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74)김영란 시인 ‘신 한림별곡’ 육필원고. | ||
신 한림별곡新翰林別曲
전갱이 잔뼈 같은 어젯밤 하얀 꿈도
북제주 수평선도 가로눕다 잠기는
은갈치 말간 비린내 눈이 부신 이 아침
바람소리 첫음절이 귤빛으로 물이 들고
닻들도 기도하듯 조용히 기대 누운
기우뚱 포구에 내린 오십견의 저 바다
우리가 불빛들을 희망이라 말할 때
행성처럼 떠도는 비양도 어깨 위에
등 뒤로 가만히 가서 손 한 번 얹고 싶다
●별곡은 노래다. 그 시대 혹은, 그 지역의 찬가나 연가일 수도 있고, 어쩌면 못다 한 정분에 기댄 한의 가락일 수도 있다. 여기서 신(新)은 기존 고려 고종 때 창작된 「한림별곡」과는 또 다른 의미를 부여한 것이리라. 제주에도 〈한림〉이란 지명이 있고 그에 예속된 〈비양도〉라는 이름도 예쁜 삶의 모습이 있다. 그 바다 이야기로 생의 자술서 몇 페이지를 채운 시인은 가슴이 따뜻하게 젖어오는 모습들을 『신 한림별곡』이란 명제로 스캔해 놓았다. 갑자기 감정의 파고가 높아져서일까? 울렁증이 인다.
●시조시인 김영란(金英蘭). 제주도 애월읍 하귀리 출생. 2009년, 2010년 중앙시조백일장 월 장원. 2011년 「조선일보 신춘문예」 시조 『신 한림별곡新翰林別曲』 당선으로 문단 데뷔. 시조집 《꽃들의 수사修辭》, 시조선집 《몸 파는 여자》 발간. 2014년, 2019년 서울문화예술재단 창작지원금 및 발간지원금 수혜. 오늘의시조시인상, 가람시조문학신인상 수상 외. 〈21세기시조동인〉, 〈사설시조포럼〉, 한국작가회의, 제주작가회의, 애월문학회, 한국시조시인협회, 제주시조시인협회, 오늘의시조시인회의 회원으로 활동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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