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동산하지구 전경.

민간주도사업, 사업비 관리 발목
부도나거나 멈추는 일 ‘비일비재’
조합, 관으로 떠넘기는 관행 없애야

명품 해양도시 ‘강동’ 발전 그려
시설물 유지관리에 만전 기할 것
 

이동권 북구청장

 

최근 몇달간 구청 홈페이지 ‘구청장에 바란다' 게시판에 폭탄 민원이 쏟아졌다. 다른 민원이 올라 오더라도 금세 해당 민원에 치이기 일쑤였다. 개인 휴대전화도, SNS 계정도 같은 내용으로 도배가 되다시피 했다. 급기야 주민설명회 현장에 썩은 계란을 던지겠다는 글까지 올라왔다. 계란 맞을 각오로 현장에 갔지만 다행히 계란 세례는 면했다. 
강동산하지구가 이달 준공했다. 최근 시행자에게 준공검사 증명서를 전달하는 행사도 열었다. 준공 후 시설물 관리 등 후속절차가 남아 있지만 이제야 가슴 한 켠에 있던 무거운 짐 하나를 내려 놓을 수 있을 것만 같다. 
주민들의 입장도 충분히 이해가 됐지만 법 테두리 안에서 해결하려니 만만치 않았다. 직원들은 최선을 다하고 있었지만 민간개발이란 한계에 번번이 부딪혀 한걸음 내딛기조차 어려웠다. 그런 상황에서 구청과 주민, 조합, 시행사 사이에 갈등의 골은 더욱 깊어졌다. 공직생활 상당 부분을 갈등해결 분야에서 근무하며 전문가를 자처했던 필자에게도 쉽지 않은 문제였다. 
2004년 도시개발구역으로 지정된 강동산하지구는 2006년 조합설립인가를 받아 민간개발사업이 진행돼 왔다. 구획정리가 이뤄지고 공동주택이 하나둘 들어서면서 사업지구는 제 모습을 갖춰갔다. 
문제는 지난해 3월 조합이 구청에 준공검사를 요청하면서 불거졌다. 시청과 경찰청 등 인수기관들은 조합에 미비한 시설물 보완을 요구했고, 조합이 난색을 표할 때 마다 갈등은 깊어졌다. 주민들은 국민청원과 함께 국민권익위원회에 집단민원을 제기했고, 조합은 문제 해결에 어려움을 표시했다. 행정중재 끝에 주민 불편 해소 차원에서 구청 소관 이관 시설물인 도로와 가로등, 가로수 등은 미준공 상태에서도 미리 이관받아 관리하게 됐다. 구청 외 다른 기관에서 인수해야 하는 시설물은 인수인계 조건을 완벽히 갖춰야만 했다. 이 과정에서 인수기관과 조합 사이 합의점을 찾도록 조율하고, 주민들을 이해시키는 것도 우리의 몫이었다. 
대책회의와 현장점검, 주민설명회가 수차례 이어졌다. 주민들과 만나는 자리에서는 시설물 보완을 해야 하는 조합이 아닌 구청 공무원들이 뭇매를 맞았다. 주민들에게 사실을 정확하게 알리는 것이 중요했다. 구청장 혼자서 할 수 있는 일이라면 ‘준공' 도장을 쾅쾅 찍고 싶은 심정이었다. 
보완사항을 이행할 수 있도록 현장지도 30여 차례, 인수인계 기관이 함께 하는 합동점검도 20여 차례 진행했다. 차선도색 문제는 접점을 찾기 힘들었다. 울산경찰청에서는 전체 차선 재도색을 요청했지만 조합측에서는 3년 이상 주민들이 사용했기 때문에 더 이상 비용 투입은 불가하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조합과 경찰청, 주민들이 참여하는 간담회를 열고, 중재에 나섰다. 밀고 당기기를 거듭한 끝에 주간선도로만 재도색하는 것으로 합의를 이끌었다. 
한 숨 돌리나 싶더니 더 큰 산이 기다리고 있었다. 추가편입부지 토지보상(2억 여원)과 산지복구예치금(51억 원), 하수도원인자부담금(25억 원) 납부 문제가 남아 있었다. 조합 측에 수차례 현장지도를 하고 공문을 보내 납부금 준비를 종용했지만 사업비 부족에 늘 어려움을 표시했던 조합이었기에 걱정이 앞섰다. 
토지보상 문제는 직원들이 발 빠르게 나서 변호사 법률자문을 받고, 울산시에 사전 컨설팅 일상감사를 신청했다. 그 결과 ‘적극행정' 차원에서 보상절차 이행을 조건으로 조합으로부터 이행담보금 예치 후 도시개발사업 구역에 한해 준공 추진이 가능하다는 답변을 이끌어 냈다. 
산지복구예치금 또한 2~3개월 예치가 관례인데 관련법령과 사례 검토를 통해 예치기간을 최소화했다. 또 시행사 측 대표를 접촉해 관련 납부금 준비상황을 수시로 확인하는 등 최선을 다했다. 동시에 야간 주민 통행시 불편이 없도록 가로등을 설치했고, 고사목을 보완하고, 토사 유출 방지작업을 했다. 또 공무원과 봉사단체 등이 힘을 합쳐 지구 내 쓰레기 60톤을 치웠다. 민간개발사업에 자치단체가 이렇게 움직인 사례는 찾아보기 힘들 것이다. 
그렇게 강동산하지구 준공은 마무리됐다. 일련의 과정을 거치면서 민간 도시개발사업의 문제점을 되짚어 보게 됐다. 강동산하지구처럼 준공이 되면 다행이지만 조합이 부도나거나 사업비 부족으로 사업이 멈추는 일도 비일비재했다. 피해는 고스란히 주민들에게 돌아갔다. 
민간도시개발사업은 관에서 개입할 수 있는 여지가 적다. 구청이 할 수 있는 일은 허가승인사항을 충족했는지 살피고, 합당하다면 준공승인을 해 주는 일 뿐이다. 승인사항이 미비하면 조합 측에 보완을 요구하거나 지도감독 차원의 과태료 처분만이 가능하다. 주민들은 관이 개입해서 문제를 해결해 주기를 원한다. 조합 측이 보완사항을 이행하지 않으면 강제력을 발동해 압수수색까지 요구한다. 법령 어디에도 그런 규정이 없고, 민간사업이 구청으로 관리전환되기 전에 세금을 투입하는 것도 형평성에 맞지 않는 일이다. 
민간 주도 사업은 공공기관에서 시행하는 사업과는 달리 사업비 관리 문제가 발목을 잡는 경우가 많다. 자금 확보 문제는 공사 지연과 함께 주민 불편으로 이어진다. 조합 측이 사업비가 부족하다는 핑계로 마무리되지 않은 사업을 관으로 떠 넘기다시피 하는 일이 관행으로 자리잡았고, 이를 악용해 관이 책임져야 한다며 선동하는 정치인도 있다. 주민 불편을 감수하고서라도 이런 관행은 고쳐야 한다. 법적으로 개선이 필요하다. 
이 글을 통해 서운함이 많았을 강동산하 주민들에게 변명 아닌 변명을 해 본다. 이제 구청은 시설물 유지관리에 만전을 기할 것이다. 울산을 넘어 대한민국에서 손꼽히는 명품 해양도시 ‘강동’을 머릿속에 그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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