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업 울산시 재난관리과장

울산시·구·군, 3월부터 ‘지진안전 시설물 인증제’ 적극 홍보
내진성능평가비용 90%·인증수수료 60% 지원…신청 저조
예측 불가한 지진, 사후약방문 아닌 선제적 피해저감 활동을

1995년 1월 17일 일본 효고현의 고베시와 한신 지역에 리히터규모 7.2 지진(이하, 고베지진)이 발생해서 6,300여 명이 사망하고 1,400억 달러의 재산피해가 발생했다. 이후 일본 문부과학성의 ‘지진방재대책 특별법(1995.6월)’ 및 국토교통성의 ‘내진보강 촉진법(1995.12월)’ 시행으로 일본은 시설물에 대해 적극적으로 내진보강사업을 추진했다. 2016년 4월 14일 일본 구마모토현에 규모 6.5(전진)와 4월 16일 규모 7.3(본진)을 포함하여 17일간 1,079회의 지진(이하, 구마모토 지진)이 연속적으로 발생하여 40여 명이 사망하고 24억 달러(잠정)의 재산피해가 발생했다. 구마모토지진은 고베지진보다 규모(본진)가 크고 많은 여진이 발생했음에도 적극적인 내진보강사업을 실시한 결과, 인명 및 재산피해가 적게 발생했다. 
최근 한반도 동남권 지역을 중심으로 지진 발생빈도가 증가하고 있다. 기상청에서 본격적으로 지진관측을 시작한 1978년부터 2016년 9월 12일 경주에서 발생한 규모 5.8 지진을 전·후로 한반도에 규모 3.0 이상 지진 발생빈도가 연평균 9회에서 18회로 2배 증가하였다. 
지진은 태풍 등 다른 자연재난과 달리 현재 과학기술로는 예측이 불가능하고, 대규모 지진 발생 시 복합재난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있어 많은 인명 및 재산피해가 발생할 우려가 높다. 
지진피해 저감을 위한 가장 효율적이고 적극적인 대책은 내진보강이다. 
중앙정부(행정안전부)에서는 공공시설물에 대한 내진보강을 2035년까지 완료를 목표로 단계별로 추진하고 있으나, 울산시는 10년을 앞당겨 2025년까지 공공시설물 내진성능을 100% 확보할 계획이다. 2018년 말 기준 울산시의 공공시설물 내진성능 확보율(71.2%)은 전국 17개 시·도 중 2위이며, 최근 중앙정부 이전과 관련하여 내진설계 비율이 높아진 세종시를 제외한 내진성능 확보율은 전국 1위이다. 
울산시의 민간건축물의 내진보강은 시민들의 실제 안전주거 공간인 연면적 기준으로 관리를 하고 있으며, 전체 연면적 89,498,381㎡ 중 48,282,177㎡(2018. 6월 기준)가 내진성능이 확보(내진율 53.95%)되어 있다. 지진방재 선진국인 일본의 건축물 내진성능 확보율이 90% 이상에 달하는 것과 비교하면 낮은 수준이다. 
중앙정부에서는 민간건축물의 내진성능 확보를 유도하기 위해 지방세 감면, 국세공제, 건폐율·용적률 완화 등 인센티브를 활용하여 지원하였으나 민간건축물의 건축주에게 실질적인 혜택이 적어 건축주들의 참여가 거의 없었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기존 공공건축물을 대상으로 시행하던 ‘지진안전성 표시제’를 민간건축물까지 확대하여 올해 3월부터 ‘지진안전 시설물 인증제’가 시행 중이다. 
‘지진안전 시설물 인증제’는 지 진 안전성 확보에 대한 정보공개와 건축주간 선의의 경쟁을 유도하기 위해 내진성능을 확보한 건축물에 인증 마크를 부착하는 제도이다. 또한, ‘지진안전 시설물 인증제’의 실효성 있는 제도 정착을 위해 민간건축물의 내진성능평가와 인증시 소요되는 비용을 지원하고 있다. 
울산시에서도 지난 3월부터 ‘지진안전 시설물 인증제’의 시행과 비용 지원을 市, 구·군에서 적극적으로 홍보하고 있다. 성능평가 및 인증에 소요되는 비용 지원은 인증까지 추진한다는 전제 조건하에서 내진성능평가비용(최대 3천만원)의 90%, 인증수수료의 60%를 건축주에게 지원하고 있으나, 지원사업을 시행한지 8개월이 지난 11월 현재 신청이 4건으로 저조하다. 
‘사람이 죽은 뒤에 처방약을 짓는다.’는 사후약방문(死後藥方文)이라는 말이 있다. 즉, 일이 그르친 뒤에 아무리 뉘우쳐야 이미 늦었다는 말이다. 나의 가족과 재산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스스로의 노력이 필요하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지진은 예측이 불가능하다. 고베지진과 구마모토지진의 사례를 상기하여 피해가 발생하고 후회하는 하는 것 보다는 ‘지진안전 시설물 인증 지원사업’을 통해 선제적인 피해저감 활동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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