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된 지 몇해 지났지만 대중교통 여전히 미흡
시교육청 이용객들도 대부분 택시·자가용 이용
셔틀버스처럼 운행하는 환승 시스템 도입 필요

이태령
울산교육청 공보담당관실 주무관

일주일 출장 후 첫 출근이었다. 그간 쌓였을 업무를 처리하기 위해 여느 때보다 더 일찍 서둘러 나왔다. 폰을 켜서 울산시내버스 앱을 열었다. 버스는 도착시간도 안됐는데 기다리던 정류장에서 이미 10여 구간을 지나고 있었다. 어쩔 수 없이 택시를 잡아탔다.

다음날, 좀 더 일찍 나섰다. 정류장 버스정보시스템 화면에는 도착예정버스 번호가 줄줄이 나열됐지만 기다리는 버스 번호는 보이지 않았다. 뭔가 이상한 생각이 들었지만, 원인도 찾을 겨를 없이 또 택시를 타야했다. 버스를 기다리던 곳은 북구청 남문 정류장이었다. 북구청 남문에서 교육청을 지나는 버스는 한 시간에 한 번꼴로 왔고, 단 한 대만 운행한다. 몇 년 동안 북구청 앞에서 버스를 타고 교육청까지 다녔다. 자가용과는 달리 버스는 동네 구석구석을 운행해서 시간이 더 걸린다. 하지만, 정류장이 버스 종점에서 가까워 타기만 하면 도착할 때까지 여유가 있었다.

출근길 버스를 타고 이어폰으로 음악이나 강의를 들을 때도 있고, 책도 몇 쪽 읽을 수 있었다. 남들은 버스가 불편하지 않느냐고 하지만 몇 년째 습관이 된 내게는 편리한 수단이었다.
버스가 며칠째 안 보여 연이어 3일째 택시를 타고 가는데 눈앞에 214번이 지나가고 있었다. 우리 동네 정류장도 안 거쳐 갔는데, 이상하다는 생각에 버스 앱을 다시 검색해보니 출장 간 일주일 사이에 노선이 바뀌어 있었다. 그동안 버스가 안 보였던 이유를 알았다. 버스는 새로 생긴 송정지구의 아파트를 순회하면서 원래 주차하던 북구청 남문 정류장은 경로에서 빠져있었다.

공항이 있는 7번 국도를 지나는 버스는 214번외에도 많았다. 그런데 굳이 주택가와 떨어진 정류장으로 노선이 바뀌었을까? 어차피 새로 생긴 송정지구 아파트를 경유해 올 것이라면 차라리 학교와 시장, 아파트가 밀집해 있는 화봉 사거리를 경유해 북구청을 지나갔다면 기존이용자들의 혼선도 적지 않았을까? 거의 1시간에 1대 꼴로 오면서 출근길에 2~3명도 태우지 않은 채 빈 버스로 몇 구간을 그냥 지나가는 것을 보면 버스 노선의 계획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했다. 승객들의 수요가 많은 시간대를 파악해 버스 간격을 1시간에서 최소한 2~30분 간격으로 줄이고, 이용자가 많이 없는 시간대는 기존대로 1시간 간격으로 다니는 것도 고민해봐야 할 것이다.

물론 최적의 운행경로를 설계했지만, 새롭게 버스 운행 노선을 바꾸려 계획했다면 최소한 몇 번은 시운전 후 계획을 수립해야 마땅하다. 또한, 노선 변경 안내문이나 없어진 버스번호에 대한 정리라도 제 때 해야지 그대로 방치한 채 기존 버스 운행을 단절해서야 되겠는가.
대중교통을 이용하자고 피켓을 들고 차량 2부제를 운영하자고 하나 실제 대중교통을 편하게 사용할 수 있는 시스템 마련이 안돼있다. 특히 중구 혁신도시가 생긴 지 몇 해 지났지만 무엇이 혁신됐는지 모르겠다. 어떤 대책도 내놓지 않고 정책에 따라오라는 것은 쓰레기를 잠시 보이지 않는 곳에 밀어 넣는 것과 다름없다. 밀어 넣은 것이 과해지면 밖으로 다시 터져 나오기 마련이다.

혁신도시 공공기관과 울산교육청을 이용하고자하는 학생, 시민, 학부모는 점점 늘어나고 있는 추세이다. 아파트와 공공기관이 있는 뒷길에 일부 버스노선이 생겼지만, 교육청을 방문하려면 불편하다. 교육청에 방문하려면 우정동에서 내려 20여분을 걸어오거나, 대부분 택시와 자가용을 이용해야한다. 늘 교육청 주차장은 혼잡하고 연수에 맞춰 와도 차를 주차할 곳이 없어 시간에 늦게 도착하는 악순환을 반복한다.

최소한 시민의 발이라고 부르는 대중교통은 정류장에서 각 구·군으로 연결되는 버스가 1대는 있어야 환승이라도 가능하다. 우선 신도시가 새롭게 구성된 지역에는 버스활용정도를 알기 위해서라도 경비가 적게 드는 작은 마을버스로 순환운행하고, 대로로 나오면 대형버스로 환승할 수 있도록 하면 편리하겠다. 또한, 대형버스 증차가 어렵다면 출퇴근 시간만이라도 증차하고, 시청, 구청, 교육청 등 공공기관간 활용 용이한 셔틀버스처럼 운행 환승하는 시스템을 도입했으면 한다. 교통 불편이 반복돼 어쩔 수 없이 자가용을 다시 운전해야하는 고민이 생기지 않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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