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봉란 울산경제진흥원 창업일자리팀장

창업지원을 하다보면 다양한 분야의 기업 대표들을 만나게 된다. 필자가 만난 여러 창업기업 대표들 중에 가장 안타까운 분들이 아이디어나 기술을 가지고 제조업을 창업하신 분들이다. 기술이 획기적이거나 혁신적일수록 사업화에 성공하기는 더 어렵다. 기존의 고정관념을 깨뜨려야 하기 때문이다. 투자자들도 이런 제조업의 어려움을 알기 때문에 이 분야에 투자는 쉽지가 않은 듯 하다. 
제조업은 일자리를 많이 창출하고, 서비스 기업들이 성장할 수 있는 근간이 되기 때문에 국가경쟁력과 직결되는 분야다. 제조업이 사업화되고, 성장하는데 대표자와 직원들의 뼈를 깎는 고통과 희생이 있어야 한다면 국가가 이를 조금이라도 완화시켜 줄 수 있는 정책이 필요하지 않을까!
울산경제진흥원은 지난 2014년부터 울산시의 전폭적인 예산지원을 받아 제조업 리스크를 줄이고 창업기업들이 도전할 수 있도록 ‘제조업 창업공간 톡톡팩토리’를 구군별 테마별로 개소해 운영하고 있다. 
올 3월에 제조업 연계 4차산업을 테마로 하는 중구점을 마지막으로 5개소를 개소하였고, 입주한 기업수는 총 27개사가 되었다. 각 장소별로 테마에 따라 규모는 33㎡부터 130㎡까지 다양한데 제조업을 염두에 두었다고 하기에는 분명히 넉넉지 않은 공간이다. 운영은 하고 있으나 이 공간이 실제로 기업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을까, 한정된 인력과 예산으로 어떻게 더 도울 수 있을까, 지원을 하면서도 항상 마음 한켠 아쉽고 고민스럽다. 
올 3분기까지의 기업들의 실적자료를 확인해보니 27개 기업이 총 매출 42억 4천만원, 일자리창출 63명, 지식재산권 61건을 달성했다. 기업당 매출 1억 5천 7백만원, 고용 2.33명으로, 3분기 실적이 이미 전년도 연말까지의 기업당 매출 1억 3천 2백만원보다 18.9% 높고, 전년도 연말까지의 기업당 고용 1.4명보다 64.3% 상승했다. 전년도보다 매출이 상승한 기업도 11개사다. 입주 당시 매출이 미미하던 기업이 대부분이었던 것을 생각하면, 고통스런 제조업 창업의 길에 작은 공간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며, 비슷한 기업들이 모여 있으면서 서로 격려하고 협력하는 것이 힘이 되었거니 생각되어 조금은 안심이 된다. 
그러나 한해를 마무리하는 시점에서, 국가적으로 소홀히 할 수 없는 이 제조업을 어떻게 성장시켜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더 깊은 고민이 필요하다고 느낀다. 내년도에는 수출 대체 가능한 소재, 부품, 장비업체들을 위한 지원이 대폭 증가할 것으로 예측되어 더욱 그러하다. 최근 제조업 성장은 자금만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고 비즈니스모델, 제조라인, 고객서비스, 유통에 있어서 더 차별화된 혁신성을 필요로 한다. 
2015년 8월, 전통적인 제조업으로 인식되던 제너럴 일렉트릭은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Digital Transformation)을 선포했다. 더 이상 제조업으로서의 정체성을 고집하지 않고 소프트웨어 융합을 통한 제조공정의 연결-데이터 축적-기계 학습을 통한 ICT 기업으로 거듭나겠다는 것이다. 
또, 고객 맞춤형 서비스를 위해 매스 커스터마이제이션(Mass customization)을 구현하고 있는 기업들의 노력도 눈에 띈다. 캐나다의 와인 제조업체 Elite Vintners는 맞춤형 와인을 제공하기 위해 고객이 직접 와인을 설계할 수 있도록 하고 있고, 미국 기업 아큐민의 맞춤 비타민 판매를 비롯하여 Dell의 맞춤 컴퓨터, M&M's의 맞춤 초콜렛, 나이키, 아디다스, 리복에서 제공하는 맞춤 운동화, 각국의 자동차 업체들이 경쟁적으로 뛰어든 맞춤 생산과 BTO 등. B2B, B2C 영역을 가리지 않고 제품과 서비스를 초월한 맞춤형 서비스에 주목해야 한다. 뿐만아니라 중간에 유통과정을 거치지 않고, 고객과 공장을 바로 연결하는 혁신적인 유통방식인 C2M(Customer to Manufacture)도 있다. 모두 정보기술을 활용한 제조업 혁신 방법론이다. 
제조 라인에는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고객 서비스는 매스 커스터마이제이션을, 유통은 C2M을 적용한 새로운 제조업이 우리에게 온다. 결국은 제조업도 브랜드다. 이런 기업들의 도전은 기업 브랜드를 만들고, 그 브랜드가 보유한 가치는 시장을 움직이게 된다. 2020년, 우리 톡톡팩토리에 있는 제조기업들이 큰 포부를 가지고 IT기술을 접목한 변신을 시도해 보기를 기대한다. 
아울러 필자도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입주기업들이 톡톡팩토리를 출발점으로 성장해 나갈 수 있도록 방향을 제시해야 한다는 각오를 다시한번 다져본다.

저작권자 © 울산매일 - 울산최초, 최고의 조간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