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범영남구 삼산동 주민자치위원장

울산사회복지공동모금회 ‘희망2020 나눔캠페인’
언론사 창구·공동모금회 계좌·ARS 등 통해 참여
연말 작은나눔 통해 이웃 돌아보는 행복 가져보자

어느새 연말이다. 예년 같으면 각종 송년모임으로 분주할 때인데 올해는 시간적인 여유가 좀 있는 편이다. 아무래도 위축된 경기 탓이 커 보인다. 서로 부담스런 것은 가급적 줄이려는 사회분위기를 반영하고 있음이다. 때문에 한편으론 고립감이 느껴진다는 얘기도 자주 듣는다. 안 그래도 어지러운 대내외 정세로 심신이 지치는 상황인데 주변의 삶조차 더 팍팍해지니 마음만 무겁다. 
최근 정부의 통계 자료는 시사하는 점이 크다. 살림살이만 해도 내년이 더 나빠지거나 그대로일 것이라고 생각하는 가구가 무려 77%나 됐다. 2년 전보다 3%포인트 이상 증가한 수치라 한다. 나라 경제는 차치하고라도 가계의 체감 경기를 비관적으로 보는 가구가 더 늘어난 셈이다. 
자고로 곳간에서 인심이 난다고 했다. 사람들 주머니가 어느 정도는 돼야 문화생활이든, 여가생활이든 즐기면서 삶의 의미를 느낄 것이 아닌가. 그럴 여유가 없을진대 선뜻 송년모임에 나가기도 쉽지가 않다. 자칫 신경이 날카로워지고 불만만 쌓일지도 모를 일이다. 어쩜 사회 전반에 불신을 조장하는 불씨가 될 수도 있다. 국민 49%가 “사회를 믿을 수 없다”고 생각한다는 점은 이런 측면에서 많은 걸 암시한다. 우리 사회가 상호 이해와 화합, 공감을 이끌어 내기 어려운 수준에 이르렀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요즘 첨단 기술의 발달로 생활이 무척 편리해졌다는 점은 누구도 부인하지 못한다. 하지만 마음의 병은 점점 심해져 가는 것을 언론을 통해 자주 접하곤 한다. ‘우울해서 이야기 상대가 필요한 경우 도움 받을 수 있는 사람의 수’가 평균 2.9명에 그쳤다는 통계 수치가 안타까움을 더한다. 2년 전 3.1명에서 0.2명 줄었다고 하니 마음이 괜히 움츠려든다. 최근 인스타그램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의 발달로 소통의 범위와 빈도는 늘고 있지만 정작 힘들 때 도움을 주고받을 수 있는 ‘끈끈한 관계’는 줄고 있다는 증거이기 때문이다. SNS를 많이 쓰는 20대(4.0명→3.7명)와 30대(3.2명→2.9명)에서 두드러진다고 하니 최근 잇따라 젊은 연예인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도 이런 ‘풍요 속 빈곤’ 현상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올 연말이 더욱 우려되는 것은 지난 1년간 기부를 해본 사람의 비중이 25.6%로 2011년(36.4%)과 비교하면 10%포인트 넘게 줄었다는 점이다. 위축되는 사회분위기가 그대로 드러나는 것 같다. 알다시피 경기가 어려울수록 소외되고 어려운 이웃들의 고통은 심해질 수밖에 없다. 오히려 더 외롭고 서럽게 느껴질 수 있다. 이 맘 때쯤 그나마 위안으로 삼던 ‘나눔’의 기회마저 박탈당하지 않을까 신경이 쓰이는 까닭이다. 
울산사회복지공동모금회가 지난달 20일 ‘희망2020 나눔캠페인’출범식과 사랑의 온도탑 제막식을 개최하고 내년 1월31일까지 73일간의 집중 모금운동에 들어갔다. 하지만 걱정이 태산이란다. 우리 주변이 자꾸만 각박하게 바뀌니 이웃을 한번 돌아볼 여유도 점점 사라지는 듯해서다. 
나눔캠페인은 각 언론사에 개설된 이웃돕기 성금 창구, 사회복지공동모금회 사랑의 계좌, ARS등을 통해 참여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신문과 방송에서도 연일 봉사단체의 성금보내기와 감장나누기 등 보도를 내 보내고 있다. 경기침체를 비롯해 여러 가지 대내외 여건이 좋지 못하지만 시민들의 적극적인 동참만 있다면 목표치 달성도 불가능한 일은 아닐 것이다. 
시민들의 사랑나눔은 복지 사각지대에서 어렵게 살고 있는 이웃들에게 따듯한 삶의 온기를 불어넣는 원동력이 된다. 모두가 좋은 일이라는 걸 알지만 누구나 선뜻 참여하지 못하는 것이 기부행위이기도 하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가진 자의 나눔'을 먼저 생각하기도 한다. 부자들이 솔선해 나누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는 경우가 그렇다. 그렇지만 남을 위해 작은 것도 함께 나누는 일에 열심인 시민들도 꽤나 많다. ‘익명의 기부천사’도 심심찮게 나타난다. 그런 마음들이 모여 각박한 세상을 이 정도로 유지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작은 나눔에 대한 중요성을 재발견해 내는 일은 정말이지 의미 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나눔은 그 규모에 의해 가치가 결정되지 않기 때문이다. 나누는 것 자체가 바로 보람이고 행복이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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