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떼까마귀들의 쉼터가 돼 온 송전철탑이 3년쯤 뒤면 철거될 예정이지만 이를 대체할 방안이 마련돼 있지않아 이로인한 피해가 우려되고 있다. 사진은 떼까마귀들이 남구 삼호동 송전철탑 주위를 날고 있다. 우성만 기자  
 

태화강의 겨울철 ‘진객’ 떼까마귀들의 쉼터가 돼 온 송전철탑이 3년쯤 뒤면 철거될 예정으로 있지만 이를 대체할 가상전주 설치 등 공생 방안을 찾지못해 완전 철거뒤 인근 주택가 낮은 전주들로 떼까마귀들이 이동해 소음이나 배설물 등의 피해를 끼칠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25일 울산시에 따르면 울산시와 한전은 2017년말 남구 삼호·태화동 송전선로 지중화 사업에 필요한 비용을 각각 절반씩 부담키로 협약을 맺은데 이어 조만간 부지 보상을 마무리 짓고 내년 상반기중으로 실시설계를 완료, 공사에 들어갈 계획이다.

태화강을 가로지르는 남구 삼호동과 중구 태화동 사이 송전선로 지중화 사업은 총사업비 약 347억원을 투입해 송전철탑 13기를 철거하고 길이 1.8km 구간의 154kv 고압송전선로 2개 노선을 지중화하는 사업이다.

송전선로 지중화는 고압선에서 방출되는 전자파 우려에 송전철탑 등이 도시미관을 해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민원 때문이다.

여기다 2000년 무렵부터 울산에 찾아든 떼까마귀들이 잠자리인 대숲을 드나들거나 주택가 송전철탑과 전깃줄 위에 줄지어 머물면서 울어대는 소음, 도로·마당·차량·장독대 등 위에 떨어뜨리는 배설물과 깃털 들이 주민 민원의 요인이 되고 있다.

떼까마귀들의 이같은 행동은 주로 해질 무렵 진행이 되는데 잠자리로 들어가기전 잠시 쉬거나 주변 포식자를 감시하기 위한 행동이다.

문제는 주택가에서 떨어진 곳에 가상 전주나 전깃줄을 만들어 떼까마귀들을 유인하는 등 서식지 주변에 떼까마귀 대체 쉼터를 마련하지 않고 송전선로를 지중화 하는데 있다.

송전철탑이 없어진 뒤 떼까마귀들이 쉼터를 찾아 잠자리인 대숲 주변의 낮은 주택가 전주들을 찾아들 가능성이 높지만 이에 대한 대비는 전무한 실정이다.

송전선로 지중화 사업을 확정 지을 당시만 해도 울산시와 환경단체가 송전철탑 철거가 떼까마귀 생태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검토해 가상 전주를 설치하는 방안 등을 검토해 보기로 했지만 담당 공무원 등이 바뀌면서 진행되지 않았고 철탑은 예정대로 철거 수순에 밟아가고 있다.

전선지중화로 인해 떼까마귀들이 머물 공간이 없어질 경우 남구 무거동, 삼호동, 중구 다운동 주택가 옥상 빨랫줄 등으로 숨어들 가능성이 높아 이들 지역 주민들이 배설물과 소음 등에 그대로 노출 돼 이로인한 피해가 우려되고 있다.

환경단체는 이를 막기위해 새로운 쉼터를 타 지역에 만들거나 가상 전주를 설치하는 방안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녹색에너지포럼 황인석 사무국장은 “가상전주에 대한 선험적 사례가 없어 이를 어떻게 대처하는 게 바람직 한지는 검토해봐야 하지만 철거작업만 진행되고 있다”며 “매년 겨울이 오면 관광객들은 떼까마귀 군무를 보고 좋아 하겠지만 배설물 피해를 입은 지역민들은 불편함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지금부터라도 아이디어를 짜내 공생할 수 있는 틀을 만들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일부에서는 가성 전주를 설치하더라도 떼까마귀들이 이를 이용하지 않을 가능성도 있어 철거뒤 떼까마귀들의 행동변화를 지켜보며 대안을 찾아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으나 송전철탑이 사라진뒤 떼까마귀들이 대숲을 찾지 않을 수도 있어 대안 모색을 서둘러야 한다는 환경단체의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녹색에너지포럼 황인석 사무국장은 “삼호대숲이 태화강 국가정원의 중요 요소인 만큼 임기응변식이 대응책이 아닌 떼까마귀를 위시한 철새들과 공생할 수 있는 방안 모색도 이를 계기로 마련할 필요도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삼호대숲(6만5,000㎡)은 구 삼호교에서 용금소까지 강변을 따라 약 10리(4.3㎞)에 걸쳐 군락을 이루고 있는 태화강 십리대밭(14만2,060㎡)의 한 부분으로 강을 경계로 중구의 태화강대공원 대숲과 나뉜다.

떼까마귀는 주로 삼호대숲에서 잠을 잔 후 경북 경주 건천읍이나 경남 양산, 창원까지 먹이를 찾으러 갔다가 해가 질 때 삼호대숲으로 돌아오는 데 이 곳은 까마귀의 천적인 구렁이, 뱀 등이 나무를 타고 올라가기 어려운 대나무가 빽빽한데다 수리부엉이나 매 등 다른 포식자의 접근이 쉽지 않은 떼까마귀의 도래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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