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따른 태풍으로 배추농사 큰 피해
매년 폭등 폭락 오가며 악순환 반복
수급·가격 안정화 제도 정착 필요

임규현 농협창녕교육원 교수

금추는 배춧값이 치솟을 때 배추를 가리키는 표현이다. 지난 달부터 링링, 타파, 미탁 등 가을 태풍이 우리나라를 덮치면서 배추농사가 큰 피해를 입었고 병까지 번지면서 공급이 급격하게 줄었다. 절반만 수확하면 그나마 다행이고, 밭을 완전히 갈아엎은 농가도 부지기수라고 하니 당장 다음 달이면 김장철이 시작되는데 걱정이 앞선다.

지난 9일 한국농수산식품 유통공사에 따르면 이달 초 전국에서 거래된 배추 10kg의 도·소매 평균 가격은 1만9,720원이었다. 이것은 10월 만 놓고 봐도 2017년 7,251원, 지난해 8,468원이었으니 배춧값이 두 배 넘게 뛴 셈이다. 그러니 폭등한 배추를 금값이라고 하는 것이다.

금은 희소가치가 있는 귀중품으로 생존과는 직접 관계없는 사치품이지만 배추는 먹거리인 필수품에 해당된다. 올해 배추가격을 그램(g)으로 환산하면 배추 1그램은 단돈 2원이 채 안된다. 반면에 지난 11일 시가기준 금 1그램은 5만7,100원 정도가 된다. 같은 무게의 금과 배추는 무려 2만8,000배 이상 차이가 난다. 아무리 배추가 비싸다 해도 배추를 금에 빗댄 것은 과한 표현이 아닌가 싶다. 이렇게 배춧값이 폭등하면 소비자만 손해보고 생산자인 농민은 떼돈을 버는 것 같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배추는 다른 작물에 비해 날씨변화의 영향을 많이 받으며 장기저장도 곤란해 생산량의 변동에 따른 가격 등락이 매우 큰 작물이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분석한 배추의 소매가격 대비 농가수취율은 28.2~38.6%에 불과하다. 이것은 소비자 가격이 1,000원이라면 농업인이 받는 돈은 최고 386원이라는 이야기다.
배추는 가격 대비 부피가 커서 생산 및 유통비용이 많이 들고, 수송 과정에 부패나 감모가 많기 때문에 이 부분이 판매가격에 반영돼 겉보기에 소비자 가격이 높아도 농업인에게 실제로 돌아가는 이익은 얼마 되지 않는다는 의미다. 그러니 소비자는 가격이 올라 불만이고 농민은 농민대로 가격이 올라도 수입은 늘지 않아 답답하다.

이처럼 매년 폭등과 폭락을 오가며 악순환을 반복하는 배춧값은 어떻게 해야 잡을 수 있을까? 농민과 소비자 모두를 만족시키는 ‘채소가격안정제’가 있다. 농산물은 공산품과 달리 공급이 조금만 늘거나 줄어도 가격은 큰 폭으로 오르거나 폭락하는 경향이 있다. 이른바 ‘농산물의 비탄력적인 특성’ 때문이다. 이를 완화하기 위해 정부는 ‘채소가격안정제’를 시행하고 있다. 대상 품목은 수급과 가격 변동폭이 큰 배추·무·양파·마늘·고추·대파다.

이 제도는 공급과잉이 우려되면 재배면적을 조절하거나 출하를 중지하고 시장가격이 크게 오르면 조기 출하를 유도해 수급과 가격을 안정시키기 위한 목적이다. 농민과 소비자 보호에 효과적인 이 제도는 아쉽게도 참여하는 농가가 적어 실효성이 떨어진다. 이는 농민에게 생산비와 적정이윤을 보장하기보다는 소비자들이 채소 구매에 많은 지출을 하지 않도록 배려하는 물가안정 측면이 강조됐기 때문이다. 따라서 농민들의 참여를 획기적으로 늘릴 수 있는 과감한 유인책이 필요하다.

농산물이 급등하면 소비자도 어렵지만 소비가 줄어 농민들도 반기지 않는다. 반대로 폭락하면 농민들은 큰 시름에 빠진다. 채소가격안정제가 매년 등락을 반복하는 현상을 막고 농민과 소비자 모두를 보호하는 안전장치로 정착되도록 정부가 제도개선에 적극 나서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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