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협약·의정서 당사국총회서 오염수 문제 의제화 동의 이끌어

日 오염수 실제 방류 시 문제제기 후 결의안 채택 가능성 열어둬

런던협약·의정서 당사국총회 참석한 한국대표단 연합뉴스

우리 정부가 해양 폐기물 문제를 다루는 국제회의에서 일본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의 해양 방류 문제를 공론화하는데 성공했다.

9일(현지시간) 한국대표단 등에 따르면 지난 7일부터 런던 국제해사기구(IMO) 본부에서 열리고 있는 런던협약·의정서 당사국총회에서 우리 정부 대표단은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문제를 정식 의제로 다룰 것을 요청했다.

우리나라와 일본을 포함해 53개국이 비준한 런던협약·의정서는 해양환경 보호를 위해 해상 소각, 폐기물 및 기타 물질의 해양투기 및 수출을 명시적으로 금지하고 있다.

런던협약·의정서는 그동안 선박 등 해양에서의 폐기물 투기를 관리대상으로 규정했지만,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와 같이 육상에서 해양으로 직접 배출하는 경우에는 논의 대상에서 제외해왔다.

우리 정부는 지난 2011년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런던협약·의정서 내에서 이 문제를 논의할 것을 계속 제안해왔다.

그러나 당사자인 일본이나 IMO 사무국 등은 해당 이슈가 해상에서의 투기 등에 관한 런던협약·의정서가 아닌 국제원자력기구(IAEA)에서 논의해야 할 사안이라는 입장을 보여왔다.

이번 당사국총회에 우리측 수석대표로 참석한 송명달 해수부 해양환경정책관은 최근 일본 정부가 원전 오염수 처리 방안으로 해양 방류를 언급한 점을 지적하면서, 투명한 정보 공개와 함께 오염수 처리 방법 및 시기를 인접국가 및 국제사회와 논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런던협약·의정서 당사국총회에서 이번 사안을 지속적으로 논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환경 관련 비정부기구(NGO)인 그린피스 역시 일본의 원전 오염수 처리와 관련해 해양 배출 가능성을 우려하면서, 일본의 오염수 처리 시스템이 효율적이지 않다고 비판했다.

반면 일본 대표는 원전 오염수 문제는 해양투기 및 수출 등을 금지하는 런던협약·의정서 범위 내에 있지 않다며, IAEA 등에서 논의해야 할 사안이라는 입장을 유지했다.

일본은 특히 아직 원전 오염수 처리방법이 결정되지 않았고, 지난달 일본 내 외교관들을 대상으로 이에 관한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날 당사국총회에서는 한국 외에도 중국과 칠레 대표단이 일본의 원전 오염수 해양 배출 가능성에 대해 우려를 표명하면서, 이번 사안을 당사국총회에서 지속적으로 논의하자는 입장을 표명했다.

가나 출신인 아자라 프렘페 당사국총회 의장 역시 일본의 원전 오염수 해양 배출 문제가 당사국총회 논의사항이 아니라고 명백히 말하기 어려운 만큼 앞으로 관련 의제를 계속 논의할 수 있도록 하는 한편, 일본이 정보를 계속해서 공개해야 한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이에 일본 대표단은 앞으로 원전 오염수와 관련해 지속적으로 투명하게 정보를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송명달 해수부 해양환경정책관은 "일본은 그동안 일관되게 원전 오염수 문제는 IAEA 차원에서만 얘기하겠다고 밝혀왔다"면서 "IAEA 외에 다른 국제기구에서 문제가 제기돼 일본 정부가 정보 공개 의사를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설명했다.

당사국총회 준수그룹 부의장으로 회의에 참석한 김영석 주시카고 총영사는 "앞으로 당사국총회에서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문제를 논의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둔 것"이라며 "만약 일본이 실제 오염수를 배출하면 당사국총회에서 정식으로 문제 제기를 할 수 있고, 이것이 런던협약·의정서에 위반된다고 판단되면 강제력 있는 결의안을 내놓을 수도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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