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다복의 상징 경자년 ‘하얀 쥐의 해’
일자리 위축·저출산 등 지역 상황 악화
지방분권 실현으로 함께 잘사는 나라로

신성봉
울산시구·군의장단협의회장·역사학 박사

대한민국의 자랑이자 울산시민의 자긍심인 태화강 국가정원에 2020년 경자년(庚子年) 희망의 기운을 가득품은 새해가 밝았다.
올해는 십이지의 첫 번째 동물인 쥐의 해다. 특히 경자년의 ‘경(庚)’은 흰 백(白)을 의미하고 있어 ‘하얀 쥐의 해’라고 한다. 쥐는 대중적으로 부정적 이미지를 내포하고 있지만 예로부터 전해져오는 선조들의 지혜에 따르면 다산과 다복의 상징으로 여겨진다. 이 때문에 올해는 어렵기만 한 경제여건이 호전되고 저출산에서 촉발되는 인구절벽의 위기도 슬기롭게 극복해 나가길 바라는 국민적 염원이 담겨있다.

울산지역 5개 기초의회 의장을 대표하는 ‘울산광역시 구·군의회 의장협의회’ 회장직을 수행하고 있는 한사람으로서 여기에 하나의 간절한 소망을 더하자면 2020년은 지방분권의 원년이 돼야 한다.
지난해 말 언론보도를 통해 지방분권실현과 균형발전의 필요성을 방증할만한 소식을 접한 바 있다.

한국경제연구원의 인식조사 결과 울산시민의 78.4%가 향후 우리 지역이 소멸할 것으로 예측했다. 시민 10명 중 8명이 향후 자신이 사는 울산이 없어질 것을 우려하는 셈이다.
특히 이번 조사에서 수도권을 제외한 전국 14개 시·도에 거주하는 만 19세 이상 남녀 1,308명을 대상으로 벌인 결과 울산의 지역소멸 우려 비율이 조사 대상 시·도(평균 60.6%) 중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역소멸이란 경제위축과 일자리 감소, 저 출산·고령화 등 다양한 요인들에 의해 교육과 치안, 소방 등의 기본적인 행정기능을 비롯한 지역의 기능이 상실되는 것을 의미한다.
울산시민들이 지역소멸 가능성을 높게 보는 주된 이유는 최근 수년간 이어진 주력산업의 생산부진과 수출 감소 등에 따른 지역경제 악화와 일자리 위축, 저출산·고령화 등 복합적인 지역 상황이 좋지 않음을 피부로 느끼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됐다.
결국 이 같은 위기 상황을 타개해 나가는 길은 연방제에 준하는 강력한 지방분권을 실현하는 방안이다.

대통령직속 국가균형발전위원회 자료에 따르면 대한민국 인구의 50.1%가 서울과 수도권에 몰려있고 1,000대 기업 본사의 73.6%, 국내 50대 기업 본사의 92%가 집중돼 있다.
뿐만 아니라 전체 국민의 신용카드 사용액의 81%가 서울과 수도권에서 쓰인다고 하니 가히 정치와 경제, 사회 전반에 걸쳐 대한민국의 불균형이 심각한 수준이다. 국가 균형발전은 대한민국 헌법을 통해 보장된 영역이다. 이 때문에 문재인 정부도 5대 국정목표 가운데 지역의 고른 발전을 내세우며 자치분권과 균형발전을 핵심과제로 삼고 있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국회에서 발목이 잡혀버린 지방일괄이양법을 비롯해 지방분권의 간절한 열망이 제 밥그릇 챙기기에 급급한 정치권의 터무니없는 이해논리에 밀려 제대로 추진이 이뤄지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무엇보다 울산혁신도시를 비롯해 전국 10곳의 혁신도시에 오는 2022년까지 4조3,000억원이 투자되는 ‘혁신도시 시즌2’의 성공적 추진을 위해 우리 울산에서도 지역사회가 하나가 돼 힘을 모아 나가야 한다.

특히 이번 계획은 「혁신도시 조성 및 발전에 관한 특별법」에 따라 기업유치는 물론 지역인재 채용과 정주환경 개선 등 지방 특색과 실정에 맞춰 다양한 사업이 진행되는 만큼 추진 동력이 강화될 수 있도록 역량을 모아야 한다.  아울러 2020년은 국민의 선량을 뽑는 제21대 국회의원 선거를 앞두고 있다.

그동안 제자리걸음도 모자라 동물국회, 식물국회의 오명을 뒤집어쓴 현 정치사를 반성하는 의미에서라도 이번에는 우리 대한민국이 처한 현실을 직시하고 위기를 슬기롭게 헤쳐 나갈 진정한 일꾼이 절실한 시점이다. 무엇보다 지방분권을 향한 국민적 염원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뒷짐만 진 채 나 몰라라 해 왔던 국회와 정치권의 안일함에 준엄한 경고를 보낼 수 있는 길은 오직 국민의 손에 주어진 선거권뿐이다. 그 어느 해와 달리 새로운 10년을 맞이하게 될 2020년이다. 이 때문에 올해야말로 지방분권 실현의 원년이 돼야 한다.

우리가 함께 머리를 맞대 땀과 노력으로 주어진 이 기회를 이어나가는 것만이 10년 후에 맞이할 2030년 대한민국의 미래를 결정짓는다. 중앙과 지방이 다함께 잘사는 대한민국의 꿈을 응원하는 한해가 되길 간절히 빌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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