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 TV 야구드라마 `스토브리그' 
팀워크 해치는 선수 과감히 퇴출 
원칙 따르는 리더십의 성공 보여줘 

사분오열 중도 보수세력 
소리(小利)를 앞세워 
통합에 재 뿌리면 역사에 죄 짓는 일 

 

김병길 주필

지난해 미국 프로야구(MLB) 스토브리그의 국내 화두는 단연 LA다저스에서 자유계약(FA) 신분을 얻은 류현진의 행로였다. 류현진은 캐나다 토론토를 연고로 하는 블루제이스의 에이스로 토론토 역사상 3번째로 큰 규모(4년8000만 달러·약 928억원)의 계약으로 스토브리그의 막을 내렸다. 
야구를 소재로 한 인기 TV드라마 ‘스토브리그’가 새해 뜻밖의 화두를 던지고 있다. 스토브리그(Stove league)란, 야구가 끝난 비시즌 시기에 팀 전력 보강을 위해 선수영입과 연봉 협상에 나서는 것을 지칭한다. 드라마 ‘스토브리그’는 프로야구 ‘드림즈’팀 신임 단장 백승수가 세이버 메트릭스(통계학적 분석론)를 바탕으로 꼴찌 팀을 살려내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드림즈 단장은 국가대표 5번 타자인 프랜차이즈 스타 플레이어지만 팀 내 질서를 어지럽히는 선수를 거침없이 트레이드로 솎아 낸다. 비리에 연루된 스카우트 팀장 역시 과감하게 해고하면서 팀에 새로운 질서를 만들어 낸다. 소를 한 번 잃어 버렸지만 외양간을 고쳐야 소를 다시 키울 수 있다는 것이다. 굴러온 돌이 이끼 가득 낀 박힌 돌을 처리하는 과정을 보며, ‘고인물 횡포’로 힘들어 하는 직장인들은 드라마에서 희열을 느낀다. 
감독 자리를 두고 파벌 싸움을 벌이는 코치들에게 백 단장은 “파벌 싸움, 하세요. 근데 성적으로 하세요. 정치는 잘하는데 야구를 못하면, 그게 제일 쪽 팔리는 거 아닙니까?”라면서 일침을 가한다. 
시대에 따라 각광 받는 리더십의 유형은 바뀌지만 원칙을 따르는 리더십이 성공한다는 사실은 변함이 없다. 실력 중심의 팀 구성, 성과는 좋지만 팀워크에 해가 되는 선수는 방출하는 과감한 결정 등으로 팀을 우승으로 이끌었던 거스 히딩크나 박항서 감독이 ‘현실판 백승수’로 보인다. 
1월13일 국회 본회의에서는 패스트트랙(신속처리 안건)에 오른 검경수사권 조정 법안인 형사소송법 개정안, 검찰청법 개정안에 유치원 3법까지 일사천리로 처리됐다. 이로써 지난해 4월말부터 이어져 온 ‘패스트트랙 정국’은 259일 만에 끝났다. 
더불어 민주당은 ‘5당 협의체’(바른미래당 당권파, 대안신당, 정의당, 민주평화당)와의 공조 속에 정세균 국무총리 후보자의 임명동의안도 무난히 통과시키면서 정치권은 이제 온전히 총선모드로 전환하게 됐다. 이제 3개월간의 총선 레이스가 본격 점화될 것으로 보인다. 프로야구 판처럼 본격적인 스토브리그에 접어들었다. 
작년 12월 30일 본회의에서 공수처 설치법 안이 통과되자 “제 1 야당인 자유한국당이 무전략, 무기력으로 야당에 다 내줬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한국당 황교안 대표는 선거법 개정안과 공수처법은 ‘2대 악법’으로 규정하고 수차례 목숨을 걸고 막아 내겠다”고 했지만, 결국 모두 내주면서 ‘전략 실패’라는 지적이 나온다. 
심재철 원내대표는 본 회의장 밖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내년 4월 총선에서 저들을 심판해 달라”고 절규했다. 그러나 의원총회에선 향후 투쟁 전략과 관련해 별다른 결론도 나오지 않은 채 해가 바뀌었다. 
집권 4년차를 앞두고 문재인 정부와 여당은 그간 극심한 논란을 야기해 온 쟁점 법안과 정책들을 연말에 줄줄이 강행 처리해 이른바 ‘연말 땡처리’ 기록을 세웠다. 정부 여당이 야당과 경제계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일방적으로 밀어 붙인 것은 4월 총선을 앞두고 지지층 결집 효과를 노린 측면이 크다. 
이해찬 민주당 대표는 검경 수사권 조정 법안이 통과된 뒤 소속의원 40여명을 서울 여의도 한 식당으로 초대해 자축 파티를 열었다. 참석자들은 건배사로 ‘검찰개혁’ ‘총선압승’을 외쳤다. 
2019년을 완패로 끝낸 자유한국당은 새로운 보수당과 본격적인 보수통합 대화를 시작했다. 양당이 참여하는 혁신통합추진위원회가 출범한지 4일 만에 통합 논의가 급물살을 탄 것이다. 당초 통추위는 ‘혁신과 통합’이라는 원칙 아래 문재인 정권에 반대하는 모든 세력의 대통합을 내세웠다. 
하지만 탄핵문제를 두고 의심의 눈초리를 완전히 거두지 못한 새 보수당 내 반대 의견도 남았고, 범 보수를 아우르지 못한 채 양 당만의 통합으로 시작한다는 한계도 있다. 하지만 보수 통합은 더 이상 늦출 수 없는 급박한 과제다. 총선전이 본격적으로 진행될 설 명절 이후로 미루다간 서로 싸우다 자멸하는 모습이 불 보듯 뻔한 일이다. 
보수 통합은 여당과 군소 야당이 손잡고 범여권 ‘4+1’협의체를 밀실에서 야합하는 형태에 무기력 했던 과오에서 벗어나는 길이기도 하다. 탄핵 문제에 발목 잡혀 서로 싸우느라 견제와 균형이라는 민주주의 원칙에 부응하지 못했던 것도 사실이다. 이런 과거에서 벗어나 새로운 미래를 제시할 책임이 보수 정치권에 있다. 그러기 위해선 기득권을 과감히 버리는 용단도 필요하다. 탄핵 갈등이나 총선 지분 경쟁은 제쳐두고 자유 민주주의라는 대의를 위해 보수의 토대부터 살려야 한다. 그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각 당은 총선 주요 화두로 떠오른 ‘변화’‘세대교체’등을 의식한 듯 외부 인사 영입의 초점을 ‘청년’에 맞추고 있다. 꽃가마를 타고 여의도에 등장하는 ‘청년 인재’의 모습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각 당은 선거 때만 되면 각종 명분을 앞세워 ‘청년을 위한 청년의 정치’라고 포장한다. 하지만 ‘늙은 정당’의 정치적 회춘을 위한 사진 모델로 소모되고 잊히는 경우를 허다하게 지켜봤다. 
4·15총선이야말로 대한민국이 포퓰리즘 독재의 길로 가느냐, 마느냐를 가르는 기로(岐路)가 될 것이다. 이 역사적 선택을 앞두고 그렇지 않아도 사분오열인 중도 보수 세력이 소리(小利)를 앞세워 통합에 재를 뿌린다면 역사에 죄를 짓는 일이다. 4.15 총선을 앞둔 ‘스토브리그’, 실력 중심의 드림팀 구성, 원칙을 따르는 리더십이 성공한다는 사실은 변함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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