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우한국언론진흥재단·작가

버스 첫차는 한가…앉을 수 있고 평소보다 시간 덜 걸려 
아침식사 거의 거르고 과자몇개 믹스커피 한잔으로 달래
고요한 새벽시간에 근무 업무에만 집중 처리속도 빨라져

회사에서 새로운 업무를 맡게 되었다. 처음 맡은 업무이다 보니 일 처리가 능숙하지 않고 아무래도 시간이 더 걸릴 수밖에 없다. 업무를 처리하는 절차도 까다롭고 복잡하다. 업무의 양도 만만치 않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정해진 근무시간외에 초과 근무를 할 수 밖에 없다. 다른 직원들이 모두 퇴근 한고 난 뒤, 텅 빈 사무실에 남아 야근을 하는 것이 일상화 되어 버렸다. 다행인 것은 같은 업무를 맡고 있는 동료 직원들이 모두 일을 잘 하고 성격이 좋다는 것이다. 일이 많아서 힘들고 스트레스를 받는 경우도 많을 텐데, 짜증을 내기 보다는 즐겁게 일하려고 노력한다. 서로가 서로를 격려하고 힘을 북돋아 준다. 서로의 업무를 도와주기도 한다. 서류 정리를 잘 하는 직원은 서류 정리를 도와주고, 컴퓨터 작업에 능숙한 사람은 컴퓨터 업무를 도와주며 회계에 밝은 직원은 회계 처리에 도움을 준다. 어렵고 힘든 시간을 함께 견디다 보니 동료들과의 관계도 훨씬 돈독해 진다. 매일 밤 10시는 돼야 퇴근을 하는 야근이 일상화되었지만 사무실에서 음식을 함께 주문해 먹는 저녁 시간은 그래서 때때로 즐겁기도 하다. 
야근이 생활화 되었지만 야근만으로 일을 다 끝내지 못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이럴 땐 어쩔 수 없이 새벽에 출근을 할 수 밖에 없다. 새벽 5시에 출발하는 첫 차를 타고 사무실에 6시에 도착해 일을 시작한다. 야근까지 포함하면 하루 15시간 이상을 사무실에 있는 셈이다. 아무도 없는 새벽에 일을 하면 업무 처리 속도는 확실히 빨라진다. 전화벨도 울리지 않고, 말을 거는 상대방도 없으니 오로지 업무에만 집중할 수 있다. 아무도 없는 고요한 새벽시간에 그동안 밀려 있던 업무들이 속속 줄어든다. 쌓여 있던 업무들이 사라지는 과정을 보면 마음 한편에 뿌듯한 감정까지 찾아온다. 밀린 업무를 처리해야 다른 직원이 다음 업무를 처리할 수 있고, 외부 관계자들이 기다리던 소식이기 때문이다. 새벽 이른 시간에 나와 근무를 한다는 게 결코 기분 좋은 일만은 아니지만, 업무가 처리되기를 기다리는 외부 관계자들을 생각하면 그건 직원으로서 마땅히 감당해야 할 몫이다. 문제는 이러한 것이 직원 개개인이 감당해야 할 몫으로만 남겨져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과중한 업무에 대한 부담감, 업무를 처리하기에 절대적으로 부족한 시간과 인원 부족의 문제는 개인이 아닌 조직 차원에서 고민하고 해결해야 할 문제들이다. 직원 개개인에 대한 업무 부담은 내부의 문제로만 국한되지 않는다. 지연되는 업무처리로 외부 관계자들에게 불편을 초래할 뿐 아니라 그들에게 돌아가야 할 마땅한 권리마저 빼앗기게 된다. 이런 일이 반복되면 결국 불신이 쌓이고, 종국에는 사회가 건강하지 못하는 요인이 되기도 한다. 직원 개개인에 대한 업무 과중이 사회를 병들게 하는 요인이 되는 것이다. 
새벽 출근의 장점은 출근길이 복잡하지 않다는 것이다. 지역에 따라 차이가 있겠지만, 경기도 고양시에서 서울로 출근하는 광역버스의 새벽 첫차는 한가하다. 승객도 많지 않다. 내리고 타는 사람이 적고 길도 밀리지 않으니 평소보다 시간이 훨씬 덜 걸린다. 의자에 앉아 올 수 있으니, 그 시간에 부족한 잠을 보충할 수도 있다. 
출근길이 복잡하지 않은 건 장점이지만 아침 식사를 거의 하지 못하고 나온다는 것은 단점이다. 배고픈 속을 과자 몇 개와 따뜻한 믹스 커피 한 잔으로 달랠 수밖에 없다. 사무실 의자에 앉아 새벽부터 과자 봉지를 뜯는다. 청소하는 아주머니가 이 모습을 몇 번 보더니 어느 날 삶은 계란 두 개를 건넨다. 본인도 아침마다 계란을 삶아 먹는다며, 삶는 김에 몇 개 더 삶았다고 한다. 고마운 마음에 시원한 아이스커피를 한 잔 사다 드렸다. 아이스커피를 건네며 고맙다고 말하자 아주머니는 오히려 계란을 선뜻 받아 준 마음이 고맙다고 한다. 어떤 사람들은 청소하는 사람들이 주는 건 더럽다고 받아먹지도 않는다는 말을 덧붙인다. 그게 무슨 말이냐고, 세상에 그런 사람이 어디 있냐고 말했지만 마음 한 구석이 착잡해 지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아주머니는 매일 계란을 두 개씩 더 삶아 오신다. 어쩌다가 새벽에 출근을 하지 않는 날이면, 사무실 책상 위에 계란 두 개가 어김없이 놓여 있다. 그걸 보고 있노라면 미안한 마음이 먼저 밀려든다. 어느 날은 견과류를 건네고, 어느 날은 빵을 건넨다. 본인 먹으려고 사는 김에 하나 더 샀다는 말을 늘 덧붙인다. 그분에게 보답할 수 있는 길은 가끔 거피를 한 잔 사드리거나 집에서 싸온 과일을 나눠주는 것 밖에 없다. 아주머니의 수고스러움으로 사무실이 매일 깨끗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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