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2월 4일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는 새천년민주당 한화갑 대표에게 설 선물을 겸한 대표 취임 축하 선물로 큼직한 홍어 2마리를 보냈다. 노무현 대통령 탄핵 후폭풍으로 열린우리당과 민주당이 갈라선 뒤 민주당은 야당 신세가 됐다. 홍어 선물은 박근혜 대표의 야권 공조를 공고히 하려는 ‘러브콜’로 해석됐다. 
김영삼 정부의 ‘멸치’, 김대중 정부의 ‘홍어’, 노무현 정부의 ‘도다리회’, 이명박 정부의 ‘과메기’ 등 인수위 사람들이 즐겨 챙기기 시작한 ‘어종의 교체’가 세간의 화제가 되던 시절이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집권 첫해인 2008년 추석 강원 인제 황태, 충남 논산 대추, 전북 무안 재래 김, 경남 통영 멸치 등 전국의 특산물을 담아 ‘화합’을 상징하는 선물을 계획했다. 하지만 ‘불가(佛家)에 생물을 보내는 것은 결례’라는 내부 지적에 따라 불교계에는 다기세트로 교체했다. 이 대통령이 별도의 선물을 전한 데엔 간절한 화해의 바람이 녹아있었다. 정부 관계자들의 잇따른 종교 편향 발언 등으로 조계종과 갈등이 극에 달했기 때문이었다. 
올해 설 명절 정치권에서 가장 화제가 된 선물은 단연 ‘조계종에 간 육포’였다. 지난 17일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 명의로 대한불교조계종에 쇠고기 육포가 배송돼 스님들을 황당하게 만들었다. 한과를 보내려했지만 배송업체에서 착오가 있었다고 했다. 인편으로 하던 배송을 업체에 위탁한 점도 실수가 빚어진 원인 중의 하나다. 즉시 사과하고 육포를 회수했지만 파장은 컸다. 
‘조계종에 간 육포'가 문제가 됐지만 육포 선물 자체로는 우리 축산물 애용의 뜻도 담겨 있다. 박근혜 전 대통령도 당 대표 시절부터 육포를 명절 선물로 자주 보냈다. 대통령 취임 첫해인 2013년 첫 추석 선물도 전남 장흥 육포, 경기 가평 잣, 대구 찹쌀 3종 세트를 선물했지만, 불교계에는 육포 대신 호두를 보냈다. 
선물엔 상대를 향한 배려와 정성까지 담겨야 한다는 점에서 한국당으로선 이번 실수가 뼈아플 수밖에 없다. 설날 밥상머리에서 황당한 화제가 된 죄 없는 육포만 억울했다.

저작권자 © 울산매일 - 울산최초, 최고의 조간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