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울산 동강병원 심장내과 김형준 전문의가 내원한 여성 환자에게 폐경 이후 발병할 수 있는 심혈관 질환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동강병원 제공.  
 

■동강병원 심장내과 김형준 전문의에게 듣는 ‘여성 폐경 후 심혈관 질환’



식생활의 변화와 비만인구의 증가, 수명의 연장 등으로 심혈관 및 뇌혈관 질환이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통계청 자료(1995~2005년)에 따르면 국민 3대 사인이 암, 뇌혈관질환, 심장질환이며, 여성의 경우 뇌혈관 질환과 심장질환을 포함한 순환기질환으로 인한 사망이 사망원인 1위로 나타났다. 여성이라면 누구나 겪게 되는 폐경, 그 이후에 찾아올 수 있는 심혈관 질환을 울산 동강병원 심장내과 김형준 전문의에게 들어봤다.



김형준 전문의는 “여성의 경우 50대 초반을 전후해 찾아오는 폐경기는 심혈관 질환에 많은 변화를 야기한다”며 “폐경기 여성은 폐경전 여성에 비하여 관상동맥질환(협심증 및 심근경색)의 위험이 2배정도 높으며, 심장사고 즉 심근경색으로 인한 사망률은 65세에 이르면 남성보다 11%나 더 높아진다”고 밝혔다.

이는 폐경으로 인한 여성호르몬의 결핍에 의한 것으로,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로겐은 콜레스테롤 같은 혈중 지질대사에 좋은 효과(심혈관 질환을 예방하는 고밀도 지단백 콜레스테롤을 증가시키고, 악영향을 미치는 저밀도 저단백 콜레스테롤을 감소시키는 효과)를 주고, 혈관을 확장하며 동맥경화증을 일으키는 물질들을 억제시켜 혈관의 탄력과 심장질환 보호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는 “실제 동강병원에서도 급성 심근경색으로 응급실에 내원해 응급 심장 중재시술을 받는 여성의 대부분이 55세 이상의 폐경기 여성이다”고 설명했다.

심혈관 질환의 위험인자는 나이, 고지혈증, 고혈압, 당뇨병, 흡연, 가족력, 비만 등이 있으며, 남성과 여성이 부분적으로 다른 양상을 보인다.

여성의 발병시기가 남성보다 늦으며(남성 45세 이상, 여성 55세 이상), 연령이 증가하거나 폐경기가 시작되면 심혈관 질환이 급격히 증가한다.

김 전문의는 “폐경으로 인한 지질이상은 심혈관계 질환의 발병률 증가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게 된다”며 “즉 중년기를 지나 연령이 증가할수록 정상치보다 혈청 콜레스테롤이 높은 여성의 비율이 급격히 증가하며, 마지막 생리 후 6개월 내에 총콜레스테롤, 저밀도지단백과 중성 지질이 현저히 늘어나 심혈관 질환에 악영향을 미친다”고 설명했다.

또 당뇨병이 없는 경우에 비해 심혈관 질환의 발병위험은 3~7배나 높으며 당뇨병을 가진 남성에 비해서도 2-3배가 더 높다.

비만 또한 마찬가지다. 여성의 비만은 관상동맥 질환의 독립적인 위험인자로 정상 체중을 가진 여성에 비해 관상동맥질환의 발생 위험도가 2~3배 더 높다.

특히 여성의 연령이 증가하면 고혈압의 발생이 급격히 증가하는데, 여성의 수축기 혈압이 185mmHg이상의 경우, 135mmHg의 여성에 비해 심혈관 질환으로 사망할 확률이 역시나 2~배나 높아진다.

이밖에 남녀 모두에서 흡연은 관상동맥질환의 강력하고 독립적인 위험 인자다.

김 전문의는 “일반적으로 관상동맥질환은 병력청취만으로 대부분 병을 예견할 수 있으나, 여성의 경우 증상이 비전형적인 경우가 많아 주의를 요한다”며 “실제 여성의 경우 비전형적인 초기 증상으로 인해 진단이 늦어지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전형적인 협심증이 남성은 80~90% 정도인데 비해 여성은 50~60%로 관상동맥질환을 예견하는 비율이 떨어지며, 초기 발병증상 또한 복통, 호흡곤란, 오심, 피로감 등과 같이 비전형적인 경우가 많다.

그는 이어 “따라서 폐경이후 여성은 상기 언급한 심혈관 질환의 위험인자를 충분히 인지하고 평소에 균형 잡힌 식생활 습관을 기르고, 적정체중을 유지하며 흡연을 하지 않고, 매일 30분 정도의 적당한 운동을 하며 정기적 혈압검진을 통해 일차적으로 예방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또 흉통 등의 증상이 있을 때는 지체하지 말고 전문의와 상의 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최근에는 영상의학 기술의 발달로 다중채널 컴퓨터 단층촬영(64 channel MDCT)이 상용화돼 보다 빠르고 정확하게 진단을 할 수 있게 됐다.

김 전문의는 “과거 여러 역학연구 결과, 여성 호르몬 대체요법으로 관상동맥질환과 골다공증을 감소시켰다는 보고가 있으나, 최근의 전향적 연구에서는 관상동맥질환의 발병위험도는 감소시키지 못했다고 한다”고 밝혔다.

이어 “그러므로 심혈관 질환의 일차적 예방을 위해 호르몬치료를 반드시 시행해야 한다는 충분한 근거가 없어 치료의 시작과 지속여부는 관상동맥질환 이외의 질환치료에 따른 위험과 이득을 고려해서 결정하는 것이 좋을 것으로 여겨진다”며 “이미 심혈관 질환이 있을 경우 이차적 예방을 위해서는 사용하지 않은 것이 좋겠다”고 말했다.

끝으로 김 전문의는 “폐경기 여성의 경우, 심혈관 질환에 보다 더 노출됨을 충분히 인지하고 심혈관 질환의 위험인자를 줄이기 위해 평소 식생활의 개선, 생활습관 교정, 정기적 운동을 통한 적정체중 유지, 정기적 혈압검진 및 신체 검진으로 병이 발병하기 전에 예방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고혈압, 당뇨병, 고지혈증이 있을 경우는 지체하지 말고 치료해야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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