 노선을 재정립해야 한다. 국내적으로는 갈등 양산적인 사회구조를 극복하는 방안을 제시해야 한다. 한반도를 평화 지역화해야 한다. 이 땅에 사람과 사람, 지역과 지역, 붕당과 붕당 사이에 분단의 휴전선이 사라져야 한다. 이분법적 분단적 논쟁이 아닌 통일적 논쟁의 시대가 와야 한다. 이제는 분단적 붕당을 넘어서 만민공동회로 나아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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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길 시인·울산 민예총 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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