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준비생을 대상으로 한 신종 ‘금융사기’가 기승을 부리고 있는 가운데, 국내 유명 아르바이트 중개포털에도 이른바 ‘낚시 공고’가 버젓이 게시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심사 없이 즉시 공고’가 가능한 유료상품이 ‘사각지대’를 양산하고 있는 것이다.

최근 울산에 거주하는 20대 여성 A씨는 유명 아르바이트 중개포털에 올라온 구인 공고를 보고 지원했다가 황당한 일을 경험했다.

구인 업체는 D백화점에 입점한 로드샵으로, 오전 10시부터 오후 8시까지 평일에 근무할 수 있는 직원을 모집한다는 내용이었다. 내용은 주 5일 근무, 월급 198만원. 여느 구인 공고와 다르지 않았다. A씨는 사이트에서 제공하는 ‘온라인 지원’ 방식으로 구직 의사를 전했다.

얼마 후 업체 측은 A씨에게 전화를 걸어 ‘그동안 어떤 아르바이트를 했느냐’ 등을 확인했다. 최근 전화 면접 등을 통해 직원을 채용하는 경우도 더러 있는 터라 별다른 의심을 하지 않았다고 했다. 스스로 업체 ‘매니저’라고 소개한 이는 점심시간과 식사 제공 방식, 유니폼 착용 등 구체적인 내용까지 안내했고, A씨에게 급여를 지급할 수 있는 비대면 인터넷은행에 계좌를 개설할 것을 요구했다. 이에 따라 A씨는 해당 은행에 계좌를 만들고 계좌번호를 업체 측에 전달했다.

업체 측은 그때부터 본색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백화점에서 경력직을 원한다”는 이유로 ‘경력 증명을 해야하는데, 2~3일에 걸쳐 돈을 입출금하겠다’며 비밀번호를 요구했다. “두세달치 경력만 만들면 되니 이후에 비밀번호를 바꾸면 문제없지 않느냐”며 A씨를 안심시켜 비밀번호를 받은 업체 측은 A씨의 계좌에서는 돈을 입금한 뒤 30분 후 현금지급기에서 이를 다시 인출해갔다.

A씨가 ‘뭔가 잘못됐다’고 깨달은 것은 계좌 거래내역을 이상하게 여긴 은행 측의 연락을 받은 후였다. ‘대포통장’ 사용이 의심된다는 것이었다. 계좌 거래가 정지되자 업체 측은 A씨에게 “왜 거래정지가 된 거냐, 은행에 전화해서 계좌를 복구시켜라”며 독촉했다. A씨는 곧바로 은행에 피해신고를 접수했고, 이튿날 경찰에 이 사실을 알렸다.

A씨는 “유명 아르바이트 중개포털인 만큼 어느 정도 검증된 구인 공고라 여겼고, 이런 일에 연루될 거라고는 생각하지도 못했다”면서 “이제 와서 돌이켜보면 며칠 만에 수개월의 경력을 증명한다는 게 말도 안 되는 이야기인데, 그때는 꼼짝없이 속았다”고 울분을 터뜨렸다.

정부기관이나 가족 등을 사칭해 이뤄지던 금융사기가 최근 간편성을 내세운 인터넷은행과 SNS 등을 기반으로 점차 치밀하고 교묘해지고 있는데, 이에 더해 취업난 속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취업준비생의 심리까지 악용하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

하지만 국내의 대표적인 아르바이트 중개포털은 문제 우려가 있는 구인 공고를 제대로 걸러내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건당 8,800원만 지급하면 심사를 거치지 않고 최대 14일간 곧바로 공고할 수 있는 유료상품까지 판매하고 있다. 이 중개포털에 따르면 실제 A씨가 지원한 구인 공고는 이 유료상품을 구매해 게시한 것으로 확인됐다.

해당 포털 관계자는 “사업자번호, 홈텍스를 통한 휴·폐업 정보 등을 심사하는 채용공고심사제를 실시하고 있는데, 유료상품의 경우 우선 공고한 뒤 심사하고 있다”면서 “문제가 된 공고는 게재 후 심사 과정에서 ‘폐업’ 사업체로 확인돼 즉시 삭제 처리했는데, 그 사이에 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곤혹스러운 일을 벌어진 데 대해 진심으로 죄송한 마음을 전한다”면서 “정보도용 등 부정한 공고에 대해서는 민간기업에서 확인하는 데 한계가 있지만, 심사 관련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상시 공고 모니터링을 강화하는 등 안전한 일자리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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