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용하 극작가·연출가

# K형, 한 해가 갈무리 되는 12월의 끝자락입니다. 한 해를 갈무리 하는 12월에 저는 유랑극단 이야기를 전하려합니다. 사전적인 의미로 ‘일정한 거처가 없이 떠돌아다니며 연극을 공연하는 단체’인 유랑극단은 그 역사가 무척 오래됐습니다. 우리들에게 익숙한 용어인 사당패가 유랑극단의 원형입니다. 강 건너 산을 넘어 마을마다 돌아다니며 춤과 노래와 기예를 선 보였던 사당패는 민중의 애환과 함께한 유랑극단입니다. 
# K형, 일제강점기인 1932년에는 토월회를 개편하고 이름을 고쳐 만든 신파극 극단인 태양극장이 있었습니다. 1936년 이후에는 주로 지방을 돌며 대표적인 유랑 극단이 되었으며, 일본과 북간도에서도 순회공연을 했습니다. 유럽에서도 유랑극단은 곳곳에서 등장했습니다. 16세기 코메디아 델 라르테를 주로 공연했던 이탈리아의 유랑극단 콘피덴티와 16세기의 에스파냐에서 유래된 마당극장은 가옥 뒤의 마당에 무대를 만들어 사용한 유랑극단입니다. 17세기 유럽에서는 이탈리아와 프랑스 등 유럽을 순회하는 유랑극단도 있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낙동강변을 따라 놀았던 오광대와 야류 등도 유랑극단이었습니다. 대광대패의 가면극이 전승된 오광대 등은 단순한 오락적 성격을 가지고 있지만 탈의 생김새나 춤사위, 마을 제와 함께 연희가 펼쳐져 고유의 향토성을 지니는 독창적인 유랑극단의 역사입니다. 
# K형 뜬금없이 유랑극단을 길게 설명한 이유가 궁금하시죠. 울산문화예술회관이 제작한 찾아가는 문화콘텐츠 ‘해설있는 명작공연 햄릿’이 지난달 18일 서생중에서 시작해 12월 4일 청량중을 끝으로 10회 공연을 하였습니다. 오는 17일부터 24일까지는 퓨전마당놀이 ‘신 춘향전’을 동구노인복지관 강당, 선암호수노인복지관 강당 등지에서 6회 공연을 펼칩니다. 울산문화예술회관의 현대판 유랑극단이 강을 건너 산을 넘어 문화소외계층을 찾아가고 있습니다. 발걸음 하셔서 함께하는 시간도 좋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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