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대예술관 미술관에서 1월 10일~2월 23일 열리는 <테리보더전>의 전시작들은 각양각색의 물체에 굽혀진 철사를 붙여 캐릭터의 팔다리를 만들고 그들을 주인공으로 스토리텔링을 전개한다  
 

‘먹고, 즐기고, 사랑하라’
그야말로 일상에서 유쾌한 상상을 할 수 있는 전시였다.
빵, 과자, 계란, 과일 등 평범한 사물에 철사를 구부리고 덧붙여 기발한 상상력을 더하자 인생의 지혜가 보였다.
튀겨진 닭 앞에 선 달걀의 손에는 ‘TO: Mother’ 이라는 편지가 보인다. 어머니의 죽음을 자식이 바라보며 후회하지만 이미 때는 늦었다.
현실을 비꼬는 날카로운 비판도 작품에 담겨 있다.
껍질을 벗기면 속마음이 다 다른 인간의 모습을 땅콩으로, 욕망으로 가득 찬 인간의 모습을 좀비를 통해 표현한다.
현대예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테리보더전>.
전시작품들은 각양각색의 물체에 굽혀진 철사를 붙여 캐릭터의 팔다리를 만들고 그들을 주인공으로 스토리텔링을 전개한다.
벤트 아트(bent art) 즉, 철사를 직접 구부려 작품을 만들었다.
일상 속 친근한 소재를 활용했기에 어렵지 않고 작가가 상상해 작품 속에 녹아낸 폭넓은 은유와 수사를 쉽게 체험할 수 있다.
일상의 사물들이 마음만 먹으면 예술로 표현되고 작품으로 남는다는 것을 작가 테리 보더는 보여준다.
그래서 이 전시는 그냥 작품을 감상하는 것이 아니라 작가의 말처럼 ‘먹고, 즐기고, 사랑하는’ 전시다.
한국전시에 맞춰 한국적 소재를 활용해 만든 작품도 눈에 띈다.
곶감 두 개는 나뭇가지에 앉은 새 한쌍으로, 쪼그라진 갈색 대추는 마스크 팩이 더해져 젊음을 갈구하는 노인의 얼굴이 됐다. 딱딱한 라면은 두 쪽으로 갈라져 침몰하는 배를 표현하면서 ‘The End Of Relationship’이라는 타이틀이 달렸다. 한국어 타이틀은 ‘슬픈 안녕’이다.
‘발상의 전환’이라는 문장이 떠오르는 전시다.
작가 테리 보더는 작업의 의미를 “발견의 기쁨을 사람들과 함께 나누는데 있다”고 말했다.
일상이 지쳤다면 친근한 소재에서 해학, 유머를 느낄 수 있는 ‘테리보더 전’을 추천한다. 한번쯤 웃을 수 있는 전시다. 전시장 입구에는 어린이 관람객을 위해 소품을 이용해 벤트 아트(bent ar)를 직접 경험해 볼 수 있는 체험장도 있다. 현대예술관 미술관 1월10일~2월2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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