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소하고 볼품없는 외모로 주목받지 못했던 아이. 방과 후 골방에 처박혀 무협지를 열독하며 천하 무림 고수를 하나둘씩 쓰러뜨리는 주인공을 꿈꿨던 괴짜. 1982년 중국 대입고사 가오카오(중국판 수능) 첫 응시 때는 수학 120점 만점에 단 ‘1점’을 맞고도 명문대학 베이징대에 지원해 낙방한 ‘막무가내’ 철부지. 
10대 시절 이처럼 열악했던 청년이 오늘날 중국의 거인이 됐다. 중국 정보통신기술(ICT)업계에서 역사적 한 획을 그은 그는 최대 전자상거래업체 알리바바를 창립한 마윈(馬雲)이다. 
그야말로 ‘흙수저’로 태어나 시가총액 4,600억달러(약 549조원)의 글로벌 전자상거래 그룹을 일군 그는 55세 생일이자 회사 창립 20주년을 맞아 알리바바 회장 자리에서 물러났다. 1년 전에 2019년 9월10일 경영 일선에서 손을 떼겠다는 약속을 지켰다. 
유년 시절 영어 이외에는 관심이 없었던 그는 삼수 끝에 항저우 사범대에 진학, 졸업 후 영어 강사로 5년간 일했다. 글로벌 마인드를 갖추기 위해 외국인 무료 관광 가이드를 자청하며 중국 밖 세상을 꿈꿨다. 미국 출장 때 인터넷과 새로운 부가가치 시장의 가능성을 목격했다. 1999년 동료 17명과 황저우의 작은 아파트에서 자본금 50만위안(약 8,300만원)으로 알리바바를 창업했다. 
2004년 선보인 모바일 결제 플랫폼 ‘즈푸바오(알리페이)’는 인터넷에서 ‘결제혁명’을 일으키며 알리바바 전자상거래 사업의 폭발적 성장에 기여하는 촉매제 역할을 했다. 미·중 무역전쟁 여파에도 지난해 알리바바는 전년대비 50%이상 늘어난 매출 3,453억위안(약 57조9,000억원)을 거두는 저력을 보여줬다. 
함께 기업을 경영하면서 차세대 리더를 키우는 알리바바 그룹의 ‘동업자 제도’가 주목된다. 현재 알리바바 그룹에는 38명의 동업자가 있다. 후계자로 낙점된 장융(張勇·47) CEO는 마 회장이 영입한 회계전문가다. 창업자 숭배 경향이 강하고 대를 이어 경영하는 중국 기업 풍토에서 55세에 시가총액 4,600억달러 기업 회장직을 영입 인사에 넘긴 것은 전례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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