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의 미래는 ‘6차 산업’으로 귀결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농업(1차)으로 얻어진 농산물을 제조·가공(2차)해 판매하면서, 문화·체험·관광(3차)으로 확대하는 융·복합 산업이다. 1990년대 일본에서 처음 나온 이 개념이 국내에 도입된 것도 오래 전이다. 2010년 전후 전국적으로 6차 산업 육성·지원 정책이 시작됐지만, 산업도시 울산에는 ‘남의 일’이었다. ‘6차 산업’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힌 것은 울주군이다. 지역에서 유일하게 울주군은 올해 ‘6차 산업팀’을 정식 신설하고 8개 사업에 26억여원을 들여 6차 산업을 육성·지원한다.
 

울주형 스마트팜 단지 조감도.

 

‘울주형 스마트팜’ 서생 명산리에 조성
 청년·농업인에 스마트팜 기회 제공
 초기 비용부담↓ 기술 습득 ‘긍정적’
 인프라 뿐 아니라 유통망 구축
 네트워킹 통한 산업생태계 조성 목표

‘스타농부’ 육성 전과정 공개
 숨은 인재 통해 6차 산업 홍보효과
 청년창업농 창업공간도 제공
 아이디어 공유 등 시너지 기대

 6차 산업 관광 클러스터 지원
 체험프로그램 운영 농가3곳 묶어
 1일 코스 패키지 개발 ‘상생’

 

이선호 군수가 울주군 범서읍 주말농장을 방문해 간담회를 하고 있다.

 

# 울주형 스마트팜 단지 조성 실시설계용역… ‘6차 산업’ 첫발
울주군의 ‘6차 산업’은 이선호 울주군수의 “50만평 6차 산업단지를 조성” 공약에서 시작됐다. 이 대규모 단지의 시범 사업이 ‘울주형 스마트팜 단지 조성’이다. 울주군이 소유한 유휴부지 중 적합한 위치와 규모 등을 고려해서 결정된 곳이 울주군 서생면 명산리의 옛 영어마을부지 총 4만9,129㎡다.
지난해 울주군은 ‘6차 산업단지 조성에 따른 기본계획 연구용역’을 통해 사업의 밑그림을 그렸다. 청년농업인을 위한 임대형 온실단지 8,957㎡와 지역 농업인을 위한 온실단지 2,162㎡ 등을 갖춘 스마트팜 온실단지, 가공기술 교육과 수출 등을 지원하는 식품 가공지원센터, 그로서란트(Grocery+Restaurant) 레스토랑과 팜카페, 농촌형 키즈카페 등 체험·휴식이 가능한 농촌체험학습장·문화힐링센터 등이다.
총 사업비는 약 430억원 상당이 투입될 것으로 예상되며, 다양한 공모사업을 통해 국·시비 확보에도 나설 예정이다.
울주군은 지난해 기존계획 연구용역에 이어 올해 실시설계용역을 통해 사업을 구체화하겠다는 계획이다. 올해 당초예산으로 용역비 8억7,000만원을 확보했고, 다음달 중 실시설계용역을 실시할 계획이다. 울산시 재정투자심사와 중기재정계획 수립을 거쳐 이르면 내년 말 ‘울주형 스마트팜 단지’가 탄생할 것으로 보인다.

 

울주군 유진목장에서 직접 짠 우유를 가공한 아이스크림과 요구르트, 밀크푸딩, 밀크잼 등을 판매하는 울산 울주군 언양 ‘본밀크’ 외관.

 

