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 군수 할래? 고래잡이 포수할래?’ 물으면 장생포와 방어진 아이들은 ‘포수하겠다’고 했다. 고래잡이 전성기 때 얘기다. 공부하다 보면 ‘뚜..’ ‘고래 잡았다’는 무적 소리가 들린다. 평소 무적소리와 고래를 잡아 항구에 들어올 때 뱃고동 소리가 달랐다. 
두 마리를 잡았을 땐 ‘뚜~뚜~’ 두 번 들린다. 아이들은 집으로 안 가고 고래 깨는 것을 보러 간다. 청룡도 같은 한 발 반이나 되는 칼이 번쩍 거린다. 망나니 칼은 저리가라다. 그 칼을 차악~ 두르고 집 채 만 한 고래 등에 올라간다. 번쩍이는 칼이 몸통 중앙을 쫘악~쫘악~ 그린다. 검은 고래 등에 새하얀 속살이 쫘악 그어진다. 멀리서 보면 검은 칠판에 하얀 백묵을 그은 것 같다. 
그 다음엔 부위별로 잘라야 한다. 세로로 잘라서 가로로 표시해 주면 이쪽 세 사람 저쪽 세 사람이 그어 주는 대로 잘라낸다. 하얀 속살사이로 두꺼운 비계 층이 나타난다. 그 비계 층 사이로 선홍빛 살점이 쫘~악 벌어진다. 소고기 속살과 닮았다. ‘서울내기 다마내기 맛좋은 고래고기’ 아이들의 노래처럼 12가지 맛이 난다는 고래 고기 해체 장면이다. 
그 뿐인가? 근대 산업의 동력을 돌린 게 고래 기름이다. 그 시절 흥청거린 울산 장생포와 방어진 항구 사진을 보면 돗대가 빼곡하도록 배가 가득 차 있었다. 
하지만 1970년대부터 고래잡이는 쇠퇴기에 들어선다. 1986년에는 늠름하게 대양을 누비던 포경선 출항이 올 스톱 됐다. 방어진에는 고래 등 보다 큰 배를 만드는 조선소가 들어섰다. 고래잡이는 물론 고기잡이는 뒷전이고 조선소 망치 소리가 진동했다. 
김기현 전 울산시장 관련 첩보 및 청와대 하명 의혹 수사를 놓고 ‘울산 고래고기 사건’이 회자되고 있다. 검찰 조사를 앞두고 극단적 선택을 한 청와대 민정비서실 직원이 작년 지방 선거를 앞두고 왜 울산에 갔느냐? 청와대는 ‘고래 고기 사건 때문에 간 것’이라고 주장했다. “민정 비서관실 업무가 대통령 친·인척 관리인데, 고래가 대통령의 친·인척이냐”는 반론이 나왔다. 자기 쪽 편한대로 ‘고래고기 모독’ 에 나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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