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후라에서 나는 소리 같은데요”“마후라가 터졌네요” 카센터에서 들을 수 있는 얘기다. 영어 ‘muffler’는 자동차 소음기(消音器·소리를 줄이는 장치)를 말한다. 이를 일본식 발음으로 하니 ‘마후라’가 됐다. 추위를 막거나 멋을 위해 목에 두르는 천을 가리키는 영어 머플러(muffler)의 일본식 발음도 ‘마후라’다. 
목도리가 마후라로 익숙해진 데는 이유가 있다. ‘빨간 마후라는 하늘의 사나이~’로 시작하는 노래가 1960년대 라디오 드라마에 이어 영화 ‘빨간 마후라’의 주제곡으로 유행했다. 한국 전쟁 중 조종사들의 활약과 사랑을 그린 영화와 함께 많이 불렸다. 
이 노래는 우리 공군을 상징하는 노래가 되기도 했는데, 이는 조종사들이 빨간 목도리를 목에 두르는 전통이 있어서다. 대한민국 공군 조종사의 상징인 빨간 마후라를 처음 착용한, 공군 창설 주역인 고(故) 김영환 준장이 ‘10월의 호국인물’에 선정됐다. 
6.25 전쟁이 터졌을 때 우리 군대는 전투기가 한 대도 없었다. 미국에서 넘겨받은 L-4, 5 연락기 10대와 T-6 훈련기 10대가 전부였다. 북한은 소련제 전투기 60대 등 220여대를 앞세워 남침했다. 전투기 도입이 시급했다. 당시 공군 대대장이던 김영환 중령은 긴급 명령을 받고 동료 조종사 9명과 일본으로 날아갔다. 
미국 극동 공군의 전투기 F-51 무스탕 10대를 인수했다. 귀환한 다음날인 7월3일 곧바로 전투에 출격했다. 이듬해부터는 미군 지휘를 받지 않고 한국 공군 최초의 단독 작전에 나섰다. 
이 때 조종사들이 착용한 빨간 마후라는 그의 아이디어에서 나왔다. 추락한 아군 조종사의 수색 방안을 논의하다가 눈에 잘 띄는 빨간색을 떠올렸다. 그는 1951년 8월 제10전투비행단 전대장 때 지리산 공비 토벌 작전 수행 중 해인사 폭격 명령을 거부하고 팔만대장경 등 국보급 문화재를 지킨 주인공이기도 하다. 
안타깝게도 1954년 3월 5일 비행 중 악천후로 34세에 순직했다. 그의 F-51무스탕 첫 출격날 인 1950년 7월 3일은 조종사의 날이다. 올 10월1일은 공군 창군 70주년 기념일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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