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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기획취재 대곡천암각화군, 세계문화유산을 꿈꾼다<5·끝>반구대암각화를 세계문화유산의 반열에 올리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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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준형
  • 승인 2019.10.10 1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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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 세계 학자들이 모여 반구대암각화를 조사, 확인하고 있는 장면.  
 
   
 
  ▲ 문화재청과 울산시, 울주군은 지난달 ‘반구대암각화 보존과 세계유산등재를 위한 협약’을 체결했다.  
 
   
 
  ▲ 국보 제285호 반구대암각화를 품고 있는 대곡천 일대의 항공사진.  
 
   
 
  ▲ 반구대암각화 보존을 위한 사연댐 수문설치와 관련한 울산시민 토론회가 지난 7월 시의회 시민홀에서 송철호 시장, 시의원, 시민단체, 연구원, 유관기관 관계자 등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최근 등재된 한국의 서원과 산사, 통합의 장점 살려

올해 7월 ‘한국의 서원’이 우리나라 14번째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앞서 지난해에는 ‘산사, 한국의 산지 승원’이 등재되는 등 잇따른 쾌거를 거뒀다.


이들 두 유산의 공통점은 전국에 흩어져 있는 유산을 함께 묶었다는 점이다. 또 세계적으로 유사 유산이 있지만 독창성을 증명해내는 등 등재 전략의 중요성을 시사하고 있다.

우선, 서원은 조선시대 성리학 교육시설로 영주 소수서원, 경주 옥산서원, 안동 도산서원 등 9곳이 함께 등재됐다. 한국의 서원이 유교문화의 발상지인 중국의 서원보다 먼저 세계유산에 등재됐다는 점은 의미가 크다. 일본, 베트남에도 있지만, 다른 나라의 서원과 비교해 독창성을 인정받은 것이다.

한국 서원은 민간인인 사림이 중심이 돼 건립한 사설 학교로, 향촌사회에 깊숙이 침투해 교육과 교화를 모두 추구했다. 반면 중국 서원은 초기에 사립학교였지만 점차 관학이 되면서 관인을 양성하는 학교 기능을 중시했다. 이런 차별성을 부각시킨 것이 주효했다.

산사의 경우 천 년 넘게 불교문화를 계승해온 양산 통도사, 영주 부석사, 안동 보정사 등 전국 7개 사찰이 함께 지난해 등재됐다. 일부 사찰만 등재할 뻔했으나 ‘막판 뒤집기’로 모두 이름을 올리게 됐다.

국제기념물유적협의회는 연속 유산으로서의 선정 논리 부족 등을 이유로 통도사·부석사·법주사·대흥사 등 4개 산사만을 등재할 것을 세계유산위원회에 권고한 바 있다. 하지만 최종적으로 7곳 모두를 합쳐야 제대로 된 유산의 가치가 있다는 의견에 합의했다.

세계유산위원회는 이들 사찰이 7~9세기 창건 이후 현재까지의 지속하면서 한국 불교의 깊은 역사성을 담고 있다며 등재 조건인 탁월한 보편적 기준에 부합한다고 평가했다.

산사의 세계유산 등재를 추진한 대한불교조계종 관계자는 “일부 사찰은 불에 타는 등 훼손돼 복구되기도 했다”며 “유형의 유산 그 자체보다는 1,700년간 이어져 온 한국 불교를 지속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했는지를 증명함으로써 승원 문화 자체를 인정받은 것으로 볼 수 있다”라고 말했다.

함께 등재 추진하면 연계성을 증명하는 것이 오히려 더 힘든 일인데도 통합을 오히려 장점으로 살린 것이다.

이 두 가지 유산의 사례에서는 얽혀있는 여러 지역의 지자체와 각 유산 관계자, 주민들의 이해관계를 협력을 통해 잘 풀어냈다는 점도 참고할 만하다.

반구대암각화 역시 대곡천 줄기에 함께 있는 천전리각석과 함께 묶어 대곡천암각화군으로 등재를 추진하고 있다. 이 두 가지 유산의 연계성을 증명하는 것은 물론, 일대 주민, 나아가 울산시민의 보존 의지를 결집시키는 것도 중요하다.



