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살조는 파리에서 서북부 방향으로 4㎞ 떨어진 양계장에 도착한 뒤 김형욱 시신을 닭 사료용 분쇄기에 넣어 깨끗이 처리했다. 현장에는 이스라엘 텔아비브에서 이스라엘 정보부 ‘모사드’에 파견돼 훈련을 받고 있던 청와대 직원 ‘곽씨’가 있었다고 한다. 
1979년 10월 7일 프랑스 파리에서 실종된 김형욱(金炯旭) 전 중앙정보부장이 이중(二重) 스파이 출신의 프로페셔널 킬러에게 암살당한 사실이 30년 만에 밝혀졌다. 이 사실은 김경재(金景梓) 전 민주당의원이 2009년 7월초 발간한 책 ‘박정희 시대의 마지막 20일’(인물과 사상)에 수록돼 있다. 김 전 의원은 3년간 확인해 김형욱 사망 30주년을 맞아 책을 출간했다. 그의 말을 종합해보면 김형욱 암살은 차지철(車智澈) 청와대 경호실장이 주도한 것으로 보인다. 김재규 중앙정보부장은 김형욱이 미국 하원 청문회에서의 유신정권 비리 폭로를 제지하지 못해 박 전 대통령의 신임을 완전히 상실한 상태였다. 
설 대목을 겨냥해 개봉한 영화 ‘남산의 부장들’은 1979년 10월 26일 오후 7시40분 김재규 중앙정보부장의 청와대 인근 궁정동 안가 박정희 대통령 시해 사건을 냉정하게 재조명하고 있다. 역사를 바꿔놓은 그 순간, 대체 그는 왜 총을 쐈을까 묻고 있다. ‘남산의 부장들’에서 처럼 김재규 부장이 ‘유신의 심장을 쏘기 위한 심정’이라며 일으킨 역모의 신호탄, 박 전 대통령을 절명시킨 그 권총은 지금 어디에 있을까. 
일부 언론은 ‘김재규의 권총’이 국방부 과학수사연구소 깊숙이 보존돼 있다고 했다. 하지만 박 대통령을 시해(弑害)한 그 권총의 행방은 묘연하다. ‘김재규의 권총’은 중정(中情) 소유여서 중정에 반납했다는 얘기가 나돌았다. 중정은 지금의 국가정보원이다. 
국가정보원 관계자는 “당시 혼란스러운 상황에서 보안사에서 압수한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군 검찰부에서 그 총을 중정에 보냈다는 기록에 대해 언급하자 국정원 관계자는 “가지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50년 전 역사를 바꾼 ‘김재규의 권총’은 과연 어디로 사라졌을까.

저작권자 © 울산매일 - 울산최초, 최고의 조간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