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종환세무법인 충정 울산지사 회장

4차산업혁명인해 생활속 많은 변화 실감…점점 삭막해져
외로움·쓸쓸함 달래주는 情 ‘인공지능·돈’으론 대체 불가
정 주고 받는 따뜻한 사회, 지역발전·화합·평화의 원동력

2020년 새해벽두부터 무척 바빴다. ‘하얀 쥐의 해’인 올해는 왠지 좀 더 뜻깊은 출발을 하고픈 마음이 컸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지난 연말 필자가 속해있는 울지회(울산을 지혜롭게 지키는 모임)의 기획 행사를 실행에 옮기려 분주히 다녔다. 다행히도 행사가 성황리에 마무리돼 이제는 부담감에서 완전히 벗어났다. 지금 생각해 보아도 매우 잘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올 초 울산시청 대강당에서 열린 ‘2020 울산평화포럼'이 바로 그 행사였다. 민주평통 울산지역회의, 평화울산포럼, 울지회 등 3개 단체가 공동주관한 이번 포럼에는 101세 철학자 김형석 교수가 참석해 ‘지역사회 발전과 화합, 그리고 평화, 나의 역할'을 주제로 특강을 가졌다.
김형석 교수님은 대단한 분이었다. 현재 연세대 철학과 명예 교수를 역임하고 있는 그는 1920년 평안도에서 태어났으니 올해 101세다. 그동안 대한민국 1세대 철학자로서 철학계의 거장으로 불리며 수많은 제자들을 양성했다. 또한 끊임없는 연구와 집필로 ‘백년을 살아보니' 등 인생과 철학이 담긴 도서 102권을 출간했다. 101세를 맞이한 현재에도 강연과 집필을 쉬지 않고 있으니 그저 존경할 따름이다. 
필자는 처음 김 교수님을 초빙하자는 회원들의 의견에 걱정이 앞섰었다. 워낙 바쁜 몸이라 일정을 잡기가 쉽지 않을 거라는 우려 때문이었다. 하지만 울산시민을 위해 기꺼이 시간을 내주겠다는 얘기를 듣고 더욱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행사 당일 시청 대강당을 가득 메운 600여명의 시민들은 교수님의 살아온 인생 경험담과 삶의 철학을 통해 지금의 험난하고도 불안한 세상을 슬기롭게 사는 방법을 함께 고민하고 공유하는 시간을 가졌다. 강연을 마치고 참석자들이 이구동성으로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정말이지 이 보다 더 소중한 경험이 어디 있을까 싶었다. 
이날 특강주제인 ‘지역사회의 발전과 화합’은 백세 시대를 살아가는 오늘날 우리 모두가 풀어나가야 할 과제이자 목표이다. 과거엔 인생의 2막 까지만 생각했는데, 평균 수명이 급격히 늘어난 지금은 인생의 3막 까지 생각하지 않을 수가 없게 됐다. 슬기롭게 인생 3막을 이어가기 위해서는 지역사회의 지속 가능한 발전을 가져와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지역민의 화합이 필수라는 점에 방점을 둘 수밖에 없다. 개인의 역할도 성숙한 시민사회와 지역공동체의 활성화를 통해 사회적 신뢰와 자본을 넓혀나가야 할 것이다. 이번 김형석 교수의 특강이 더욱 값진 점도 이 같은 공동의 관심사에 대해 자신의 경험담을 토대로 재미있게 이야기를 엮어나갔기 때문일 것이다. 
그는 30세까지를 인생의 1단계로 정하고 이 기간을 배움의 시기라 했다. 그리고 60세까지가 2단계로 일하는 시기이며, 마지막 3단계는 60세부터로 제2의 인생을 사는 시기라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3단계에 접어들면 회갑이 되고 정년을 맞는데 자신의 경우 오히려 강의도 더 잘되고 학문에 대한 의욕도 더 많아졌다며 너스레(?)를 떨어 청중들의 웃음을 자아냈다. 실제 이때는 기억력은 떨어지는데 반해 사고력이 커지고 철이 들어 비로소 사람으로서 성장한다는 것이다. 그러니 자연스럽게 ​사회를 위해 살게 되더라는 것이다. 인생에 있어 가장 빛나는 날도 인생의 열매를 나눠주던 60~75세라고 했다. 그러고 보면 필자는 요즘 인생의 최고 전성기를 지내고 있는 셈이다. 
지금은 자타가 공인하는 인공지능(AI)의 시대다. 4차 산업혁명의 핵심 기술로 이미 생활 속에 자리 잡아 우리의 삶에 많은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 이러한 시대에 적응하려면 아무래도 디지털 기기를 통해 지식과 정보를 신속하게 얻을 수밖에 없다. 급변하는 시대의 흐름에서 당연한 변화 일 것이다. 그럼에도 필자는 아직도 스마트폰조차 능수능란하게 사용할 수 없다. SNS도 하지 않아 핀잔을 들을 때가 많다. 더 큰 문제는 인공지능이 가져오는 편리함으로 인해 자신만의 틀 속에 갇혀 사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결국 우리 사회가 점점 더 삭막해지고 있는 게 아닌가 하고 조심스럽게 점쳐본다. 
안타깝게도 늙어갈수록 제일 견디기 힘든 것이 외로움이다. 그 외로움과 쓸쓸함을 달래주는 것은 바로 정(情)이다. 정은 인공지능이나 돈으로 살수 없다. 인공지능이 아무리 발달해도 정을 대체해주지는 못한다는 얘기다. 따라서 정을 주고받는 따뜻한 사회로 나아가야 우리 모두가 행복할 것이다. 남을 배려하는 사회,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는 공동체를 지향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것이야말로 지역사회의 발전과 화합, 평화를 이루는 원동력이자 우리의 역할이 아닐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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