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장에서 극단적인 폭력행위를 일삼는 광적인 팬(관중)을 뜻하는 ‘홀리건’은 잉글랜드가 원조다. 영국의 오랜 경제 침체와 사회적 불평등 속에서 하층민으로 전락한 20~40대 남성의 분노가 축구장에서 폭발했다. 술 마시고 고래고래 노래를 부르고, 주변에 시비를 거는 잉글랜드 관중이 월드컵 때마다 등장했다.
러시아 홀리건들은 더 폭력적인 것으로 악명이 높다. 이른바 ‘네오나치’를 표방한 극우세력이 중심인 러시아 홀리건은 25~35세가 주축이다. 이들은 군대를 방불케 하는 ‘전투 훈련’을 따로 받는다. 러시아 관중 문화를 연구한 로낭 에벵은 “러시아 홀리건은 폭력행위를 스포츠처럼 생각하고 즐긴다”고 말했다. 
공을 차는 사람이나 열광하며 경기를 관전하는 사람을 녹여 한 덩어리로 만드는 마력이 축구의 모습이다. 축구를 삶의 보람으로 여기며 살고 있는 브라질 상파울루에서 주말 축구에 승리하면 동시에 다음 주 생산성이 12.3% 오른다. 반대로 패배하면 사고 발생률이 15.5%가 증가한다는 수 십 년 동안의 평균 통계가 있다. 
암울했던 공산 치하에서 동독 국민과 헝가리 국민이 동구권에서 가장 먼저 벗어날 수 있었던 것은 바로 스포츠 부흥과 열기 때문이었다. 스포츠 열기가 정신력이나 경제력의 바탕이 됐다. 
5만 명을 수용한다는 ‘북한 축구의 성지’ 평양 김일성경기장에는 뜻밖의 정적이 흘렀다. 10월15일 한국과 북한의 2022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 2차 예선 H조 3차전에는 텅 빈 관중석을 배경으로 선수들의 거친 숨소리와 심판의 휘슬소리만 가득했다. 
1990년 남북통일축구(1-2패) 이후 29년 만에 평양 원정에 나선 남자 대표팀은 공방전 끝에 0-0 무승부로 경기를 마쳤다. 29년 전에는 북한 관중 15만 명이 평양 능라도 5∙1경기장을 가득 채웠다. 월드컵 아시아 예선 남북 축구는 사상 유례없는 ‘무관중·무중계·무승부’ 경기로 끝났다. 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 식의 북한의 행태가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지만 이번 `깜깜이 평양축구'는용납하기 어려운 수준의 어깃장이다.

저작권자 © 울산매일 - 울산최초, 최고의 조간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