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용하 극작가·연출가

# K형, 1984년으로 기억됩니다. 그해 겨울 저는 연극동네를 기웃거리던 시절이었습니다. 지금은 울산문예회관과 구 군 문예회관 공연장에서 공연다운 공연들이 막을 올리고 있지만 그 당시에는 작은 규모의 연극은 시내 예식장에서 공연했고 울산예술제와 같은 큰 행사는 종하체육관에서 개최됐습니다. 1년에 한 작품 정도 서울에서 오는 초청공연은 오우션호텔 연회장에서 공연하던 시절이었습니다. 공업도시 울산이 전국적으로 명성이 자자하던 그 때 서울에서 온 어느 배우는 “태화강을 보니 울산이 공업도시임을 잘 알 수 있다”고 감탄했습니다. 이유는 “태화강 물이 하도 검어서 석유가 흐르는 줄 알았다”는 것이었습니다. 웃지도 울지도 못한 그 날의 충격은 제 기억의 그늘 속에 오랫동안 머물러 있었습니다. 
# K형, 오는 18일에 태화강 국가정원 선포식이 열립니다. 국가정원에 관한 의미는 잘 아시니 부연 설명은 하지 않겠습니다. 저는 기적이 일어났다고 생각합니다. 태화강 국가정원은 산업도시 울산이 생태문화도시로 대전환이 이루어지는 신화를 창조한 것입니다. 지난 20세기가 산업의 문명을 이룩하는 태화강의 시대였다면 21세기는 자연과 예술의 문명을 꽃피우는 태화강의 시대입니다. 지난 1970년 1980년대 조국 근대화의 심장부로서 국가발전의 원동력이 되었던 울산은 21세기 생태도시로 새로운 문명의 시대를 활짝 열고 있습니다. 
# K형, 음악의 신 뮤즈가 사는 고대 그리스 아티카 북부 보이오티아에는 뮤즈의 샘물이 있습니다. 뮤즈의 능력은 노래를 잘하도록 도와 줄 뿐만 아니라 스스로 노래를 불러 고통 받는 이들을 위로하기도 했고 예술 영역에 상관없이 창작자들에게 영감을 주었습니다. 태화강은 울산의 뮤즈입니다. 인류문명의 발상지를 논하지 않더라도 강은 도시를 길러 준 어머니였으며 대지를 살찌운 자양분으로 서정과 낭만으로 문명을 이끌어 주었기 때문이죠. 새로운 문명, 울산 르네상스가 태화강에서 피어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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