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송병기 울산시 경제부시장이 5일 김기현 전 울산시장 측근비리 청와대 제보와 관련해 입장을 밝히기 위해 울산시청 프레스센터로 들어서고 있다. 우성만 기자  
 

김기현 전 울산시장 측근비리 첩보의 최초 제보자로 지목된 송병기 울산시 경제부시장이 처음 공식적으로 입을 열었다. “시장 선거를 염두에 두고 사건을 제보한 것은 아니”라고 했지만, 당시 더불어민주당 송철호 캠프의 핵심 참모 역할을 했던 송 부시장을 둘러싼 의혹은 증폭되고 있다.
송병기 울산시 경제부시장은 5일 울산시청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전날 청와대의 김 전 시장 측근비리 제보와 이첩 경위 조사 결과 발표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송 부시장은 “시점과 내용은 정확하게 기억나지 않지만, 2017년 하반기쯤으로 기억되며, 당시 총리실 A행정관과 안부 통화를 하던 중 울산 전반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면서 “김기현 시장 측근비리가 언론과 시중에 많이 떠돈다는 일반화된 내용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나눴다”고 말했다.
이어 “김 전 시장 측근비리 사건은 이미 2016년 건설업자 김모씨가 북구 한 아파트 시행과 관련해 수차례 울산시청과 울산경찰청에 고발한 사건으로 수사 상황이 언론을 통해 시민 대부분에 알려진 상태였다”며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또 청와대 A행정관에 대해서는 “2013년 하반기 서울 친구를 통해 알게 돼 가끔 친구들과 만나고 통화도 간헐적으로 한두번 하는 사이였다”고 설명했다.
송 부시장은 “저는 저의 이번 행위에 대해 추호의 후회나 거리낌이 없고, 그 어떤 악의적인 여론 왜곡에도 흔들리지 않겠다”면서도 “왜곡된 여론 때문에 불안해하는 공무원 가족과 시민 여러분에게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송 부시장은 굳은 표정으로 미리 준비한 입장문을 읽은 뒤 약 2분만에 청원경찰들에 둘러싸여 시청을 빠져나갔다.
청와대와 송병기 부시장의 입장 발표 이후 의혹과 논란은 거세지고 있다. 일부 언론을 통해 “청와대가 요청했다”고 전해진 송 부시장의 입장은 몇시간만에 “안부통화를 하던 중”으로 미묘하게 달라졌다. 이른바 ‘하명수사’ 의혹이나 청와대 ‘사찰’ 논란이 증폭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청와대가 ‘수사기관이 밝혀낼 문제’라며 의혹 차단에 나섰는데, 송 부시장의 미묘한 입장 변화도 이를 염두에 둔 것으로 해석된다.
송 부시장이 ‘언론을 통해 대부분 알려진 것’이라고 밝힌 것도 석연치 않은 대목이다. 청와대에서 전달된 첩보 중 경찰이 수사에 착수한 사건은 김기현 전 시장 비서실장이 아파트 건설 현장에 특정 레미콘 업체의 편의를 위해 부당한 압력을 행사했다는 의혹이다. 그런데 송 부시장이 A행정관과 통화를 했다고 밝힌 2017년 말에는 관련 의혹이 세간에 전혀 알려지지 않았다. 관련 언론 보도가 나온 것은 이듬해인 2018년 3월 16일 경찰이 시청을 압수수색한 이후다. 송 부시장이 관련 의혹을 A행정관 측에 적극적으로 전달했거나, 청와대가 송 부시장이 아닌 다른 경로로 관련 첩보를 입수했을 가능성을 추정할 수 있다. 송 부시장은 레미콘 관련 사건에 대해서도 대화를 했는지에 대해서는 함구했다.
송 부시장이 A행정관을 알게 된 경위도 전날 청와대가 ‘우연히 캠핑장에서 만나 알게 된 사이’라고 밝힌 것과 달라 사실관계 확인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특히 2017년 8월께부터 더불어민주당 송철호 캠프에 합류한 송병기 부시장의 “시장 선거를 염두에 두고 제보했다는 것은 양심을 걸고 단연코 사실이 아니다”라는 입장도 신뢰를 얻지 못하고 있다.
송병기 부시장은 김 전 시장 측근비리 의혹과 관련해 2차례 경찰에 참고인 조사를 받은 바 있다.
이날 오전 출근한 송 부시장은 공식 일정을 모두 취소했으며, 기자회견 직후 청사를 빠져나간 이후 일정에 대해서는 알려지지 않고 있다.
검찰은 이날 김기현 전 울산시장 측근비리 첩보를 처음 접수한 A행정관을 소환 조사했다. 송병기 부시장으로부터 제보를 받은 경위 등을 조사하고 있는 만큼, 송 부시장의 검찰 소환도 조만간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는 이날 송병기 부시장이 동의하면 제보의 원본과 보고서를 공개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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