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 바이러스가 전 세계에 퍼지면서 동양 사람에 대한 인종 차별행위가 세계 곳곳으로 확산되고 있다. 중국인은 물론 한국, 일본인까지 황색인으로 애꿎은 피해자가 되고 있다. 
2차 세계 대전은 서양 세계가 동양인의 위협을 실감하는 계기이기도 했다. 일본의 진주만 폭격으로 동양에 대한 혐오와 공포는 극대화 됐다. 영화 ‘혹성탈출’의 원작 소설을 쓴 프랑스 작가 피에르 불은 2차 대전 당시 인도차이나에서 일본군에 억류됐을때 영감을 얻어 원숭이가 지배하는 지구를 상상해 냈다고 한다. 
9일(현지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 할리우드에서 열린 제92회 아카데미(오스카) 시상식에서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Parasite)’은 작품상·감독상·국제영화상·각본상 등을 휩쓸었다. 
동양인에 대한 경계와 혐오 분위기가 고조되고 있는 지금 한국 영화 ‘기생충’과 감독 봉준호의 할리우드 약진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아카데미상 `4관왕' 이전에 골든 글로브 시상식에서 “자막의 장벽, 1인치의 장벽을 뛰어 넘으면 훨씬 더 많은 영화를 즐길 수 있다”는 봉준호 감독의 수상 소감은 촌철살인의 발언이었다. 
세계 문화의 변방에 위치한 우리에겐 자막이 일상이지만 글로벌 패권 국가이자 세계 영화 산업의 중심인 미국에서 자막은 장벽인 동시에 고려할 필요도 없는 불필요한 장치로 여겨졌다. 
1인치 자막의 언어 장벽과 완고한 `백인의 오스카 전통'를 깨는 데는 한 세기가 걸렸다. ‘내셔널 시네마’로서 한국영화를 상대적으로 홀대·무시해온 서구의 영화 저널리스트나 평론가, 학자 등 프로페셔널들이 ‘기생충’을 계기로 한국 영화를, 나아가 황색인들의 아시아 영화를 새로운 눈과 마음으로 바라보게 됐다. 
101년의 한국 영화 역사와 125년을 맞은 세계 영화 역사에서 한국영화 ‘기생충’과 봉준호 감독은 기념비적 성과를 보여줬다. ‘기생충’은 가족 희비극을 넘어 신자유주의를 비판하는 역대급 완성도의 문제적 걸작인 것만은 명백하다. 국민의 자부심까지 고려하면 ‘봉준호 효과’는 헤아리기 어려울 만큼 지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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