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연시마다 들리는 훈훈한 미담 눈길
소외계층 위한 문화예술공연은 드물어
진심 담긴 봉사로 한해 마무리 어떨까

최영진
‘노래샘’ 발행인·행복한 노래교실 원장

송년행사 시즌이다. 경기침체 탓에 예년보다는 횟수가 줄어들긴 했어도 여전히 많은 단체와 기관, 기업들이 모임을 갖는다. 특히 내년 총선과 지자체 체육회의 민간회장 선거를 앞둔 시기라 행사의 종류도 매우 다양해 보인다. 이렇듯 모두가 한 해를 마무리 하고 새해를 맞을 준비에 마음이 바쁘다.

이럴 때마다 으레 생각나는 것이 관심과 사랑이 필요한 불우이웃들이다. 특히 요즘처럼 힘들고 어려운 세상일수록 나눔과 소통은 그 의미가 남다르다. 연말연시마다 들리는 애틋하고 훈훈한 미담사연들이 눈길을 끄는 이유다.
요즘은 온통 봉사단체에서 소외계층을 위한 김장김치 나눔 행사가 신문지면을 싹쓸이 하는 듯하다. 물론 복지시설에 각종 기부를 하는 지역기업들의 사회공헌사업도 회자된다. 비록 각박한 세상이지만 우리가 마음을 나눈다면 얼마든지 따뜻한 공동체가 될 수 있을 거란 믿음을 갖게 한다.

그래서인지 마음 한구석에 잠재해 있는 아쉬움이 있다. 연말연시가 돼도 우리 지역 연예인들은 개개인 행사나 공연에만 관심이 있을 뿐 베푸는 것에 대한 활동에 인색하다는 점이다. 동창회나 송년행사 등에 가끔 출연하는 경우는 있어도 취약계층이나 소외계층을 대상으로 하는 위로·위문공연 등의 활동을 펼치는 지역 예술인들이 극히 드물기 때문이다. 매우 안타까운 일이다. 출연료를 떠나 순수한 재능기부 공헌 활동을 벌인다면 지역 사회는 물론 소외계층들에게 더욱 좋은 인연과 사랑을 전할 터인데 말이다.

세상에는 두 가지 종류의 사람이 있다. ‘먼저 받고 주는(Take and Give)’ 타입과 ‘먼저 주고 받는(Give and Take)’ 타입이다. 어느 것이 더 가치가 있는 지는 설명이 필요 없다. 이 사회가 나에게 무엇을 줄 것인가가 아닌 우리 문화·예술인들이 지역 사회를 위해 무엇을 먼저 할 수 있는 지를 생각하는 솔선수범의 자세가 요구된다. 일례로 태화강국가정원이 지정됐지만 문화·예술인 특히 대중음악을 하는 지역 가수는 아직 태화강이나 국가정원에 관한 대중가요 한 곡도 제대로 발표된 것이 없다. 부끄럽고도 자존심이 상하는 일이다.
새삼 생각나는 일화가 있다. 미국의 유명한 배우이자 코미디언인 밥 호프(Bob Hope)에 대한 얘기다.

월남전이 한창이던 시절, 부상병들을 위한 대대적인 위문공연을 준비하고 있을 때였다. 프로그램의 총 책임자인 감독은 밥 호프를 이 공연에 초대하기로 하고 섭외를 했지만 너무 바쁜데다가 선약까지 겹쳐 참여할 수 없다고 거절당했다. 밥 호프가 없는 위문 공연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생각한 감독은 군인들을 위로해 주는 아주 중요한 자리에 당신이 꼭 필요하다며 여러 번 간곡히 부탁했다. 밥 호프도 끈질긴 감독의 부탁에 “5분 정도만 얼굴을 보이고 내려와도 괜찮겠냐?”고 물었고 주최 측은 그렇게만 해줘도 고맙겠다고 해서 출연하기로 약속했다.

드디어 공연 당일 5분을 약속하고 밥 호프가 얘기를 시작하자마자 사람들은 웃기 시작했다. 그런데 밥 호프는 5분이 지나도 끝낼 생각을 안 하고 거의 40분 동안 공연을 하고 내려왔는데 그의 얼굴에는 눈물이 흐르고 있었다. 감독은 5분을 공연하기로 하고 40분을 하게 된 경위와 눈물을 흘리는 이유에 대해 물었다. 밥 호프는 눈물을 닦으며 이렇게 말했다. “저 앞줄에 있는 두 친구 때문에 그렇습니다.” 감독이 나가보니 앞줄에 상이군인 두 사람이 열심히 박수를 치며 기뻐하는 모습이 보였다. 오른팔을 잃어버린 사람은 왼팔을, 왼팔을 잃어버린 사람은 오른팔을 사용해서 두 사람이 함께 박수를 치고 있었던 것이다. 밥 호프는 “저 두 사람은 나에게 진정한 기쁨이 무엇인가를 가르쳐 줬습니다”라고 말했다. 긴 여운을 남기는 감동이 전해진다.

우리 주변에도 소외된 계층이 많다. 이들을 찾아가 위로해주는 연말 예술문화공연은 새로운 희망의 활력소가 될 것이다. 외롭고 쓸쓸하게 지내시는 어르신들에게 노래와 춤 등 멋진 공연을 펼치면 절로 즐거움이 묻어난다. 진심어린 마음이 통하는 것을 느끼면서 위로와 큰 웃음을 선사하는 일은 남다른 보람이고 행복이다. 자부심과 긍지를 느끼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옛말에 ‘노력 없이 얻는 것은 나이밖에 없다’고 했다. 항상 노력하고 준비하는 자세로 정상을 향해 최선을 다해 연습하고 또 연습해야 하겠지만 주변에 대한 베품과 감사의 마음으로 올 한해를 마무리한다면 더 할 나위 없을 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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