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물의 가방-얼음 (그림 박지영) | ||
물의 가방
-얼음
김륭
먼 길을 가는 강물도
가방이 필요하다
쉼 없이 흘러가며 하던
생각들을 가방에 넣고
누군가에게 하고 싶던 말들
그리고 숨소리마저
가방에 넣고
어떻게 가면
좀 더 깊고 드넓은
바다에 닿을 수 있을까
겨우내 물들은 다시
생각한다
-『첫사랑은 선생님도 일 학년』(창비, 2018)
◆감상 노트
최근 ‘사랑이 으르렁’이라는 청소년 시집을 낸 시인. ‘숨소리’마저 가방에 넣고 흘러가자는 시인. 가방을 싼 이상 갈밭 어디서 들리는 어린 새 울음에 걸음을 돌이킨다거나 잠긴 가방의 지퍼를 여는 일은 없어야 하리라. 바다에 닿기 전 녹아 없어질
가방일지언정 아리고 그리운 것들 차곡차곡 쟁여 떠나고 보는 것이다. 바다의 검푸른 심장 속으로.
글=남은우·그림=박지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