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기생충이 아카데미상 트로피를 휩쓸 자, 외신들은 앞 다퉈 영화 속 반지하(Banjiha)라는 한국의 독특한 주거 공간을 재조명하기 시작했다. 겨우 스며드는 빛(시각)과 창문 밖에서 들리는 취객의 음성(청각), 습기(촉각)와 곰팡이 냄새(후각)까지 관객에게 전달하는 것이 바로 반 지하라는 공간이기 때문이다. 
일본 아사히신문은 ‘기생충’이 서울의 반지하 삶을 반영해 빈부격차를 다뤘다며 외신 중 ‘기생충’의 반지하에 대해 가장 발 빠른 보도를 했다. 영국 BBC는 ‘서울엔 수천 명이 반지하에 산다’고 보도했다. “여름에는 습도로 고통 받고 화장실의 천장은 너무 낮아 다리를 넓게 벌리고 사용한다”는 인터뷰 기사를 실었다. 
BBC는 반지하를 남북 간 긴장의 산물이라고 했다. 1968년 북한의 청와대 습격 사건 등을 계기로 건축법을 개정해 국가 비상사태 시 모든 저층 아파트의 지하의 벙커 사용을 의무화했다. 1980년대 주택난 이후 이 공간을 거주시설로 합법화 했다는 것이다. 
통계청의 층별 주거형태 자료(2015년 기준)에 따르면 전국 1911만 1731가구 중 36만 3896가구가 지하(반지하)층에, 5만3832가구가 옥탑 층에 거주했다. 지하(반지하)와 옥탑 가구를 합하면 41만7728가구다. 울산은 지하 306가구, 옥탑 578가구다. 
‘봉테일’이라는 별명답게 봉준호 감독의 영화는 디테일이 정교하다. 공간 활용이 놀라우리만큼 구조화돼 있다. ‘기생충’에서는 계층에 따라 반지하, 지하, 지상으로 공간을 구분하고 각 계층의 선을 넘으면 사건이 발생하게 만들었다. 부잣집의 지하 공간은 지상에 사는 부자들에게는 귀신이 사는 공포의 공간이라는 오해를 낳게 된다. 물바다가 된 반지하 공간은 가난을 상징한다. 
백수 가족의 코믹한 집단 사기극 같았던 영화는 지상과 지하를 오르내리며 웃음과 긴장을 거쳐 충격과 비극으로 관객에게 다양한 감정을 불러냈다. 가진 자와 못 가진 자의 대립, 고급 저택과 볼품없는 반지하의 대립만이 아니라 상(上)과 하(下)의 숨겨진 또 다른 세계를 드러내며 결말을 예상하기 힘들게 펼쳐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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