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7호 태풍 '타파'가 북상하고 있는 9월 22일 오후 울산시 동구 일산해수욕장에 요트 등 배 2척이 강풍과 파도에 떠밀려 와 있다.연합뉴스
김병길 주필

 43년 만에 올 한반도 태풍 여섯번 
 바닷물 온도 상승 `가을태풍' 사나워 
`태화강 국가정원' 태풍대책 세워야 

 9월23일 전국신문 1면톱 사진 
 신기하게도 `좌초 요트 사진' 일색 
 못 속이는 신문 편집자들 눈은 `그사진' 

‘타파’날자 배 떨어졌다는 신문 사진 제목이다. 9월 22일 태풍 타파가 휩쓸고 지나간 뒤 울산 지역 과수원바닥에 배가 나뒹굴고 있었다. 
올해 해수 온도가 평년보다 낮은데다 잇단 태풍 때문에 가을철 별미 전어가 많이 잡히지 않아 값이 치솟고 있다. 매년 이맘때 쯤 판촉행사가 열리던 대형 마트에서도 전어가 사라졌다. 수산물 축제에선 양식 전어를 사야할 형편이다 
조선시대 서유구는 실용서 ‘난호어목지(蘭湖魚牧地)’에서 “귀천이 모두 좋아하고 맛이 좋아 사는 사람이 돈을 생각하지 않는다”는 뜻으로 돈 전(錢)자 전어(錢魚)라고 했다. 가을 태풍과 함께 이런 가을 별미 실종사건이 예사롭지 않다. 
올해는 우리나라가 태풍의 영향을 유난히 자주 받고 있다. 제17호 태풍 ‘타파(TAPAH)’는 올해 한반도에 영향을 미친 여섯 번째 태풍이다. 한 해 동안 태풍의 영향을 여섯 번이나 받은 건 1976년 이후 43년 만이다. 기상청은 북 태평양 고기압의 수축이 느려 태풍의 통로가 열려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타파는 올 7~9월에 발생한 다나스, 프란시스코, 레끼마, 크로사, 링링에 이어 한반도에 여섯 번째로 영향을 끼쳤다. 
한 해 동안 여섯 번이나 태풍의 영향을 받은 경우는 이례적이다. 기상관측이 시작된 1904년 이후 태풍 영향을 가장 많이 받은 해는 1950년과 1959년으로 7개의 태풍이 왔다. 타파까지 6개 태풍이 영향을 받은 올해는 역대 기록으로 공동 3위인 셈이다. 기상청은 이런 이유를 북태평양 고기압이 평년보다 발달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한해에 북 태평양에서 발생하는 태풍은 평균 25.6개에 이른다. 그중 한반도에 영향을 주는 태풍은 3.1개에 이른다. 올해는 지금까지 발생한 태풍이 17개에, 한반도에 영향을 미친 것이 6개로 두 배 가까이 늘었다. 10~12월 사이에 평균적으로 7.1개가 발생하기 때문에 안심할 수 없다. 
9월에 생기는 ‘가을 태풍’은 한여름 뒤끝에 바닷물 온도가 높아져 에너지가 커지면서 더욱 사납다. 1959년 한반도를 할퀴며 사망·실종 849명, 이재민 37만여 명의 피해를 낸 ‘사라’도 9월에 닥쳤다. 131명의 인명과 4조 2225억 원의 재산을 쓸어간 ‘매미’(2003년) 역시 가을에 왔다. 
올 9월에는 지난 7일 상륙한 ‘링링’이 강한 바람과 함께 왔지만 23일 불어 닥친 ‘타파’는 강풍과 물 폭탄을 동반해 수확 철 영호남 등 남부 지역이 쑥대밭으로 변했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이번 태풍으로 농경지 3249ha가 침수되고, 어선·요트 등 선박 16척이 좌초표류했다고 밝혔다. 3명이 숨지고 중경상자 30명의 인명 피해가 발생했다. 
일제 강점기였던 1936년 8월에는 강력한 태풍 ‘3693호’가 전국을 휩쓸어 1232명이 목숨을 잃었다. 기상 관측 이후 최대 규모의 인명 피해였다. 그때 경북 포항에서 태풍을 맞은 시인 이육사는 ‘온 시가지는 창세기의 첫날밤 같은 암흑에 흔들리고 폭우가 화살같이 퍼붓는다’고 기록했다. 
당시 사람들은 태풍이 순 우리말 ‘싹쓸바람’처럼 모든 것을 쓸어버리는 폭풍우 앞에 ‘이를 악물고, 있는 힘을 다해’ 버텼다. 하지만 역부족이었다. 1923년 8월에 발생한 ‘2453호’ 태풍 때의 인명 손실(1157명) 보다 더 많은 사람이 죽고 다쳤다. 2002년 8월에는 태풍 ‘루사’의 급습으로 사상 최대 규모의 재산피해(5조 1479억)가 났다. 
태풍은 바닷물을 뒤집어 해양과 대기를 정화시키는 역할도 한다. 하지만 인명과 재산에 막대한 피해를 입히기에 철저한 대비가 필요하다. 태풍에 처음 이름을 붙이기 시작한 호주 기상예보관들이 ‘가장 싫어하는 정치인의 이름’으로 작명한 것을 보면 짐작이 간다. 대자연에서나 인간 세상에서나 태풍은 모두가 꺼리는 불청객일 수밖에 없다. 
태풍 ‘타파’는 울산 지역에 최대 300mm의 비를 뿌리고 바람도 거세 피해가 적지 않았지만 지난 2016년 ‘차바’에 비하면 피해가 적었다. 하지만 국가정원으로 지정된 태화강변은 큰 태풍이 오면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인다. 태화강 국가정원은 태풍의 계절이 올 때마다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여 대책 마련이 급선무다. 
17호 태풍 ‘타파’가 할퀴고 간 다음날인 9월23일 신문지면 1면 톱 사진은 중앙지나 지방지 대부분이 강풍과 파도에 떠밀려 동구 일산 해수욕장 모래사장에 좌초된 요트사진이었다. 7t급의 하얀 요트와 반 토막이 난 3.5t급 요트 두 척이 전 국민의 시선을 끌었다. 요트 주인은 레저 선박 촉진 장치와 요트 신제품 개발 계획을 가진 20대 청년(동구 전하동)으로 알려져 안타까움을 더했다. 
모래사장에 좌초된 채 거센 파도와 강풍을 맞고 있는 사진은 태풍 ‘타파’의 위력을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었다. 중앙지와 지역 신문들이 이 사진을 놓치지 않은 것은 신문 1면 편집자들의 시선이 신기하게도 일치했음을 말하고 있다. 2019년 9월 제17호 가을 태풍 ‘타파’는 울산 동구 일산 해수욕장 모래사장에 좌초된 요트사진으로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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