#암각화를 지키기 위한 세계적인 노력

포르투갈 코아 주민들은 암각화를 지키기 위해 많은 것을 포기했다. 포르투갈은 1990년대 초 국가전력을 생산하고 농경지로 개척하는 등 경제성장 동력으로 삼기 위해 다오르강 지류 코아계곡에 수력댐을 건설하기로 했다. 그러나 계곡에서 구석기시대 인간의 활동기록이 그려진 암각화가 잇달아 발견되면서 혼란에 빠졌다.

그러자 지역사회의 댐건설 반대가 이어졌고 학생들까지 “암각화는 헤엄칠 수 없다’는 피켓을 들고 캠페인에 참가했다. 결국 포르투갈 정부는 1996년 댐 건설을 포기했고, 코아 암각화는 2년 후 바로 세계유산으로 등재됐다.

포르투갈은 댐 공사에 들어간 약 1,700억원의 금전적 손실과 이어질 경제부흥까지도 과감히 포기했다. 이보다 코아 암각화의 세계유산적 가치를 더 높게 본 것이다. 시민들은 ‘세계 유산을 지켜낸 도시’라는 것을 자랑스럽게 여긴다.

스페인의 알타미라 동굴 벽화와 프랑스의 라스코 동굴 벽화의 경우 문화재 보호를 위해 복제품을 만들어 관람토록 하고 원본에는 방문객 접근을 차단하고 있다.

수십 년 동안 벽화가 통제 없이 공개되자 곰팡이와 부패 등 문제가 발생했고, 정부는 방문자들의 체온과 호흡 등이 벽화에 악영향을 준다고 판단했다. 복제품은 실제와 비슷한 환경의 동굴은 물론이고 벽화 기법, 재료까지 옛 방식 그대로 따랐다. 벽화 주변에는 아름다운 마을도 함께 있어 관광 시너지 효과도 높다.



#반구대암각화 보존과 세계문화유산 등재 위한 협력체 가동

반구대암각화 보존은 울산의 물문제와 맥을 같이 하고 있다. 근본적으로 암각화를 물에서 건져내려면 울산 식수댐 수위를 낮춰야 하는 구조로, 그동안 울산은 수원 확보가 우선돼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지난 20년간 두 가지 주장이 대립하면서 여러 방안이 논의됐지만, 결과적으로 두 가지 다 해결하지 못했다. 논의는 원점으로 돌아왔고, 그 사이에 암각화는 물에 잠기기를 반복하면서 훼손이 가속화됐다.

최근에는 지역에서도 시각이 바뀌고 있다. 반구대암각화는 잃으면 대체할 수 있는 그 어떤 것도 세상에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물문제를 함께 테이블 위에 놓고 밀고 당기기 할 만한 시간적인 여유가 없다는 목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다. 그렇다고 맑은 물을 포기하자는 것이 아니라, 정부와 울산, 주변 지자체와의 유기적인 협력이 더욱 중요해진 셈이다.

최근 정부와 울산은 반구대암각화 세계유산 등재와 물문제 해결을 위한 의미 있는 첫걸음을 했다. 문화재청과 울산시, 울주군은 지난달 ‘반구대암각화 보존과 세계유산등재를 위한 협약’을 체결했다. 요지는 낙동강 수계 통합 물관리 방안 등으로 다른 지역에서 대체 수원을 확보해 울산의 물 문제를 해소하고 암각화가 잠기지 않도록 댐 수위를 낮출 수 있는 방안을 추진하자는 거다. 이들 기관은 세계유산 등재 추진위원회를 구성하기로 했고, 주변 관광자원화와 환경개선 등도 함께 추진하기로 했다.

울산시 관계자는 “협약은 지난 20여년간 각 기관의 입장 차이로 큰 진척이 없었던 반구대암각화의 보존과 세계유산 등재와 관련해 새로운 전환점이 될 것”이라며 “여러 기관의 적극적인 협조로 암각화 보존과 세계유산 등재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글=김준형 기자

그림=고태헌 기자·울산매일 포토뱅크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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