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하명수사 의혹’과 관련해 ‘고래고기 환부사건’이 다시 주목을 받고 있는 가운데 ‘깜깜이 수사’가 일반화된 검찰이 유난히 이 사건에만 적극적으로 나서면서 ‘제식구 감싸기’와 ‘이중적 태도’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이 사건은 경찰이 2016년 불법포획 증거품으로 압수한 고래고기 27t 가운데 21t을 검찰이 유통업자들에게 되돌려준 것으로 대표적인 검·경 갈등 사건이다. 2017년 9월 해양환경단체가 고래고기 환부를 지휘한 울산지검 A검사 등을 직권남용 등 혐의로 2017년 9월 울산경찰청에 고발하면서 경찰 수사가 본격화됐다.

경찰 수사 과정에서 유통업자들이 허위의 고래고기 유통증명서 수십장을 제출한 사실이 드러나고, 유통업자들이 울산지검에서 해양·환경 분야를 담당했던 일명 ‘전관’ 검사를 선임해 거액을 주고 고래고기를 돌려받았다는 진술과 정황까지 확보됐다.

이같은 사실이 다시 언론을 통해 주목받자 검찰은 발끈했다. 울산지검은 지난 4일 ‘울산 고래고기 사건 오보 대응’이라는 제목으로 2쪽 분량의 문건을 작성했다. 문건을 통해 검찰은 “불법포획 등 범죄혐의를 입증할 증거가 부족해 형사소송법, 검찰 압수물사무규칙 등 관련 규정에 따라 압수를 계속할 필요가 없다고 인정돼 환부한 것”이라며 당시 환부 조치가 잘못되지 않았다는 점을 수차례 강조했다.

이 문건에서는 사실관계에 대한 검찰의 입장은 지나치게 자의적이란 지적이 나온다. ‘시가 30억원 상당’이라는 데 대해 “추징금 산정 기준에 따르면 4억7,600만원(울산수협 위탁판매가 기준)”이라거나, A검사와 ‘전관’ 변호사의 관계를 두고 “근무지, 학연, 지연 등에 비춰 담당 검사의 직계 선배가 아니다”라며 전관예우 의혹에 대해 반박했다. 당시 A검사의 직속상관과 ‘전관’ 변호사는 같은 학교 동문으로 확인됐지만, 이에 대해선 추가적인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경찰 수사에서 확인된 거짓 고래유통증명서에 대해서도 “압수물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고래유통증명서를 일부 제출하기는 했지만, 제출된 고래유통증명서 중 위·변조 등 조작 여부가 확인된 바는 없다”는 이해하기 힘든 입장을 밝혔다. 결국 유통업자들이 고래고기를 돌려받기 위해 제출한 고래고기유통증명서가 “입수물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것으로 확인은 됐지만, 그 증명서가 위·변조된 것은 아니라는 무의미한 말로 핵심을 흐렸다.

이같은 내용은 대검을 통해 중앙매체 기자들에게도 전달됐다.

검찰이 개별적인 사건에 대해 입장을 밝히는 것은 상당히 이례적이다. 특히 수사가 진행 중인 사안에 대해서는 ‘함구’를 원칙으로 해왔다. 그러나 ‘고래고기 환부사건’에 대한 검찰의 반응은 상당히 예민하다.

울산지검은 경찰 수사 4개월여만인 지난해 1월에도 2쪽 분량의 ‘참고자료’를 내고 불쾌감을 드러낸 바 있다. 특히 당시 사건은 황운하 울산지방경찰청장이 지휘했는데, 검찰 등 법조계의 비협조로 압수수색 영장 등이 기각되거나 핵심을 벗어난 사안에 국한돼 수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비판을 강도 높게 했다. 이에 검찰은 “최대한 수사에 협조했다”면서도 “수사는 결과로 말하는 것”이라며 여론전을 주도해온 경찰을 향해 불편한 심기를 고스란히 드러내기도 했다.

현재 이 사건은 울산경찰청 광역수사대가 여전히 쥐고 있다. 변호사와 유통업자 사이의 ‘수상한 돈거래’를 수사 중이라고 밝혔지만, 사실상 진척은 없는 상태다.

울산청 광역수사대는 보도자료를 통해 ‘가짜 약사’ 사건을 언론에 알렸다는 이유로 피의사실공표 혐의로 울산지검의 수사를 받는 처지다.

이달부터 형사사건 공개금지에 대한 규정이 시행되면서 검찰의 입은 더욱 굳게 닫혔다. 한 수사기관 관계자는 “원칙적으로는 검찰이 수사 내용을 밝히지 않겠지만, 자신들의 입맛에 맞는 내용만 공개하면서 폐해가 더 커질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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