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일 북구 지역서 영업용 화물차 및 여객자동차 밤샘 불법주차 단속이 실시된 가운데, 불법주차 금지와 단속을 알리는 현수막이 걸려있지만 불법주차 차량이 줄지어 있다. 송재현 기자  
 
   
 
  ▲ 20일 북구 지역서 영업용 화물차 및 여객자동차 밤샘 불법주차 단속이 실시돼 단속반이 불법주차 차량을 적발하고 있다. 송재현 기자  
 

울산지역은 산업도시 특성상 화물차 수요가 많은 편이다. 하지만 이들 차량 상당수가 야간에 정해진 차고지가 아닌 곳에 불법주차를 해 시민들이 불편을 겪고 있다. 대형 화물차량은 운전자 및 보행자의 시야를 가려 교통사고 유발 위험이 큰 편이어서 더더욱 불법주차를 차단해야 하지만 관련 인프라와 단속인력 부족으로 단속을 하는 데에도 애를 먹고 있다. 지난 6월에는 울주군 온산읍 한 도로변에 불법주차된 화물 트레일러에 승용차가 부딪혀 1명이 사망하는 등 교통안전도 위협받고 있다.

2019년 국정감사에 국토교통부가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울산지역 영업용화물차 허가대수 1만1,451대 중 차고지 설치대상은 9,575대인 가운데 지자체가 확보한 주차면수는 519면(5.4%)에 불과하다. 이는 7대 광역시 중 대전(2.8%)과 인천(4.6%) 다음으로 낮다.

울산시에 따르면 올해 지역 화물차 밤샘주차 단속 건은 9월말 현재 339건에 달한다. 지난해 전체 단속건수인 349건에 이미 육박하고 있는 셈이다.

북구청의 ‘영업용 화물차 및 여객자동차 밤샘 불법주차 단속’에 동행해 실태를 둘러봤다.

#자정부터 4시간만 단속 가능

20일 오전 0시. 북구 일대서 영업용화물차와 여객자동차에 대한 밤샘 불법주차 단속이 시작됐다. 화물자동차운수사업법 시행규칙에 근거해 자정부터 새벽 4시까지 4시간 동안, 전용 차고지가 아닌 장소에 1시간 이상 불법 주차한 사업용 차량이 단속대상이다. 과징금 20만원이나 운행정지 5일 처분을 내리게 된다.

북구청 교통행정과 담당자는 “한 달에 1번 이상 단속을 하고 있고 창문을 열어놓아 소음, 매연 등 민원이 집중되는 여름철에는 월 3회 이상 실시한다”고 말했다.

#0시 4분, 첫 경고장 발부

단속차량에 탑승해 송정개발지구 내 지웰푸르지오 아파트 앞 도로에 도착하니 불법 주차된 대형 트럭들이 눈에 띄었다. 단속반은 사람이 타고 있는지 먼저 확인했다. 차를 세워두고 기사들이 자는 경우도 있고, 단속실적을 높이는 게 목적이 아니라 지도가 먼저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담당자는 “현장서 지도를 받은 차주들은 경각심을 가지고 불법주차를 안하게 된다”고 말했다.

첫 경고장은 0시 4분, 이곳에 주차된 흰색 탑차에 발부됐다. 이제 1시간이 지난 뒤에도 경고장을 받은 차량이 이동하지 않고 불법 주차 중이면 단속 통보서를 발부하게 된다.

#주차금지 현수막도 무용지물

이번에는 천곡동 우방아파트 앞 도로로 자리를 옮겼다. 이곳은 민원이 많이 접수돼 최근에도 단속을 한 곳이지만 이날도 아파트 단지 도로변에 여러 대의 불법주차 화물차가 있었다. 도로 중앙분리대에는 주차금지와 단속을 알리는 현수막이 걸려있었지만 무용지물이었다.

담당자는 “그래도 여긴 아직 현수막이 남아있어 다행”이라며 “기분 나쁘다고 훼손하거나 아예 없애는 경우도 있다”며 경고장을 차 앞유리와 와이퍼 사이에 끼워넣었다.

#경고장 발부 1시간...통보서 발부 시작

다시 처음 단속을 시작한 송정지구로 이동했다. 불법주차 차량들에 경고장을 붙인 지 1시간이 지나 다시 현장에 가서 단속 통보서를 발부하려는 것이다. 차량들은 그대로 있었다. 담당자들은 경고장이 발부된 차량들에 다시 단속 적발을 알리는 통보서를 발부했다. 이번 단속에서 북구지역서 13대의 화물용 트럭과 1대의 영업용 버스가 불법주차로 단속에 적발됐다. 울산시에 따르면 올해 9월 기준 울산 전역의 불법주차 적발 화물차량은 339대에 달했다.

#업무보다 힘든 민원

어느덧 시간은 오전 2시를 훌쩍 넘겼다. 직원들은 이제 현장단속을 마치고 서류작성 등을 위해 구청으로 돌아갈 준비를 하고 있었다. 업무를 다 끝내면 오전 4~5시쯤 될 것이라고 했다. 이날 북구지역 수은주는 1℃까지 떨어졌고 바람도 강하게 불어 체감온도는 더 낮았다. 기자도 일회용 손난로와 목도리, 두꺼운 외투로 완전무장했지만 추위를 막기엔 역부족이었다.

추위에 떠는 기자에게 따뜻한 음료를 건넨 담당자는 “남들 자는 시간에 나와 이렇게 일하는 게 몸이 고되고 힘들 때도 있지만 업무 자체가 어렵지는 않다”며 “다만, 단속업무를 끝내고 다음날 단속에 적발된 차주들의 욕설과 화풀이 대상이 되는 점은 좀 힘들다”고 말했다.

다른 담당자도 “살면서 차주들에게 전국 팔도 욕은 다 들어본 것 같고, 사무실을 다 뒤엎고 가기도 하는데 민원부서로서 감내해야 부분이지만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차주도 생계가 걸린 일이니 그러겠지만, 이 부분은 주민 안전과 관계되는 일이라 법과 규정에 맞게 업무를 처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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