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최초로 순수 ‘민간인’만으로 꾸려졌던 새울원전 민간조사단이 위법 논란과 주민 반발 등에 부딪혀 ‘민·관’합동조사단으로 선회하기로 했다. 하지만 당초 ‘독립성’을 이유로 출범했던 ‘민간조사단’의 정체성은 혼란을 빚게 됐고, 법적 근거를 마련하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9일 새울원전 민간조사단 측에 따르면 최근 조사단은 ‘민관합동조사단’으로 변경하는 안건을 통과시켰다. 조사단 위원 17명 중 15명이 참여했고, 10명이 찬성한 것으로 전해졌다. 1명은 기권했고, 4명은 반대했다.
조사단 측은 ‘민간’으로만 활동을 하는 데 한계가 있었고, 추진력을 얻기 위한 선택이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조사단이 활동을 본격화하기까지는 ‘산 넘어 산’이다.
조사단이 민·관이 함께하는 조사단으로 성격을 바꾸기로 했지만, ‘관’인 울주군과 사전 공감은 없었다. 그동안 울주군은 관련 부서에서 조사단이 출범하기까지 준비 작업을 돕긴 했지만, 출범 이후에는 완전히 손을 뗀 상태다. 실질적으로 ‘관’과 손을 잡기 위해서는 조사단 내부 규정도 바꿔야 하지만, 이는 조사단 회의에 상정되지도 않았다.
조사단 위원장을 맡고 있는 울주군의회 경민정 의원은 “안건을 논의하기 전 집행부와 미리 의논한 것은 없었다”면서도 이후 이선호 군수가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고 전했다. 경 의원은 “민간으로만 구성된 체제에서는 자료 하나를 확보하는 데도 한계가 있었고, ‘법적 근거가 없다’는 이유로 간담회조차 이뤄지지 않았다”면서 “일단 조사단 활동을 추진해야 한다는 데는 (집행부도) 공감했고, 이해를 구했다”고 덧붙였다.
당초 울주군은 ‘민관합동조사단’ 구성을 검토했다. 그러나 주민과의 협의 끝에 정부 정책에 영향을 받지 않는 ‘독립적’인 기구로 순수하게 민간인들로만 꾸리기로 변경했다. 그런데 민간조사단이 다시 ‘민관합동조사단’으로 방향을 바꾸면서 정체성이 모호해졌다. 기존 울주군이 참여하고 있는 새울원전 민간환경감시위원회 등 조직과의 기능이 중복될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주민들의 거센 저항도 과제다. 서생면 등 지역을 중심으로 조사단 활동에 반대하는 현수막이 내걸렸고, 조사단 위원들에게도 상당한 여론 압박이 가해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당초 조사단은 18명의 위원들로 출범했으나, 1명이 자진사퇴한 상태다.
원자력안전법에 위반된다는 논란도 여전하다. 새울원전 측은 “법적 근거가 없다”며 조사단의 두차례에 걸친 간담회 요청을 모두 거절했다.
경민정 위원장은 “최근 국무총리실과 산업통상자원부에 면담 요청을 했다”면서 “전남 영광군의 사례가 있는 만큼 긍정적인 결과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경 위원장은 11월부터 내년 1월까지 예정된 신고리 3호기 계획예방정비 기간에 맞춰 조사단 활동을 시작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정비가 시작될 때 참여하지 못하더라도 늦어도 12월 중 조사에 착수하겠다는 것인데, 정부가 조사단 활동에 힘을 실어줄지가 관건이다. 이달에 계획된 실무조사단 구성도 사실상 전면 중단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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