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치 폭탄이 터진 듯 버섯모양의 화염이 치솟았다. 휴일 낮에 벌어진 울산항 염포부두 선박 폭발사고로 시민들은 하루 종일 공포에 떨어야 했다. 다행히 사망자가 나오진 않았지만 사고 선박과 주변에서 일하던 근로자 등 20명 가까이 크고 작은 부상을 입었다. 일부 놀란 선원들은 바다로 뛰어들었다고 하니 얼마나 급박한 상황인지 짐작이 가고도 남는다.

아직 정확한 사고조사 결과는 나오지 않았지만 해경 등에 따르면 케이맨 제도 선적 석유제품운반선인 스톨트 그로이란드(STOLT GROENLANDㆍ2만5,881t급)호가 옆에 정박 중이던 싱가포르선적 바우다리안(BAWDALIAN)호에 화학제품을 옮겨 실으려던 과정에서 폭발과 함께 화재가 발생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당시 그로이란드호에는 인화성이 강한 스틸렌과 아클릴로나이트릴, 아이소부틸아세테이트 등 30종의 석유화학물질 2만5,000여t 가량이 적재중인 것으로 파악되고 선박 자체에서 불이나 폭발했을 가능성도 있다.

액체물류 취급이 많은 울산은 이 같은 위험이 상존하고 있다. 석유화학산업단지가 위치한 울산은 국내 1위, 세계 4위의 액체물류 취급항이다. 지난해 기준으로 석유 등 케미칼 액체화물 물동량이 1억6천700만t에 달한다. 또 고압가스, 독극물 등 고위험 화학물 물동량은 1만2,000TEU가 수출·입 됐다. 물동량이 많은 만큼 사고 발생의 위험도 상존해 있다는 것이다. 이번 사고는 울산항에 언제든지 유사한 액체물류 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을 확인 시켜준 것이다. 울산 항만관련 기관들은 이번 사고를 계기로 울산항의 전반적인 안전 대책을 꼼꼼히 되돌아봐야 하겠다.

고위험선박, 노후선박에 대한 점검체계를 더욱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울산지방해양수산청에 따르면 지난해 울산항에 입항한 외국적 선박 400척에 대해 항만국통제를 실시한 결과, 이중 78.7%인 315척의 선박에 대해 출항 전 시정 등의 조치가 이뤄진 것으로 나타났다. 울산항에 들어오는 선박 5대 중 4대가 각종 결함 때문에 입항 전 지적을 받는다는 것이다. 특히 선령 30년 이상의 고선령 선박 결함이 100%로 매우 높고, 10~20년은 86.3%, 20~30년은 89.8%나 된다고 한다. 항만당국이 입항선박들에 대한 더욱 철저한 관리가 필요한 이유다.

이번 폭발과 화재로 시민들의 건강을 위협하는 유해성 물질이 누출되지는 않았는지 걱정이다. 관련당국의 철저한 조사와 함께 신속한 대처로 시민들의 불안감부터 우선 떨쳐내야 할 것이다.

저작권자 © 울산매일 - 울산최초, 최고의 조간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