# 스마트팜 농업인 배출부터 관리까지… 산업생태계 조성
‘6차 산업’과 짝꿍처럼 언급되는 개념이 ‘스마트팜’이다. 정보통신기술(ICT) 등을 통해 최적의 농업 환경을 조성하는 최첨단 농업 시스템을 말한다. 최소한의 노동력으로도 최대한의 생산량을 얻을 수 있고, 그만큼 가공이나 체험 등 추가적인 산업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6차 산업’과 맞닿아 있다.
다만 ‘스마트팜’에 대한 비용적 부담이 상당하다. 특히 울산에서는 부지 마련에도 적잖은 비용이 필요한데, 이에 더해 최첨단 기술을 동원한 농장을 갖춘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특히 이제 막 농업에 뛰어든 청년창업농들에게는 불가능에 가깝다.
이같은 맥락에서 ‘울주형 스마트팜 단지’는 청년을 포함한 농업인들에게 스마트팜 기회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기대되는 사업이다. 초기 비용 부담을 줄이고 기술을 배울 수 있다는 점에서 상당히 많은 청년창업농들이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있다.
울주군은 ‘울주형 스마트팜 단지’ 사업뿐만 아니라 별도로 스마트팜 보급·확산 지원 사업도 지원한다. 단순히 사업 초기 인프라를 지원하는 데 그치지 않고, 유통망을 구축하고 산·학·연·관·민간 네트워킹을 통한 산업생태계 조성을 목표로 한다.
군은 올해 9억5,000만원을 들여 울산테크노파크 기업지원단 주관으로 울산농업기술센터, 농업과학기술원, 대학 등과 함께 관련 사업을 추진한다. 총 비용의 50~80% 상당의 스마트팜 보조금을 지원하고, 전원주택 단지 등을 대상으로 스마트팜 클러스터단지 시범사업도 계획하고 있다. 조성된 스마트팜이 유지될 수 있도록 유통 구조를 마련하는 방안도 포함돼 있다.
울주군은 스마트팜 활성화를 통해 ‘도시’와 ‘농촌’의 거리를 줄이고, 농업으로 고부가 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고 기대한다. 이는 농산물의 신선도 유지와 같은 유통의 효율성 측면뿐만 아니라 ‘도시 농업’이 가능하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이는 농업의 공간적 제약을 무너뜨리고, 인구 유입의 새로운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스타발굴’·‘청년농 창업공간 지원’·‘패키지 관광’ 등
이외에도 울주군은 올해 다양한 6차 산업 육성 사업을 추진한다.
우선 ‘6차 산업’의 스타를 발굴·육성하는 프로젝트다. 농림축산식품부와 해양수산부가 주관한 ‘아이디어 대한민국 나는 농부다’의 울주군 판이다. 6차 산업 예정자와 농업창업자 등을 모집부터 사업 준비 등 모든 과정을 공개하면서 ‘스타 농부’를 육성한다는 계획이다. 숨어있는 인재들을 수면 위로 끌어올리면서 각자의 사업 브랜드를 키우고, 울주군의 6차 산업 전반에 대한 홍보 효과도 노릴 수 있다.
청년창업농의 제조·가공품을 판매할 수 있는 창업공간도 제공한다. 2억3,600만원을 들여 추진하는 이 사업은 청년창업농과 6차 산업인증 사업자 등을 대상으로 3~5년간 임대 기회를 제공하는 내용이다. 이들이 한 공간에 모여 아이디어를 공유하고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으로 군은 기대하고 있다.
올해 울주군이 추진하는 사업 중 눈에 띄는 사업은 ‘6차 산업 관광 클러스터 지원 사업’이다. 울산청년창업농영농조합법인과 함께 체험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는 농가 3곳을 묶어 1일 코스 패키지를 개발하는 내용이다. 중간 중간 지역 농산물로 만든 도시락과 간식도 제공하면서 관광객에게는 편의를 제공하고, 지역 농가에는 ‘상생’의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울주군은 체험 농가에 인력을 지원할 계획이다. 이 상품은 다음달 인터넷 오픈마켓을 통해 구매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울주군 관계자는 “한 농가에서 농업과 제조업, 체험 관광까지 6차 산업을 모두 도맡아 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있다”면서 “다양한 지원 사업을 통해 6차 산업 인력을 육성하고 변화하는 농업 환경에 적극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청년창업농들 “교육·지원 부족한 울산서 ‘관심’만으로 긍정적
울주형 스마트팜 임대형 온실단지 등 6차 산업 추진에 큰 기대감”

그동안 울산은 ‘6차 산업’에서 배제돼 있다시피 했다. 정부는 각 권역별로 6차 산업 지원센터를 두고 다양한 사업을 추진하고 있지만, 울산에서 그 열매를 맛보기는 힘들었다. 
지원센터에서 추진하는 사업은 국비와 지자체 예산을 매칭해 운영하는데, 경남도에 있는 ‘경남 6차 산업 지원센터’는 경남도 예산이 투입된다. 그만큼 지원 혜택도 경남도민들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는 구조다.
울산 울주군 지역에 6차 산업 인증을 받은 농가는 총 7곳. 지역 농업인들은 6차 산업 인증을 받기 위해 경남 진주까지 오가야 하는 불편과 더불어 지원 혜택도 받지 못했던 게 현실이다.
이처럼 소외됐던 지역 농업인, 특히 기반이 부족한 청년창업농들은 울주군의 ‘6차 산업’ 계획에 거는 기대가 크다.
스마트팜에 관심이 많다는 한 청년창업농은 울주형 스마트팜의 임대형 온실단지 입주를 고심하고 있다고 밝혔다. “새롭게 기반을 다지는 것보다 훨씬 안정적이고 체계적으로 시작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이유에서다. 
이미 기반을 갖춘 청년창업농도 “주변에 많은 친구들이 관심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는 청년창업농은 “체험 참가자 상당수가 부산에서 오고 있는데, 부산과 인접한 곳으로 지리적 이점도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농업 교육 인프라도 부족한 울산에서 울주군은 그 ‘관심’만으로도 긍정적이라는 평가다. “지자체의 지원만으로 사업이 원활하게 추진되는 것은 아니지만, 그동안 농업 환경에 무관심했던 울산에서 유일하게 울주군이 6차 산업을 추진한다는 데 기대감을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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